고구려의 흥망과 발해국의 태조 대조영 11
보스톤코리아  2008-11-03, 23:02:30 
지금까지 연재해온 고구려의 흥망에 대한 글은 그 제목이 너무 거창하고, 한 제목하에 오래 글을 쓴 것 같아 독자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는 것 같기에 이제부터 소제목하에 글을 쓰기로 한다. 이번 호의 제목인 <난공불락의 안시성>은 <고구려의 흥망과 발해국의 태조 대조영>에 계속되는 제11장의 소제목이다. 앞으로 쓰는 <평양성의 함락>과 당나라의 측천무후 그리고 발해의 건국에 대하여도 소제목하에 글을 쓰기로 하겠다.
이번 글의 주요 내용은 당태종의 고구려 정벌 계획과 안시성의 싸움이 되겠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당태종 이세민이 왜 고구려 정벌을 강행하려고 했던 것인가? 이 문제는 당시의 고구려와 당나라의 관계를 확실히 밝히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사실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와 『신당서』는 당태종의 고구려 정벌의 시도와 안시성의 전투에 대하여 아주 소상하게 기록해주고 있다. 김부식 『삼국사기』는 『신당서』의 기록을 전적으로 인용하여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설명이 원전과 다른 경우가 있어서 일반에 이해하기가 어려운 데가 많다. 이제 여기서 『신당서』와 『구당서』의 기록을 참고하여 그 정확성을 찾아 당시의 실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당태종 이세민은 일찍부터 고구려 정벌을 생각해 왔던 것이다. 안으로는 할거하는 군웅들을 다 토벌하였고, 밖으로는 거란과 몽고족들을 퇴치하여 중국 통일의 완성을 보았다. 이제 그에게는 고구려를 복종시키는 것이 남은 일이었다. 그런데 당태종에게는 그가 극도로 신임하는 방현령(房玄齡), 저수량(遂良), 위증(魏徵) 등 3 명신이 있었다. 이들 모두가 이세민의 고구려 정벌을 한사코 말렸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세민은 고구려 정벌을 기어코 실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세민은 그 명분을 막리지 연개소문이 영유왕을 시해했다는 것과 대신들을 모두 살해하고 정권을 독점하면서 백성들을 억압하고 있다는데 그 명분을 찾으려고 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연개소문은 영유왕을 살해하고 그 이복동생인 대양의 아들 장(藏)을 왕으로 추대한 다음 스스로 막리지가 되어 국정을 마음대로 했다. 그리고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백성들을 학대한 때문에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다. 그러나 3군을 통솔하는 그에게는 누구도 그를 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쪽의 신라를 적으로 알고 공격을 늦추지 않았으며, 더욱이 백제와 연합하여 신라의 이후성 등 40여 성을 배앗고 신라의 서쪽 요새이며 경계인 대야성(합천)을 공략하여 큰 타격을 입혔던 것이다.

고루려와 백제의 연합군에 대적하기가 어렵게 된 신라는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 구원을 청했던 것이다. 신라의 사신은 당태종 앞에 나아가 아뢰기를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하여 신라를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통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신의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당태종 이세민은 신라 사신의 말을 듣고 곧 고구려 정벌에 나서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먼저 사신을 보내 고구려를 설득시키자는 대신들의 건의에 따라 사농공상 이현장에게 영물공신라(令勿攻新羅)라는 조서를 주어 평양으로 보냈다. 이현장은 황제의 조서를 가지고 평양에 도착하자 곧 고구려의 보장왕을 찾아 당태종의 윤허를 전하고 또 연개소문을 방문하여 신라를 공격하지 말라는 당태종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연개소문은 '영물공신라' 곧 신라를 공격하지 말라는 말에 대하여 답하기를 "신라는 우리와 원한 관계가 있은지 오래입니다. 신라는 우리가 앞서 수나라와 싸울 때 그 틈을 타서 우리의 땅 500리를 탈취하여 그 성읍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돌려주지 않는 한 전쟁은 끝이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고구려는 제25대 평강왕의 사위 온달 장군이 한강변의 아차산에서 신라군과 싸우다 전사한 일이 있지만 그 후 신라가 북한산 이북의 고구려 땅을 침략한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어쨌든 당나라의 이현장은 연개소문에게 말하기를 "요동땅의 여러 성읍들은 보래 중국의 군현이었는데 지금 그것들을 고구려가 차지하고 있어도 중국은 그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일을 가지고 이제 말하면 무엇 하겠습니까"라고 하면서 신라를 공격하지 말라고 간곡하 부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연개소문은 이현장의 권고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현장은 돌아가서 당태종에게 아뢰기를 "고구려는 황제의 조명을 받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막리지 연개소문은 왕을 시해하고 대신들을 모두 죽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권을 독점하여 백성을 학대하기 때문에 원통하는 소리가 길에 넘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하였다. 당태종은 신하들의 말에 따라 다시 장엄이라는 자를 고구려에 보내서 연개소문을 설득하게 했다. 그런데 연개소문은 장엄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면서 당나라의 사신인 장엄을 굴방에 가두어 버렸다. 당나라의 사신을 감금하였다는 것은 곧 당나라에 대하여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처사이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백린(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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