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보스톤코리아  2008-12-12, 15:06:37 
어린 유년시절 우리는 수많은 꿈을 꾸고 자라 청소년기를 맞으며 그 꿈을 이루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던가. 꿈많던 어린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그 어른은 또 꿈많은 아이를 키우고 있다. 가끔 자녀를 키우며 그 자녀를 통해 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을 이루고 싶은 욕심을 보기도 한다. 아이가 원하는 꿈의 그림보다는 엄마가 만들어주고 싶은 꿈을 그림으로 자꾸 그려주는 것이다. 아이가 제 스스로 스케치하고 색칠해야 할 그림을 빼앗아 엄마가 그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부족하고 어리석은 모습인가.
세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을 이것저것 가르쳐보려 많은 시간과 노력도 해봤다. 세 아이 중 딸아이는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의 욕심에 맞춰 따라다니느라 분주하고 바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큰아이를 키우며 둘째 아이에게는 조금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셋째 아이에게는 엄마로서 들어주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지금 청소년기를 맞은 세 아이를 보면 보채지 않고 여유롭게 지낸 막내 녀석이 학업 성적은 제일 뒤질지 모르지만, 성격은 제일 여유로운 편이다.
딸아이는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려서는 꿈도 커서 여자 대통령도, 작가도, 심리학자도 되겠다더니 결국 대학에서의 공부는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삶이라는 긴 여정을 본다면 언제 또 어떤 공부를 하고 싶어할지 모를 일이다. 대학을 앞둔 녀석에게 무엇이 되고 싶고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물음에는 은근히 엄마가 바라는 아들의 앞날의 꿈을 포함해서 말이다. 언제나 속이 깊은 녀석은 어릴 적 꿈꾸던 것을 오래도록 간직했었다. 그러다 지난해에 자기 자신의 진로를 부모에게 넌지시 전해온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의 앞날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은 여간 민감하지 않다. 사실, 가만히 부모로서의 삶을 돌아보면 어릴 적 꿈을 얼마만큼 이루었고 또한 대학에서 전공했던 그 전공을 얼마만큼 살려 일하고 있는가, 하고 물음을 던져보기도 한다. 주변에 계신 어른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아버지는 그나마 자신의 전공을 자신의 삶과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지만 어머니의 경우는 자신의 전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는 경우를 많이 보기도 한다. 때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대학을 앞둔 아이들의 진로 문제를 두고 닦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을 입학하고 나서도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학을 졸업하고 또 다른 길을 가기 위해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수없이 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라는 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알기에 조심스럽고 그리고 더욱 신중하게 앞날에 대해 노크를 하는 것이리라. 부모로서 자식에게 삶의 경험을 통해 얻고 잃었던 것을 얘기해줄 수 있으나 자식의 삶에 부모를 함께 넣기에는 무리이지 않나 싶다. 다만, 자식의 성격이나 취향 그리고 취미를 그 누구보다도 부모님은 잘 알기에 그에 알맞은 방향을 잡아주는 인생 선배의 역할은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부모의 자리는 늘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기에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에 보내고 싶고 또한 좋은 직업을 갖기를 소망하기에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세상을 조금 더 살아온 인생의 선배로서 경험자로서 자식에게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그 자녀의 선택에 후회가 적을 것이다. 설령,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라도 또 다른 선택의 길에서 방황하지 않고 부모님을 찾을 수 있는 용기와 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란,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다. 다만, 그 성공과 실패의 샛길에서 얻고 잃는 것이 자신의 삶의 모양이고 색깔이고 자신의 삶의 노래인 것이다. 굳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얼마만큼 자식의 삶의 테두리 안에서 맴 맴돌 수 있겠는가. 다만, 바라보고 마음으로 기도하고 격려하는 든든한 삶의 선배일 뿐이다.
"네가 무엇을 하든 나는 너의 후원자이다."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나는 너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자리는 이처럼 서로 자신과 상대의 존중을 받을 이유가 충분하며 존재하는 그 이유만으로 행복한 일이다. 부모에게 자식이 자식에게 부모가 있음은 어제의 감사와 내일의 꿈과 희망 그리고 오늘의 행복인 이유이기도 하다. 설령, 부모나 자식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그 부족한 부분을 감싸 안아주고 채워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앞둔 자식의 진로를 놓고 부모와 자식의 마주한 얼굴과 이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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