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보는 세상
보스톤코리아  2008-12-12, 15:07:17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911테러와도 같이 비행기 두 대가 자신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려 한다면,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는 당신에게 누군가 총을 겨눈다면, 하교길 갑자기 차가 들이박는다면 하는 생각을 사람들은 해보았을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당히 위험한 세상을 용감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당신은 참 용감하게 살아가고 있군요" 라는 말을 들어도 알아듣지 못할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쳐갈 수 있다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가 아닌 제 의지로 이렇게 용감무쌍하게 거리를 걷고 편안히 눈을 감고 잠을 잘 수 있고 아무 걱정하지 않고 편안히 물을 마실 수 있는, 그런 아주 제3차 적이지만 너무나 중요한 것들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던 하교길이었다. 평소와 같은 루틴으로 집을 향해 걷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유난히 길거리에 소음이 심했다. 자동차들의 빵빵대는 클락션 소리에 지하철 출발을 알리는 경고 벨에 정신까지 혼란해질 정도였다. 하루 이틀 일어나는 일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매일매일의 하교길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세상 사람들은 정말 용감무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나 신문 같은 미디어에서는 매일 일어나는 끔찍한 세상 사건사고들을 내비쳐준다. 믿을 수 없지만 매초마다 어마어마한 명수의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고 다치곤 한다. 사람들은 살인을 당해 죽기도 하고 사고를 당해 죽기도 하고 자살을 하기도 한다.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라고 말하던 누군가가 진정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그래, 순간 머리 속에서 "아하!"하고 전구가 반짝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행동과실로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물론 나도 이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생각과 말에도 같은 힘이 담겨있다. 생각하는 대로 그리고 내뱉는 말처럼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영향력이 조금이나마 더 있는 쪽은 언령이 아닐까 생각된다.
초등학생이었을 적의 나는 상당한 악질의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툭하면 "배고파"라던지 "짜증나"라는 말들을 내뱉곤 했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배고파,"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파." 장소나 때를 가리지 않고 "짜증나"를 툭툭 내뱉거나 말이다. 말의 반복에는 힘이 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말은 속박의 도구와 같다고도 설명한 적이 있는 것을 기억한다. 여기서도 입조심 저기서도 입조심하라는 어른들의 말은 너무 옳고 옳아서 내 잘못을 깨닫고 난 순간이후부터 내 가슴 속 깊이 여전히 박혀있다.
하늘이 지어준 운명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허망한 인생을 살던 사람이 어느 날 자기에게는 재채기를 하면 오백원짜리의 동전이 입에서 쏟아지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된다는 둥, 그런 식의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는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물론 억수로 운이 좋아서 해한 일을 피한다거나 하는 경우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은 자업자득이다. 우리는 용감하기 때문에, 무언가에 억압받지 않고 우리들만의 신념과 믿음을 갖고 있기에 아무렇지 않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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