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픔에 함께 동참하자1.
보스톤코리아  2009-10-12, 15:29:24 
조선 꽃돼지 장사

중국 ‘연길’ (Yanji) 에 있을 때 ‘숭선’에서 알고 지내던 조선족(37) 남자로부터 “천사장님, 오늘 좋은 물건 구해 놨으니 지금 빨리 와서 사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 경제가 나빠지다 보니 문화재가 많이 유출되는데... 혹시 그림이나 도자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급히 택시를 타고 4시간 거리의 ‘숭선’으로 달려갔다. 택시에 내려 다시 꼬불꼬불한 산길을 20여분 걸어서 도착한 작은 마을에는 초가집 2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연락했던 조선족 남자를 앞장세워 ‘물건’이 있다는 뒷산으로 따라 가보니 산 중간 턱에 땅을 파서 소나무 가지로 지붕을 덮어 만든 움막으로 안내한다. 허리를 굽혀 가마니로 만든 문을 들치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19세, 36세, 41세, 여자 3명이 두려움에 떨며 묶여 있었다.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선 꽃돼지 시장’이라는 인신매매 현장이다. 19세, 41세 여성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린 상태였고 36세 영준이 엄마는 중국 돈 일만 위엔(130만원)이라며 흥정을 시작한다. 그 당시 소문으로 들었던 거래 가격이 2~3천 위엔인데 일만 위엔 이면 너무 비싸다고 하자 시간이 없어 오천 위엔으로 깎아 주겠단다. 당사자를 앞에 놓고 30여분 흥정을 벌이다 결국 삼천 위엔을 건네주고 그들이 말하는 중고물건? 인 영준이 엄마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영준이 엄마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 전, “저 두 사람도 내가 사겠다”며 가격을 물어보자 19세 소녀는 북한에서 출발하기 전에 팔려왔으며, 41세 여인은 우리가 도착하기 1시간 전에 나이 많은 한족남자에게 이미 팔렸고 조금 후 어디론가 출발한단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영준이 엄마만 데리고 마을을 빠져 나오는데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소리 없이 흐느낀다. 어깨를 감싸주며 “이제 걱정 하지 마세요. 저는 한국에서 당신을 도와주러 온 선교사입니다.” 하자 갑자기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한다.

북한에서는 교과서에서 선교사나 목사를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며 인민을 납치하여 교회 지하실로 끌고 가서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내 약재를 만드는 악랄한 승냥이 같은 짐승으로 묘사해 교육하므로 두려움의 대상으로 알고 있기에 순간 내가 그런 사람으로 오해하여 우는 줄 알았으나 90년대 후반부터 식량난으로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건너와 교회나 선교사의 도움을 받자 이제 북한 주민이나 탈북자들에게는 십자가가 달린 건물로 찾아가거나 목사, 선교사만 만나면 무조건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신저가 되었다.

영준이 엄마가 선교사라는 말에 울면서 부탁한 내용은 “3년 전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남편은 굶주림으로 사망하자 힘겹게 아들 영준이를 위해 밤낮 양식 한 끼를 위해 뛰어 다녔지만 굶는 날이 더 많아 중국 갔다 온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친정 엄마에게 아들을 맡기고 양식 구하러 어제 저녁에 중국으로 넘어 왔다가 새벽녘에 인신 매매 꾼에게 잡혀 이렇게 팔려 갈 뻔 했으나 이제 선교사님을 만났으니 중국 돈 이백 위엔($25)만 도와주시면 오늘 저녁에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 일주일 안에 아들 영준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으니 아들과 함께 보호 해 달라”는 내용이다.

그 부탁에 함께 울며 기도하고 이천 위엔($250)을 건네주며 안전하게 넘어 갔다가 아들을 데리고 나오면 꼭 연락을 하라며 피난처 연락처를 알려주고 그날 저녁 연길로 돌아왔다. 우리가 떠난 그날 저녁 영준이 엄마는 시장에 나가 아들이 입을 옷도 사고 친정엄마에게 드릴 여러 가지 물건을 구입하다 수상하게 여긴 주변 사람의 신고로 다음날 아침 북송 되고 말았다.

탈북한 북한 여성들을 중국에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행위를 중국에서는 ‘조선 꽃돼지 장사’라고 불렀다. 북한 동포 여성이 그들에게는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 ‘짐승’이나 ‘물건’과 같았던 것이다. 이 말부터가 탈북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민족에 대한 모멸이었다.

중국 변경에서 활개 치는 인신매매 조직에는 폭력배까지 가담해 국경을 넘어오는 여성들을 납치한다. ‘공민증’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북한 여성들은 아무런 연고 없이 강을 건널 경우 십중팔구 이들 조직에 넘어가게 되어 있다. 배고픔을 면할 길이 없어 제 발로 조직을 찾아가는 여성도 있다. 모집 책 중에는 밀무역을 병행하는 북한인도 상당수 있었다. 그들이 여성들을 모아오면, 조직책은 직접 선이 닿는 남자들에게 시집보내는 형식을 취하거나 또 다른 중간 브로커에게 넘겼다. 탈북 여성들은 일단 팔려오면 순간적으로 배고픔은 면할지 몰라도 브로커의 손아귀에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다시 팔려 나가기 전까지는 감금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짐승’처럼 살아가야 한다. 의탁할 사람이 전혀 없는 탈북 여성들은 이런 과정에서 결국 그 조직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게 된다. 이때 조선족 아내로 팔려 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중국의 내륙 쪽에 들어가 중국 남성에게 직접 넘기면 1만위엔($1.200)까지 받을 수 있고 탈북 여성은 사창가로 넘겨지거나 말도 통하지 않는 나이 많은 한족 남성에게 아내로 팔려가기도 한다. 식량난으로 인한 북한 여성들의 탈출과 이들에 대한 인신매매는 북한의 가정까지 파괴하고 있다.

천기원 목사
이글은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천기원 목사님의 글입니다. 몇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천 목사님은 10월 BC에서 탈북 난민에 대한 강연을 개최하십니다.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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