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4
보스톤코리아  2012-10-10, 12:16:55 
한 눈에 보스톤 시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포트포인트 채널(Fort Point Channel)의 부둣가에 위치한 보스톤 어린이 박물관을 찾았다.박물관은 과거 양모 창고로 사용되었던 산업건물을 개조하여 만들어져 어린이 박물관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이는 외관을 하고 있다. 단조로워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의 차가움을 완화시켜주는 것은박물관 앞에 세워진 12미터높이의 거대한 후드(Hood)우유병 건축물. 각 진 곳 하나 없이 둥그런 모양이 귀엽기도 하다. 그 곳은 간식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음식을 모티프로 하는 작품은 익히 아이스크림(Dropped Cone, 2001), 스푼위의 체리(Spoon bridge and Cherry 1985-1988)등 거대 야외 조각상을 만든 클래스 올덴버그 (Claes Oldenburg)의 유명작품들로 익숙하지만 우유병을 모티프로 만든 구조물이 특정용도로 사용되어지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다. 이 우유병 건물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 건물은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상인이었던 어써 개그너(Arthur Gagner)씨가 그의 가게 옆에서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을 팔기위해 1933년 직접 만든 건축물이었다.

일반인이 제작했다기에는 놀랍도록 모던한 요소를 가진 이 건물을 본 당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뉴욕을 강타한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워홀이나 음식, 일상의 물건을 거대 조각화한 클래스 올댄버그도 50년대 이후에 팝아트계열의 작품활동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아이스크림가게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탄생한 개그너의 우유병건물은 분명 놀랍도록 시대를 앞선 발상이었고 그의 건물은 마을 안 커다란 뉴스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 우유병건물은 아이스크림가게로 사용되다가 1943년 센케이(Sankey family) 가족에게 양도되었고 1967년 경 버려지게되었다. 그 후 10년간 비워져있던 이 건물은 마침내 1977년 새 보금자리를 찾아 보스톤 어린이 박물관으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보스톤 어린이 박물관은1909년 보스톤 지역 과학교사들에의해 처음 아이디어가 착안되어 약 4년간의 계획 과정을 거쳐 1913년 8월 자메이카폰드에 위치한 파인뱅크 맨션에 설립되었다. 이는 당시 미국내에서는 두 번째 어린이 박물관으로써 세계 어린이 박물관의 선구자라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새의 표본, 광물, 조개등을 관찰하는 등 과학 탐구 위주의 전시였으나 1979년 더 넓은 전시공간을 확보하고자 현재의 포트포인트채널의 산업 건물로 이전, 점차적으로 문화, 공연, 자연보호, 건강, 교육과목 전반 그리고 예술등의 영역으로 전시범위를 확대하게되었다.

1962년 보스톤 어린이 박물관의 관장으로 취임한 스포크 (Michael Spock, 1962-85 년 박물관장 역임) 박사에 의해 최초로 착안된 “hands-on” 작품 감상법은 기존의 전통 박물관의 전시관행과는 다른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가 기획한 “What’s inside”란 전시에서 스포크는 아이들이 직접 전시작품을 만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여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충족시켜주었다. 그 것은 훗날 다른 박물관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주었고 점차적으로 세계 곳곳의 어린이 박물관의 전시방식과 교육철학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되었다.

박물관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엘리스가 토끼의 동굴 속 환상의 나라로 빨려들어가듯 차가운 건물모습은 한순간 모험의 공간으로 변한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린이로 변신해서 당장에 뛰어들고 싶을만큼 멋진 뉴발란스클라임(New Balance Climb). 일종의 정글짐형식의 이 구조물은 추상적 형태의 놀이터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건축가이자 조각가 톰 럭키 (Tom Luckey) 에의해 제작되었다. 1층 매표소 근처에서부터 시작되어 3층 천장까지 연결되어진 거대 정글짐이다. 아이들이 균형감각을 이용, 기어 올라가며 타게 되어있고 각 층마다 입구를 만들어놓아 어느 층에서나 입, 퇴장할 수 있다. 또한 정글짐에 미로형식의 구조를 더하여 아이들의 모험심리를 자극하도록 되어있다.

어른이 주도권을 가지고 어린이에게 무언가 가르쳐 주려는 교육방식이 아니라, 어린이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기쁜경험을 통해 평생 배움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교육이념은 보스톤 어린이 박물관의 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1층 전시장에는 온 몸이 물방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치된 거대 비누방울 놀이, 광물질 관찰등 과학놀이관을 찾아볼 수 있다.

3층까지 이어지는 전시장에는학교놀이, 시장놀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 체육, 다양한전시와 예술활동 공간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관들이”경험”과 “놀이”를 통한 교육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계획되어있다. 인기 전시장 중 한 곳은 일본 실크 상인의 집을 복원한 전시장이다. 교토에서 보스톤과 자매도시 20주년을 기념하여 1979년 기증된 이 집은 일본 장인에 의해 원형의 모습 그대로 박물관에 복원되어 전시장으로 사용되고있다. 누구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 쉬면서 일본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일찍이 정부차원에서 문화 예술작품의 전파를 통해 선진국적 이미지를 구축해나갔던 일본의 지략은 오늘날까지이어져 박물관을 방문하는 수 많은 어린이들이 일본의 명절과 차문화, 예절등을 배우고 간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점은 아이들의 안전과 눈높이에 맞추어 섬세하게 디자인된 전시공간과VEA (Visitor Experience Assistance)라고 불리는 직원들이다. 환한 녹색 티셔츠를 입고 전시장 곳곳에서연신 밝은 표정으로 가족과 어린이를 반겨주고 또 질문에도 답해주고 있었다. 박물관이 낯선 관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jandonghee@bostonartstudio.com/ www.bostonart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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