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33
보스톤코리아  2013-07-08, 14:22:14 
좌: ‘밤의 카페 테라스’ (Cafe Terrace at Nigh, 1888) 우: 그림의 배경이 된 실제 카페모습
좌: ‘밤의 카페 테라스’ (Cafe Terrace at Nigh, 1888) 우: 그림의 배경이 된 실제 카페모습
고흐의 대표작 ‘밤의 카페 테라스’ (Cafe Terrace at Nigh, 1888)의 배경이 되었던 실제 카페의 모습. 

론강을 따라 걷다가 도심 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로 걸어 들어가면 옹기 종기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포럼 광장 (Place du Forum)이 나온다. 이 광장에 들어서면 고흐의 작품 중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 (Cafe Terrace at Nigh, 1888)의 배경이 된 카페의 노란 벽과 캐노피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카페는 고흐 그림의 명성 덕분에 Van Gogh Café로 이름만 바꾸었을 뿐 120년 넘게 계속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곳에는 고흐가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렸을 장소에 작은 안내문이 하나 놓여 있을 뿐 관광지에서 흔히 느껴지는 유별스러움이 없었다. 붐비고 소란스러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며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카페는 자연스럽게 광장의 일부로 섞여있었다. 고흐가 그림을 그린 장소에 서서 카페를 바라 보며, 켄버스와 이젤 그리고 어두움을 밝혀줄 양초를 들고 거리로 나와 깊은 밤 카페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고흐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도판으로만 보던 좋아하는 명화를 박물관에서 실제로 접했을 때의 설렘을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명화가 그려진 실제 공간에 서면, 작가와 무언가 소중한 것을 함께 느끼며 교감을 나누는 것만 같은 기분에서 오는 또 다른 설렘이 있는 것 같다. 천천히 걸어 켄버스 화면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화면 밖의 풍경을 둘러보기도 하며 포럼 광장의 공기를 한껏 들이켜본다. 아를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공간과 사물을 이방인이었던 고흐는 거친 붓터치, 강렬한 색채로 새롭게 재해석하였다. 

이 그림에 대해서 동생에게 쓴 편지에 고흐는 이렇게 설명했다.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했네,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밝은 노란색으로 그렸지.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프랑스의 카페문화는 오랜 역사를 지닌다. 특히 예술가들에게 카페는 토론의 장이자 사색의 공간이었으며 낮에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석양이 드리워진 저녁에는 압생트잔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수많은 명화의 아이디어가 생산되고 스케치가 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카페의 이면에는 인간의 어둡고 타락한 모습이 공존했다. 카페에는 갈 곳 없는 방랑자들과 고객을 기다리는 매춘부들이 끓었고 고객을 만난 매춘부들의 음란한 수다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 밤의 카페이기도 했던 것이다. 고흐는 매혹적이고 추악한 이면을 지닌 밤의 카페를 또 한 점의 명화 ‘라마르틴 광장의 밤의 카페’ (The Night Café in the Place Lamartine in Arles, 1888)로 남겼다.

“카페는 사람들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고 미칠 수 도 있으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공간이라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네. 핏빛 혹인 와인 빛이 도는 붉은색과 짙은 초록색을 대비해서 도살장 같은 느낌이 나도록 하고, 창백한 유황 빛의 음울한 색을 사용해서 지옥의 용광로 같은 분위기를 부각하려 했어.”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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