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37
보스톤코리아  2013-08-19, 11:44:14 
‘All Art Has Been Contemporary’ by Maurizio Nannucci, MFA소장
‘All Art Has Been Contemporary’ by Maurizio Nannucci, MFA소장
우리가 박물관에서 만나는 수많은 미술 작품은 그 작품이 제작되었던 시대에는 예외 없이 현대 미술이었다. 미술사에는 동시대에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부와 명성을 누렸던 피카소나 라파엘 같은 예술가들이 존재하지만, 한편 역사가 기억하는 많은 거장들은 ‘현대작가’로 활동하던 당시에는 일반인들의 사고 방식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앞선 생각과 표현력으로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일쑤였다. 고흐가 생전엔 오로지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고 르누와르의 그림 속 아가씨들의 피부에 드리워진 나무그늘의 그림자 표현은 동시대 비평가들에게 썩어 부패하는 피부를 그린 것 같다며 조롱 받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 주에는 현대 미술의 한 장르인 개념미술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념미술은 미술(美術)의 전통적인 요소인 아름다움과 기술이 부각되기 보다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이 작품의 중심이 된다. 따라서 개념 미술에서는 작가가 개념적으로 설명할 수만 있다면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무의미해 보이는 사물을 그저 전시장에 가져다 놓는 것 만으로도 그것을 작품이라 명명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분명 억지스럽게 들릴 수 도 있다. 하지만 고흐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던 동시대 사람들처럼, 우리도 동시대의 보석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는 조바심 또한 들지 않는가? 지난 주에 이어 개념미술작가 곤잘레스 토레스(gonzalez torres)의 작품을 보며 계속해서 개념미술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곤잘레스 토레스는 관객이 작품의 일부를 가져가거나 직접 만지며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의 개념 미술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토레스의1991년작 "Untitled" (Portrait of Ross in L.A.) 은 작가가 제시한 특정 무게의 사탕더미를 겔러리의 코너에 쌓아놓고 관객들에게 마음껏 가져가게 한 작품이다. 사탕더미는 매일 같은 양으로 다시 채워지도록 되어있었다. 

쿠바출신 난민이자 유색인종에 동성애자로서 다양한 부분에서 사회 소수자였던 그는 1991년 에이즈로 죽음을 맞이했던 연인 로스를 떠올리며 이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사탕더미의 무게는 건강하던 시절 연인의 몸무게와 일치한다. 죽음 앞에서 서서히 소멸되어 갔던 로스의 육체를 은유하는 이 작품은 관객에 의해 소멸하는 동시에 확장되고 매일 같은 무게로 다시 채워지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관객의 참여를 통해 끊임없이 변형됨으로써 비로서 완성되는 이 작품은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재생과 영속에 대한 작가의 갈망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현대미술이 다루어야 할 공공성에 대한 진지한 제안임과 동시에 사랑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적 의미를 전달한다.

토레스의 작품은 지난주에 다루었던 뒤샹과 코수스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미술 실기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 그러면 누구나 개념미술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대답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누구나 일정 사물을 전시하고 예술로 명명한다면 그것은 개념미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매년 무수히 많은 개념 미술 작품들이 새롭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좋은 개념 미술작품은 작품의 의미가 관객들에게 전해졌을 때 긴 여운과 감정적 공감을 남긴다. 또한 좋은 개념미술작품이라면 전통적 형식의 미술작품과 같이 종종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에 판매되기도 한다. (토레스의 사탕더미 작품 시리즈의 하나인 1992년작 "Untitled" (Portrait of Marcel Brient)은 Phillips de Pury & Company에 의해  $4.6 million 에 팔렸다!) 반면 작가의 장황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 작품은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연필 한 자루처럼 평범한 일상의 사물과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오늘날 현대 미술 작품 중 어떤 작품이 100년 200년 후까지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될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동시대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고흐처럼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천재 예술가를 찾아보고 싶지 않은가?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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