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문제의' 30분 통화…녹취록엔 어떤 내용이?
트럼프, '바이든과 그 아들' 3차례 언급…검찰 수사 요청
외압·대가성 여부는 명시적으로 안 드러나
보스톤코리아  2019-09-26, 19:52: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둘러싼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민주당의 탄핵 조사까지 촉발하자 미국 정부가 25일 '문제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결정적인 '스모킹건'이 될 수 있기에 주목됐다.

5쪽 분량 녹취록 요약본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에 약 30분간 나눈 통화 내용이 담겼다.

공개된 녹취록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압력이나 대가는 통화에서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 측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 외압 여부가 더 확실해졌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녹취록이 당시 통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 문서가 아닌 점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미 법무부는 해당 문서가 두 정상의 통화 내용긴 원본이 아닌, 당시 현장에 배석했던 근무자의 메모와 기억을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과 관련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수사에 나서 달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카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중단까지 지시했다는 내부고발까지 나온 상황. 이에 민주당은 하원 6개 상임위원에서 관련 조사를 개시하는 탄핵 절차를 개시했다.

◇트럼프가 바이든 일가 수사 요청했다?…"사실"
두 정상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는 논란은 녹취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이 점은 트럼프 대통령 측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바이든' 혹은 '바이든의 아들'(헌트 바이든)을 총 세차례 언급한다. 바이든 일가의 에너지 기업 연루 의혹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협력한다면 무슨 일이든 좋을 것"이라며 "당신이 그것을 조사해 볼 수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조사를 종용하는 듯한 언급이다.

또한 녹취록에선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바 법무장관이 바이든 일가 조사 문제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할 것이라는 말이 다섯 차례 나오기도 한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차기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이 될 것"이라면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사항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화답한 것도 확인됐다.

◇쟁점은 트럼프가 '외압' 행사했는지 여부
가장 큰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외압을 행사하거나 대가를 약속했냐는 부분이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자금이 명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달러(약 4770억원) 규모 원조를 보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는 러시아에 대비한 우크라이나의 군사지원금도 포함됐다.

압력을 행사한 정황은 있다.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많은 일은 한다. 우리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사용한다"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매우 잘해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그것이 별로 상호적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테다. 왜냐하면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구절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원조 지원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돈줄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압박 메시지로 들릴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국방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에 감사한다며 미국산 미사일을 구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녹취록 공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배반하고, 이를 통해 국가 안보를 희생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골적으로 원조를 들먹일 필요는 없다. 통화 내용에는 '이게 내가 필요한 거다. 나도 네가 뭘 필요로 하는지 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며 외압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스캔들 자체가 거짓말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재차 강변했다.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도 "통화는 아주 정상적이었고 많은 내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아무도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원조금을 보류했던 이유와 관련해선 유럽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하라고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는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바이든 일가에 대한 수사와 원조금 보류 사이 연관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CNN은 "러시아스캔들 때도 조사를 피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통화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개인적, 정치적 호의를 요구한 것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녹취록 공개는 시작…백악관, 의회조사 본격 대비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소명하기 위해 기밀자료인 대통령의 전화 녹취록까지 공개했지만, 외압 행사 여부를 둘러싼 민주당과의 입장 간극은 오히려 늘어난 모습이다. 앞으로 백악관은 의회 조사를 앞두고 내부고발 문건 등 관련 자료를 차례로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 정부는 이날 통화 녹취록 이외에도 정보기관 감찰관(ICIG) 문건이 추가로 공개했다. 감찰관이 내부고발자를 직접 조사해 작성한 보고서다. 문건에는 내부고발자의 주장이 믿을 만하다는 평가가 담겼다. 내부고발자는 앞으로 의회 조사에 출석해 관련 증언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를 공개했을 때처럼,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보 공개 순서를 조정하거나 내용을 요약·발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wonjun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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