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 한인회 이사회가 남긴 오물과 선물
보스톤코리아  2015-04-30, 20:46:00 
장고 끝에 꼼수가 나왔다.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스톤 한인회)의 이사회는 지난 29일 밤 이사회에서 김경원 39대 한인회장을 9대 1로 인준했다. 그러나 같은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지난 한인회의 영문 명칭 Korean Society of New England를 더 이상 사용치 않기로 결정 내렸다. 지난 2006년 이래 누락된 세금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명칭으로 새출발 하겠다는 것이다. 한인회의 역사가 우번 켐벨 스트리트 소재 10평 남짓한 회의실 지하로 묻히고 있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이사회의 결정은 한 세법 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이사들이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강승민 사무총장이 인용한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변호사는 “지난 9년간의 세금보고는 자칫 세무조사를 불러 올 수 있다. 9년간 모든 은행 스테이트먼트를 제출해 하나하나 사용처를 조사받게 되는 경우 또 다른 골머리를 앓게 된다. 새로운 명칭과 납세번호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쉬운 결정”이라는 조언을 했단다. 그러나 이사회는 다른 전문가의 2차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기본적인 점검도 하지 않았다.  

다른 전문가들은 의견이 달랐다. 보스톤코리아가 인터뷰한 A 회계사는 “지난 9년간 세금보고를 하는데 커다란 문제가 없다. 단 9년 동안 세금보고를 하는 물리적 시간이 걸릴 뿐이다. 연체된 세금보고를 했다는 이유로 반드시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B 변호사는 “한인회의 고용관련 세금이 문제다. 이것과 비영리 단체 자격을 잃은 2010년 5월 이후 세금 보고에 약간의 금액이 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날 이사회를 관통하는 논리는 편의성이었다. “굳이 번거로운 일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이름만 조금 바꾸고 새로운 세금 번호 받아서 새롭게 한인회를 이끌어 가면 된다. 더구나 한인회는 매년 총회를 통해 결산보고와 감사를 받고 있지 않는가. 세금보고를 하지 않은 한인회장들이 공금을 유용하거나 하는 문제가 없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갈 이유가 없지 않는가”하는 것이 이날 이사회가 주장한 내용이다. 

그러나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은행에 요청하면 얼마든지 주는 게 은행 스테이트먼트다. 한인회장들이 굳이 결산을 통과할 정도의 감사를 받았다면 왜 세무조사를 두려워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A 회계사는 “한인회의 경우 세무조사가 나와도 은행 스테이트먼트만 있으면 된다. 비영리단체라 세금낼 것이 별로 없다. 다만 고용관련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세금부담은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가 주장한 편의적 세금보고 회피는 일반 회사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그것은 회사의 문제고 개인의 문제다. 그러나 한인회는 한인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단체가 아닌가. 또 한인들을 대표한다는 단체가 아닌가. 이런 단체가 비록 책임을 통감하고 과거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편의적인 새로운 명칭을 택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인들의 명예와 한인회의 명예에는 계속 세금보고 누락과 회피란 주홍글씨가 따라 다닐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한인회장들에게 필요한 경우 얼마든지 세금 보고를 회피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꼴이다. 과거의 문제를 덮기 위해 향후 한인회 자의적 운영에 대한 면죄부를 미리 마련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인회 이사회는 한인회장들의 불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도덕적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더구나 결정을 내린 이사회 구성원 절반이 과거 세금보고 미비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사회의 결정은 정당성을 갖기 힘들다. 

현재 한인회 회칙에 따르면 영문 명칭 Korean Society of New England를 변경하기 위해서 한인회는 반드시 총회를 열어 회원들의 인준 절차를 받아야 한다. 한인들은 느닷없이 한인회 총회를 통해 새로운 영문 명칭을 선택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게 됐다. 이 총회에 참석해 손에 ‘피’를 묻히려는 한인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스럽다. 매년 정기총회를 소집해도 60여명이 모이지 않아 성원조차 이루 못했던 한인회다. 더구나 명분이 아닌 꼼수를 선택한 마당에 한인회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김경원 한인회장 인준자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최소한 세금보고 문제를 떠안지는 않겠지만 세금보고 문제로 신뢰도가 추락한 한인회 물려받게 됐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53년도 선조들이 선택했던 영문 명칭 The Korean Society of Boston을 다시 찾는다면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도 있다. 보스톤 한인회(뉴잉글랜드 한인회)의 뿌리는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스톤 대학에서 Boston Korean Diaspora Project를 진행중인 다나 로버츠(Dana Roberts) 교수에 따르면 서두수, 고광림 씨 등이 보스톤 대학 마쉬 채플에서 예배를 보면서 한인회를 만들었다. 한인회는 새로운 명칭이 아닌 잃어버렸던 한인회 역사를 되찾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인회 이사회가 남긴 선물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고 싶다. 지난 2006년 이래 한인회는 세금보고를 충실히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비영리단체 지위를 잃었다. 이 같은 시기에 우리는 보스톤에 살았고 한인회의 무책임함을 수수방관했다. 적어도 IRS 파일 한 구석에는 Korean 이란 영문 명칭이 포함된 세금보고 회피의 불명예가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 

한선우 회장은 한인회비 1천명 납부 운동을 성공리에 개최한 바 있다. 개인당 100불씩 1000명만 모이면 10만불이다. 오늘 필자는 개인체크에 받을 사람의 이름은 비워둔 채로 금액 $100을 적었다. 만약 그 누구라도 저 불명예 파일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다면 기꺼이 이 체크를 발송할 것이다. 새로운 한인회장이 이를 잘 활용한다면 두번째 선물까지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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