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가 우선인가, 먹고 살기가 우선인가?
보스톤코리아  2010-08-16, 13:28:04 
한인회장 선거가 올 11월이다. 대부분 ‘벌써’라는 반응이다. 불과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한인들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먹고 살기에 바빴다. 대불황의 그늘아래서 가정을 지키고 사업체를 지키기에 동분서주했던 지난 2년이었다. 그동안 많은 한인 사업체가 문을 닫았고, 또 일부 한인은 집을 잃기도 했다. 그야말로 내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쁜 시절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또다시 한인회장을 뽑아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2년 전에도 그러했듯이 올해도 조용하다. ‘카더라’ 성의 소문도 떠돌지 않는다.

분명 물밑 저울질은 있을 것이다. 한인회장 자리를 놓고 자신의 적임성 여부를 저울질해보거나, 아니면 주위 사람의 적임성 여부를 타진해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인회는 2년 전과 많이 다르다. 한인회관이 있어 렌트비 부담도 없다. 한인회장 주머니에서 나가거나 한인회보 수익금으로 메워야 했던 것이었다. 한인회보도 운영상태가 개선되고 있다.

한인회장으로서 부담없이 한인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상황이다. 2012년 최초 재외동포 선거를 치르며 본국 선관위 예산 배정은 물론 한인회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한인회장을 하려면 몇 만 불을 퍼부어야 하는 지를 계산했어야 했다. 그리고 당시 대부분의 한인회 운영비는 한인회장의 주머니에서 나가야 했다. 이제는 그런 부담을 접어도 좋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비용 부담없이 아무나 나서서 한인회장을 할 수 있는가. 대답은 ‘아니오’다. 오히려 자신을 회장후보로 저울질 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아야 할 질문은 “한인사회가 우선인가, 먹고 살기가 우선인가”라는 점이다. 만약 후자라면 정중히 사양할 것을 권장한다. 먹고 살기에 바쁜 사람은 여유가 없다.

한인회에는 한인회보 제작을 위한 유료 직원들 외에 한인회 자체 일을 도맡아 하는 인력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것은 12년 전 이병철 한인회장이 처음 유료직원을 고용했을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만약 현재 회장과 임원들이 자리를 툴툴 털고 나서면 다시 밑바닥부터 배워서 시작해야 한다. 35대 한인회가 그랬고, 36대 한인회가 그랬다.

돈 없으면 한인회장 하지 말라는 얘기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유는 돈의 많고 적음의 척도가 아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사인 ‘빅딕’을 감독하는 기구 매스턴파이크공사(Mass Turnpike Authority) 사장이었던 매튜 아모렐로의 음주운전 구속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올해로 52세인 그는 2006년만 해도 연봉 23만3천불을 받았던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그의 책임이 아닌 빅딕 천정붕괴 등의 문제로 해고 당했다.

그 후 그는 이혼했고, 3에이커에 달하던 집도 차압 당했다. 빅딕의 누명으로 일자리도 잡지 못했다. 그렇지만 8년간의 주 상원의원, 그리고 턴파이크 공사 사장으로 근무한 것에 대한 연금이 무려 연 4만불에 달한다. 의료보험도 주어진다. 그렇지만 그는 음주운전으로 타인의 차를 망가뜨리는 등 철처히 망가진 모습을 하고 있다.

요즘 뉴욕타임즈의 인기기사 중의 하나는 캘리포니아 거주 31세의 태미 스트로블 씨의 이야기다. 연봉 4만불을 받던 그는 남편과 2베드룸 아파트에 2대의 차를 굴리며 살았다. 하지만 쌓이는 것은 빚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차를 모두 처분하고 살림살이도 모두 자선기관에 기부했다.

400스퀘어피트의 스튜디오로 이사했고, 자전거를 이용했다. 연봉도 2만4천불로 줄었지만 재택근무를 선택했다. 대신 남는 시간에는 자원봉사를 했다. 그녀의 부모는 그들을 미쳤다고 무시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서 3만불의 빚은 모두 갚았고 오히려 돈이 남았다. 남편은 박사학위 공부를 마쳐간다.

단순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여유라는 것은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것이다. 리더십도 여유있는 마음 씀씀이에서 나온다. 한인사회를 위해 얼마나 봉사할 마음가짐이 있는가를 따지자.

그런 사람이 있겠는가. 분명 있다. 은퇴하고 소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생활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한인들도 있다. 세대교체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나이든 사람까지 거론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세대교체란 세대간의 물리적 교체가 아니다. 지금까지 한인사회의 낡은 관행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의도가 진정한 교체일 것이다. 40대의 한인회장 머리 속에 70대 사고가 들어있다면 그게 어디 세대교체인가.

한인회의 하드웨어인 한인회관은 70대의 남궁연 전 한인회장의 리더십으로 구비됐다. 한인회의 소프트웨어도 나이에 상관없는 리더십으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올해 11월이라고 경제는 별 달라질 기미가 없다. 즉, 늘‘먹고 살기’에 바쁠 것이다. “한인회장, 딱히 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합니다” 이런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정 그렇담 공석의 부끄러움도 감수하자. 늦었지만 한인사회를 위해 자신을 투자할 그런 여유 있는 리더십을 이제는 찾아야 한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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