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타협이 커보이는 이유
보스톤코리아  2010-12-13, 15: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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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민주당의원들은 ‘백기 투항’이라고 했다. 불과 1주전만 해도 그를 ‘사회주의자’라고 조롱하던 공화당 의원들은 대화의 타협정치라고 칭송한다. 발언이 극과 극을 달린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이룬 감세안 타협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6일 오바마 대통령의 감세안 타협 기자회견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가장 놀란 측은 아마 진보적인 민주당 의원들과 오바마 대통령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진보성향 국민들이었을 것이다.

부자들에 대한 증세는 대선 당시 그의 공약이었다. 그는 가계소득이 25만불 이상(독신의 경우 20만불 이상)인 부유층들에게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부시 세금감면안을 연장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6일 기자회견이 있기 전까지도 그는 그의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었다.

항상 오바마 편에 섰던 진보 성향의 낸시 펠로시 현 하원의장은 오바마의 타협에 대해 거리를 두었다. “(건너기엔) 너무 먼 다리”라며 “오바마와 계속 상의하겠다”라고만 했다. 매사추세츠 주 민주당 하원 의원들도 10명 모두가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진보진영의 분노는 중간선거에서 패했지만 아직 공화당이 워싱턴에 진입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타협을 했다는 것에 집중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12라운드까지 가는 것도 내게는 힘든 일이지만, 첫번째 펀치에 링을 내려오는 것은 결코 그가 진보 대통령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만약 인질(미국 국민들)들이 다치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도 인질범(공화당의원)들과 협상하기 싫은 유혹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인질들이 미국 국민인 경우 나는 결코 그들이 다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25만불 이상의 부유층들에게도 부시시절의 감세를 그대로 2년간 더 연장한다. 소득세 감면은 물론 상속세도 감면해 총 1천2백억달러를 부자들에게 감면해준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중저소득층 세금감면과 장기실업자에 대한 실업수당을 13개월 연장한다. 이로 인해 중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은 총 4천7백90억불규모다. 이외에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현재 6.4%인 소셜시큐리티 세금을 2%인하한다. 이는 1천2백억불 규모다.

부자 감세론은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들의 주된 주장 중의 하나다.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들은 부자들과 기업들이 파이를 크게 만들게 하면 결국은 크게 창출된 이익이 넘쳐 중저소득층에게도 흘러내리는(트리클 다운) 것이라며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제학과에 재직중인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부자들에 대한 부의 분배가 결코 성장을 촉진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 1960년대와 70년대 일인당 평균소득이 매년 3%씩 증가했는데 신 자유주의 경제학이 주류를 이룬 1980년대 이후에는 매년 1.4%로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부자들에게 더 큰 조각을 주었더니 파이가 커지는 속도가 되려 줄어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결코 부는 아래로 흐르지 않았다. 부유층에 소득을 몰아주는 것으로 부유층의 소득이 밑으로 흘러내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의 기업들이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도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기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고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진보세력의 주장은 의미가 있다. 장교수에 따르면 저소득층에 재분배가 오히려 경제성장을 촉진했다고.

코넬 대학 경제학과 로버트 프랭크 교수도 최근 연구발표에서 미국의 부의 불균형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균형으로 인해 파산과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과 자유시장 정책이 결국 미국내에 소득 불균형을 극대화하고 금융시장의 붕괴를 가져왔기에 그의 정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반발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오바마의 협상은 경제상황과 국민들 피해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기에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신념은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념이나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고려하지 못한 신념과 이념은 결코 설자리가 없다. 유토피아를 꿈꾸던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사람보다 이념을 우선했기에 우리 사회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직업이 없어 실업 수당이 없으면 당장 소득이 끊기는 국민들을 먼저 걱정하고 향후 경제 침체로 인해 고통을 겪을 중, 저소득층을 자신의 이념 위에 두는 대통령. 자신을 지지하는 당에서 공격받는 대통령.

연평도 포격에 이어 국회 몸싸움, 날치기 등의 소식이 태평양을 건너 날아온다. 과연 한국의 정치인들은 내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내줄 수 없다라는 생각을 했었을까. 확전은 안된다던 대통령이 몇몇 신문의 공격에 강력히 응징하라는 태도로 바꿨다.

왜“그는 내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내 신념과 내 자존심을 꺾을 수 있다”라고 하지 못했을까. 왜 대한민국 국회는 매번 몸싸움을 하는 것일까. 타협을 일궈낸 미국이 새삼 다시 보인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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