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현장의 한인들
보스톤코리아  2011-06-13, 16:57:26 
스프링 필드 지역 한인 중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이주복 글로리사 대표가 사업체 앞에서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스프링 필드 지역 한인 중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이주복 글로리사 대표가 사업체 앞에서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스프링필드 = 보스톤코리아 ) 장명술 기자 = 소용돌이 바람에 할퀴어 밑둥치에서 찢겨진 나무들이 시체처럼 여기저기 누워 있다. 한 집의 경우 한쪽 벽면이 날라가 단면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국기 게양대와 도로 표지판은 밑둥부터 구부러져 편한 듯 도로에 누워있다. 1일 토네이도가 남긴 상처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극적인 모습을 마주친 것은 아니었다.

보스톤에서 서쪽으로 약 2시간에 가까운 운전 끝에 도착한 스프링필드 메인 스트리트는 화사한 햇살에 깔끔했다. 토네이도의 처참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잘못 온 것인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운타운 시청을 지나면서 마침내 뿌리채 드러난 나무를 발견했다. 그게 다였다. 제대로 찾았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피해 5일만인 6일 그곳을 찾았으니 벌써 모든 것이 정리됐나 싶었다.

얼마 되지 않아 그 생각은 깨졌다. 한인 식품점인 오미 식품을 찾아 2분 정도 운전해 가니 바로 경찰 접근 금지선이 차량을 가로막았다. 막아서는 경찰에게 신분을 이야기 하니 한국에 조카가 두 명 있다는 이 주 경찰은 친절하게 피해 빌딩으로 안내했다.

피해현장을 돌아보며 빠른 복구 능력에 감탄스러웠다. 구슬 땀을 흘리는 복구작업은 깐깐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빠른 복구작업으로 그 큰 상처를 모두 감출 수는 없었다.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 곳이 있는가 하면 가발 벗겨지듯 지붕만 날라간 곳도 있었다.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잔해들과 여지없이 찢겨진 나무들은 토네이도의 추억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었다.

자연의 힘을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그 불규칙성에 할 말을 잃었다. 어떤 집은 완전히 무너져 잔해만 쌓여있는 집도 있었지만 그 앞집은 유리창만 깨지고 큰 피해가 없다. 그 옆집은 전혀 피해가 없다. 한인들의 피해 상황이 궁금했다.

스프링필드 다운타운에 자리한 한인 상점은 보석가게, 의류 및 잡화, 그리고 핸드폰 가게 만해도 무려 30여 곳에 이른다는 현지인들의 이야기다. 다행스럽게도 한인가게는 글로리 의류 및 신발가게에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 신발이 날라가는 경미한 피해, 경찰 진입 금지선으로 인해 7일까지도 문을 열지 못한 오미식품의 피해, 그리고 그 앞의 한인 의류가게의 경미한 피해 외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메인스트릿 선상에 있는 토네이도 피해 현장, 경찰이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다
메인스트릿 선상에 있는 토네이도 피해 현장, 경찰이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번 토네이도가 파괴한 한인 상점은 하나도 없는 반면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대불황은 50여 사업체를 30여 사업체로 확 줄여놓았다. 적어도 이곳에서 진정 무서운 것은 토네이도가 아니라 경제난이었다. 하지만 피부로 겪은지 얼마되지 않는 한인들의 기억에 토네이도는 생생히 살아있었다. 매사추세츠주 주에 토네이도가 다시 찾은 것은 38년만의 일이란다.

시청 맞은편에서 보석가게를 운영하는 장광수 씨 (시티 주얼리 대표)는 “(토네이도)가 바로 가게 앞으로 지나갔다”고 말했다. “밖에 서있다가 토네이도가 오는 것을 보고 가게로 뛰쳐 들어왔다. 다행히 반대편 나무만 쓰러뜨리고 내려갔다” 고 회상했다.

장 씨는 “구름이 엄청 많이 끼었다. 바람이 삭 불더니 저쪽에서 소용돌이 바람이 돌면서 나무조각이며 모든 게 돌면서 왔다. 그래서 놀래서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닫을 수가 없었다. 잡고 서 있었다. 옆 가게는 문이 망가졌다” 고 말했다. “나무가 수숭숭 힘없이 넘어가 버렸다” 고 말한 장 씨는 “특별하게 한인들이 다치거나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고 다행스러워 했다.

의류와 잡화를 판매하는 글로리사의 이효정 씨는 “유리가 많이 깨졌다. 부실한 유리는 다 깨졌다. 옥상 위에 문이 날라갔다. 직원들의 차는 유리창이 모두 깨졌고, 한 차는 날라 올라가 다른 건물 뒤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토네이도와 관련한 사연은 끝이 없다. 드벌 패트릭 주지사에 따르면 집이 거의 파괴되고 리빙룸만 그 흔적이 남아있던 몬슨의 한 여성의 체크북 기록부가 이곳에서 80여 마일 떨어진 밀튼에서 발견됐다. 마지막 모기지 페이먼트를 낸 한 부부의 집은 이번 토네이도로 완전히 날라갔다.

글로리사의 대표 이주복 씨는 “충격이었다. 영화에서만 보다가…(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었다. 이중문을 잠그려 3명이 붙었는데 못 닫았다. 간이 문이 파괴되어 운동화가 따라 올라 갔다. 동부쪽은 토네이도가 없어 좋은 동네에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살다보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만날 수 있듯이”라고 말했다.
5년 전 한인이 총기 강도에 사살된 이후 상인협회를 구축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는 이주복 씨는 “그동안 사고가 별로 없어 그냥 지내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모여야 겠다”고 밝혔다. 약 4만 스퀘어피트의 공간에서 의류, 신발, 보석, 셀폰 등을 판매하고 있는 이 씨는 경미한 피해였고 “보험에서 모두 보상키로 했다”며 피해에 연연치 않았다.

여자의류점 디바를 운영하는 고경희씨는 “손님들과 숨어있었다. 뭐가 날라오긴 했는데 다행이 유리창은 깨지지 않았다. 밖의 문을 닫지 못해 온갖 오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다음날 모두 청소했다.”고 밝혔다. “4시 반에 토네이도가 왔고, 그것이 끝난 후 길거리는 전쟁터 같았다. 사업은 어떻느냐는 질문에 “비즈니스가 많이 힘든데 4일동안 문을 닫았다. 렌트비도 내어야 하는데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은 사라지고 완전히 폐허만 가득히 쌓여 있다
건물은 사라지고 완전히 폐허만 가득히 쌓여 있다
 
집의 지붕과 한쪽 벽면이 없어져 침실과 옷장이 다 보이는 단면도 같다
집의 지붕과 한쪽 벽면이 없어져 침실과 옷장이 다 보이는 단면도 같다
 
뿌리채 뽑힌 나무와 찢긴 나무들이 집을 덮었다
뿌리채 뽑힌 나무와 찢긴 나무들이 집을 덮었다
 
약간 부유층들이 거주하는 대형 주택의 경우 복구가 한창이었다
약간 부유층들이 거주하는 대형 주택의 경우 복구가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망가진 집을 복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망가진 집을 복구하고 있다
 
잘려진 나무들과 잔해만 남은 타운의 모습
잘려진 나무들과 잔해만 남은 타운의 모습
 
중단된 전기 공급을 위해 공사중인 전기회사 직원들
중단된 전기 공급을 위해 공사중인 전기회사 직원들
 
경찰 접근 금지선이 쳐진 오미식품. 경찰은 다운타운 메인스트리트를 막았다
경찰 접근 금지선이 쳐진 오미식품. 경찰은 다운타운 메인스트리트를 막았다
토네이도의 가공할만한 힘 앞에서는 아무리 빠른 복구 노력도 상처를 모두 감출 수는 없었다
토네이도의 가공할만한 힘 앞에서는 아무리 빠른 복구 노력도 상처를 모두 감출 수는 없었다
 
 
자원 봉사자들이 즉각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세상은 살만하다
자원 봉사자들이 즉각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세상은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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