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과 갑오경장 4.>
보스톤코리아  2011-07-18, 14:36:40 
>>지난 25호에 이어서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그 해결방법을 서울 주재의 미∙영∙노∙독∙불의 외교관을 통하여 세계 열강의 협조를 얻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당시의 사정을 기술한 일본 측 기록이나 한국자료들이 대체로 부실하여 사건 자체의 순서가 바뀌는가 하면 그 설명 또한 애매하여 확신을 얻기가 어렵다.

그래도 1907년에 러시아의 대장성이 편찬 간행한 <한국지>의 설명이 믿을만 하였다. 나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장서인 <한국지>의 일본어 번역판을 찾아 읽은 일이 있다. 그러나 50여년 전의 일이라 지금은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하바드 대학교 연경 도서관에 근무 할 때 한국 정신 문화 연구원에서 한국어로 번역 출판한 <한국지>를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제 그것에 근거하여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겠다.

<한국지>에 의하면 정부는 6월 24일 주한각국 공사에게 서한을 보내 조선을 둘러싼 청일 양국의 대립현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그 평화적인 해결을 위하여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서울주재각국공사들은 조선국왕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 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하여 회의를 소집, 조선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중국군과 일본국이 동시에 철퇴하여야 한다는 것을 전원 합의로 의결, 6월 25일 일본의 오도리 공사와 청나라의 원세개 판리공사에게 결의 상황을 통고했다.

그런데 서울주재 각국공사들의 존재가 미약했던지 청나라는 연합국의 동시 철퇴 제안을 받아드리기로 하였으나 일본은 그것을 거부 하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가 더 어렵게 되자 미국과의 우호통상조약을 믿고 미국의 압력으로 일본군을 조선에서 철퇴시키려고 그 중재를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합중국 정부의 대답은 ‘조선정부의 뜻에 공감하고 조선의 주권이 존중되기를 희망하나, 미국은 조선과 기타 여러 국가에 대하여 엄정 중립을 취해야 한다’면서 그 중재를 부인했다.

사실 당시 서울에 주재하는 공사들을 보면 대체로 미미한 존재들이었다. 미합중국 공사 씰(M.B Sill) 씨는 부임한지가 두 달도 채 안된 채였고, 영국 총영사 힐러(Hiller)씨는 휴가로 본국에 돌아갔고, 대리 총영사라는 카트너씨는 부임한지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의 영사는 조선의 사정에 대하여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그래도 조선의 국왕을 도와 청일양국의 대립을 완화시키고 조선을 안정을 도모하려고 협조한 것이 러시아 공사 웨벨(Waeber)씨였다.

웨벨공사는 주한 러시아 공사로 9년간이나 서울에 주재하면서 봐왔기 때문에 조선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 주재 각국공사들 사이에서도 유능한 외교관으로 그 인기가 높았다. 웨벨 공사는 1893년 북경주재 러시아 대사로 전임되었다가 1894년 조선에서 동학난이 일어나자 다시 서울에 돌아왔다. 동학난을 진압하기 위해서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하게 한 것은 사실 웨벨 공사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청일 전쟁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이 웨벨공사라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청일 양국군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서울 주재의 각국 공사들을 동원하여 국제적인 압력으로 청일 양국군이 동시에 철군할 것을 요구 한 것도 웨벨 공사의 노력이었으며 그리고 미국의 힘을 빌려 일본군을 철퇴시키려고 한 것도 웨벨공사의 뜻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보는 1894년 7월 16일의 기사에서 보도하기를 조선의 왕비는 사정이 험악하게 전개되자 민씨 일족과 공모하여 러시아에 그 보호의 의뢰를 청하자 러시아 공사는 이를 수락했다고 하였다. 그 기사에 따랐는지 일본의 오도리 공사는 7월 20일 조선 정부에 요구하기를 청국군의 즉시 철퇴를 명령하라고 하면서 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극단적인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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