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원더풀, 원더풀? 아메리카!
보스톤코리아  2011-08-29, 12:07:48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기반 파생상품들의 “폭탄돌리기”가 그 주요 원인이되었던 2008년 금융위기를 관찰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1929년 주식 시장 붕괴 이후 약 10년간 미국 경제를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대공황을 떠올렸었다. 대공황은 여전히 미국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한 시기로 기억되어 있다. 주식은 붕괴했고, 실업률은 치솟았었다.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은 도산하거나 생산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던 그 시기, 대도시에서는 일자리 혹은 먹을 거리를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줄, 영양 부족으로 인해 만연했던 질병, 농촌에서는 생산을 하면 할수록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는데 유효 수요는 감소해서 일 할수록 더욱 가난해지는 이상한 싸이클…

바로 그 대공황을 겪은 세대는 절약과 저축을 미덕으로 학습할수 밖에 없었다. (미국인들이 지금처럼 내일의 소득을 담보로 오늘은 빚으로 생활하는 신용카드 자본주의의 시스템에 길들여진 것은 1960년대 이후의 일이다.) 불행히도 아직 2008년의 위기로부터 금융 상품에 대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어렴풋한 자각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학습하기도 전에 또 다른 금융 대란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여기저기서 위기의 징후가 감지되나 보다.

이 위기의 원인이, 혹은 본질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대단히 경제학적인 작업일 것 같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의 사회, 문화사 학자들은 보수적인 공화당 정권이 연이어 집권하고, 도시 외곽에 럭셔리한 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같은 금융상품들이 쏟아지던 2008년 이전 십여년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도 학문적 애정을 갖게 될것 같다. 한국에서 <원더풀 아메리카: 미 역사상 가장 특별했던 시대에 대한 비공식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프레드릭 루이스 알렌의 Only Yesterday : An Informal History of the 1920's 가 대공황 이전 어떤 특별한 미국을 기록해준것 처럼 말이다. (1931년에 처음 출간된 이책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가던 1918년부터 대공황의 신호탄이 된 1929년 주식폭락까지 10여년의 비공식 사회 문화사적 기록이다.)

1920년대를 떠올릴 수 있는 키워드는 다양하고도 이질적인데, 아마 동일한 제목의 영화에서 따온 Roaring Twenties 가 그 중 가장 적절하게 20년대의 변화와 역동성, 다양성과 이질성을 이야기해주고 있을 것 같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무렵, 미국인들에게는 유럽의 문제에는 간섭하지 말았어야한다는 고립주의 (isolationism) 인식이 팽배해졌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한편으로는 불관용이라는 시대적 키워드와도 일맥상통했다. 남북전쟁 직후 재건시대에 활동했었던 KKK단이 부활했다. 과거의 KKK가 해방된 흑인들과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노예해방론자들을 린치 타겟으로 삼았다면, 1920년대에 부활한 KKK는 흑인과 남,동부 유럽 출신 신규 이민자들, 유대인들과 카톨릭, 그리고 심지어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까지 모든 “비미국적”인 그룹들에 대한 혐오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할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민족적 각성과 흑인예술문화의 부흥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1차대전 무렵, 몰락한 농촌을 떠나 일자리를 찾아 도시 언저리에 자리잡은 흑인 인구가 증가했던 것이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이시기가 재즈의 시기이기도 했던 이유는 백인들도 흑인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던 까닭이다.

불관용의 시대였지만 여성들의 드레스 코드에는 상당한 관용이 발휘되었던것도 같다. 당시 “신여성”의 드레스 코드는 플래퍼(Flapper)라고 불리우는데, 바람이 불면 말려 올라가는 짧은 치마와 짧은 머리, 긴 담배 등의 이미지 등을 떠올려보면 된다.

뉴딜 시기 철회된 수정헌법 18조 (1918년) 덕분에 1920년대는 금주법이 존재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문에 밤마다 뒷골목에서는 밀주를 둘러싼 알력과 이권다툼이 굉장했다. 그곳에는 경찰력도 미치지 못했다. 알 카포네로 기억되는 갱스터 문화도 바로 1920년대의 중요한 한장면이다.

개혁주의(Progressivism)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대신 사람들은 보수로 회귀하기를 택했고, 하딩, 쿨리지, 후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공화당의 시대를 만들었다. 세 공화당 대통령은 (이유야 어쨌건간에) 독점을 규제 혹은 철폐하려고 했던 20세기 초반 시오도어 루즈벨트나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는 달리 공공연한 자유방임 정책을 택했던 대통령들이었다 (덕분에 미국 경제는 안으로 곪고 있었다).

재즈의 시대, 불관용의 시대, 보수의 시대, 금주법과 조직폭력배가 공존하는 시대, 위대한 개츠비의 풍요와 농촌의 몰락, 주식의 활황, 그렇지만 그로인해 다가올 위기의 시대. 이 모든 이질성의 배후에 숨쉬던 배금주의와 소비주의의 문화가 역동적이고도 위태롭게 대공황을 예고하고 있었다. 아마 최근 몇 년 새 이야기되는 경제 위기의 예고편도 그렇게 탐욕의 문화 속에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위기는, 겸허하게 탐욕에 전염되었던 과거를 돌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구!”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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