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되찾는 비용 ‘저커버그 세금’
보스톤코리아  2012-02-10, 02:00:58 
편/집/국/에/서

자수성가의 대표격이자 1%중의 1%인 마크 저커버그의 모든 행동이 화제를 낳고있다. 최근엔 그의 이름을 딴 <저커버그 세>도 화제가 됐다. 워낙 많아 현실감이 없는 액수의 돈을 벌어 들였으니 세금도 화제다. 하지만 실제 <저커버그 세>에는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깔려있다.

지난 주 주식공개를 발표한 페이스북의 주식이 올해 말 공개 상장되면 저커버그의 재산은 약 28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그중 그가 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옵션을 행사하는 경우 이를 연봉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약 20억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사상 최대의 납세 금액이다.

하지만 나머지 230억달러에 대한 세금은 어떻게 될까? 저커버그가 그 주식들을 당장 팔지 않고 이를 담보로 수백억을 대출해 사용한다면 그는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오라클의 최고 경영자 로렌스 엘리슨은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10억 달러를 대출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트를 구입했었다.

저커버그가 평생 주식을 팔지 않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경우 자녀들은 사후 주식가치가 올라간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1997년 애플에 재합류 한 뒤 한 주의 주식도 팔지 않았다. 그의 사후 모든 주식은 거의 부인이 물려 받았지만 20억달러에 달하는 주식 상속에도 전혀 세금을 내지 않았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2010년 동안 9천만 달러를 벌었다. 수수료나 로열티이기 때문에 최고 세금 부과대상에 속하게 되므로 그는 무려 3천만달러의 세금을 부담해야 됐다. 왜 이리 불공평한 것일까. 미국의 세법구조가 소유재산을 팔거나 이자소득 발생 등 현실화 했을 때만 과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내 0.1%에 속하는 연소득 2백 20만달러 이상 또는 주식자산을 5백 70만불 보유한 개인 및 부부는 주식을 매매하지 않아도 이를 매매한 것으로 가정, 시장가격(marked to market)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 바로 <저커버그 세>이다.

세법 변호사 데이비드 밀러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해 제안한 이 <저커버그 세>에 따르면 페이스북 주식이 공개 상장 될 경우 저커버그는 나머지 230억 달러에 대해서도 15%의 세금인 34억 5천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과세 후 주식가치가 하락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세금 환급한다.

밀러에 따르면 상위 0.1%에게 <저커버그 세>를 부과하는 경우 무려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세수를 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용세를 낮출 수도 있고 여러 연방 지출에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인 99.9%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금이다. 밀러는 “이 세금으로 인해 좀더 주식 소유자와 일반 세금 납부자 간의 격차를 좁히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 하면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부자증세, 계급투쟁 등을 바로 연상하는 보수층이다. 이들은 99%가 부자를 증오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99%가 증오하는 것은 부자가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다. 달을 보라고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고 있는 셈이다.

빈익빈 부익부로 부의 편중이 심화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병을 앓고 있다는 일련의 증세들이다. 병세의 근본원인인 부의 편중을 세금 법규와 각종 사회 법규를 통해 수술하지 않는 경우 미국사회 또한 어디로 갈지 모른다. 부자들에게 최소 30%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버핏세>와 <저커버그세>는 현재의 병든 자본주의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조치들이다.

지난 일요일 슈퍼볼은 예상대로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억1130만명이 이 경기를 시청했으니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경기를 봤다. 광고료도 상상을 초월한다. 30초짜리 광고 한 편에 350만달러를 받았고 전체광고가 100개가 넘었으니 경기를 중계한 NBC방송은 슈퍼볼 하나로 4억달러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보스톤 팬들에겐 가슴이 아픈 결과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마음을 졸이게 하는 흥미로운 경기였다. 한 패스에 의해 승부가 갈라지니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다. 그러나 풋볼만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아닌데 왜 풋볼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월등한 인기를 누리는 것일까.

풋볼의 인기 비결 분석 중NFL모든 구단이 TV 중계권료를 균등하게 나누게 한 것이라는 해석이 귀를 솔깃하게 한다. 보스톤, 뉴욕과 같은 빅 마켓 팀과 뉴올리언즈, 그린베이 같은 스몰 마켓 팀이 균등한 돈을 받음으로서 인재가 편중되지 않고 고루 분배되게 만들었다. 실력편차가 크지 않은 팀들의 치열한 경쟁이 흥미를 끌어 올렸기 때문이란 것이다.

초반부터 점수 차가 벌어져 모든 게 예상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가난한 사람들도 많은 돈은 아니지만 늘 어느 정도의 돈을 ‘버는 맛’을 느낄 수 있고 중산층도 더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으며 부자들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어느 정도 균등한 사회. 부가 일부에게 편중되어 있는 사회에 비해 훨씬 건강하고 꿈이 있는 사회다.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하면 매일 매일이 흥미로운 삶의 연속일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본체다. 버핏세, 저커버그세 등 이런 제안은 결코 사회주의, 계급투쟁 얘기가 아니다. 꿈을 되찾는 비용이다. 하물며 바둑도 실력 차가 나면 몇 수 접고 두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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