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붕우 (老朋友)
보스톤코리아  2013-09-30, 11:33:33 
후배가 흥분하고 있었다. ‘형, 내가 엔진오일을 갈아 줄께’ ‘내 차도 내가 방금 갈았거든’ 전화선을 타고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마지 못해 ‘그럼  그래’라고 허락했다. 득달같이 그가 왔다. 엔진오일까지 제 손으로 사가지고 왔다.  보도 위에 자동차 한쪽 앞뒤 바퀴를 올렸다. 그 수 밖에는 없는데, 차체를 얼마간 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엔진 밑 나사 마개를 풀고, 헌 오일을 일단 뺐다. 그가 숙련된 정비공 만큼 능숙해 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일을  더 들이 붓고 있었다. 내 메캐닉은 계속 스틱을 뻬어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얼굴에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져 갔다. ‘어어, 이상한데.’ 그가 고개를 차 밑으로 넣었다. 그리고 기름묻은 얼굴에 옹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이 씨, 마개를 막지 않았네.’ 너무 흥분한 나머지, 헌 기름을  빼고는 밑으로 향한 꼭지를 다시 잠구지 않았던 거다. ‘밑빠진 독에 오일 붓기’가 되어,  넣는 기름은 하염없이 빠져 내린거다. 꼭지는 잠겨 있어야  기름이 새지 않는다. 

일하면서 그가 투덜댔다. ‘ 차를 샀는데, 왜 아무도 차샀냐고 쳐다도 안보는거야?’  아직 한국에선 젊은 나이에 제 차를 갖기 쉽지 않을 때다.  당연히 후배 차도 미제 중고에, 8기통, 탱크에 버금가는 배기량을 자랑했다. 게다가 크기는 오죽 큰가. 육중하며 리무진 버금가게 길었다. 하긴 타면 안락하긴 했다. 캐딜락만큼 컸으니 말이다. 나이가 평균 오년.  나이든 차, 노차老車인거다. 하지만, 이정도면  우리에게는 거의 신차 축에 끼었다. 당시에 5년이면,  갈아야 하고 고쳐야 할 것들이 매달 나와도 말이다. 무슨 펌프는 그렇게도 많은지. 오일 펌프, 워터 펌프, 스트어링 펌프. 차 색깔은 시작이 회색이었는지, 갈색이었는지 추적할 수 없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더욱 엔진오일은 엔진에 남아 있지 못해 줄줄 길바닥으로 흘렀다. 엔진 대신 길바닥을 윤택하게 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차들은 항상 프레쉬한 오일로 자주 채워 줘야한다. 엔진오일만은  항상 진초록에 신선도 만점 청춘이었다. 어떤 친구는 항상 엔진오일 한케이스를 트렁크에 싣고 다녔다. 개소린을 넣는 것 보다 더 자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청춘유지비용은 개솔린 값보다 더 비싸다. 트랜스미션 오일을 나는 싣고 다녔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름치고, 오일 넣고, 조이고, 열심을 다해 닦았다.  아메리칸 드림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 마이카 시대가 도래했다. 

노老라 하기에 ‘늙음’으로 해석했다. 내가 배운대로, 쓰던대로 번역했던 거다. 그러니 노붕우老朋友라면 늙은 친구가 된다. 헌데, 중국본토(?)에선 “옛’으로 통용이 되는 모양이다. 하긴 늙은 친구라 한다면 대단히 어색하다. 중국에서 한국대통령을 보고 말했단다. 노붕우老朋友에 오래된 친구라고 말이다. 

더 이상 한국대통령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미국판 용비어천가 될까 슬며시 걱정이 앞선다. 
친구는 오래된 친구에 맥주는 오비라 했는데, 자동차는 오래되면 왜 새차보다 더 값이 떨어지는가. 앤틱 수준에 이르지 못하니 그럴 거라 적당히 얼버무린다.  노붕차老朋車라 할까?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요한 18:1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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