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그 고통에 대하여(I)..."
보스톤코리아  2014-03-20, 19:05:14 
테라피 치료를 요청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오는 ‘관계’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과 자식간의 충돌, 부부의 갈등, 연인사이에서 오는 오해, 상사와 동료들의 무시, 형제간의 싸움, 친구의 배반 등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때문이다.  

관계의 어려움은 어디서 오는걸까? 마음 안에 있는 “집착”이 원인이 아닐까? 집착은 고통스럽다. 너무 고통 스러워, 흩어진 마음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마음을 잡으려 할수록, 집착이 더 생긴다. 

왜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의 이유가 집착인 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이드는 이런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행동을 한다고 한다. 자기 이고(Ego)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 이다.   

아픈 상처를 가리려, 사람들은 방어기제의 가면을 쓴다. 이 방어기제의 하나로, 상처가 없다고, 부정(Denial)할 수도 있고, 상처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왜곡(Distortion)일 수도 있고, 겉으로는 슬퍼하지만 안으로는 복수의 칼을 가는 소동공격(Passive-Aggressive)일 수도 있고, 신체에 병이 생기는 신체화(Somatization)일 수도 있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게 되는 퇴행(Regression)일 수도 있다. 

혹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화를 전이시키는 전치(Displacement), 투사(Projection) 일 수도 있고, 생각하고 싶지 않기에 마음에 뭍어두는 억압(Repression), 남이나 자기의 행동을 지나치게 통제(Controlling)하려 하거나, 상처에 대한 이성화(Rationalization), 상처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행동하는 해리(Dissociation)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상처를 지성인의 행동을 모방한 지성화(Intellectualization)로 방어할 수도 있다. 

집착의 원인은 아픔을 제대로 풀지 않고, 묻어두었기 때문이다(고착:Fixation,억압:Repression). 

상처가 올 때마다 상처를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덧 씌우고, 그 위에 다시 가면을 씌웠다. 그리하여, 상처가 집착으로 변화함을 모른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과거의 묻어둔, 골 깊은 상처들로 가려져 있다. 그  골 깊은 상처안에는 그 크기만큼의 집착 에너지가 있다. 아주 큰 힘이다. 하지만,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한, 과거의 상처와 허상적인 미래로 향하여 있어,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니다. 

‘조바심’, ‘불안감’, ‘증오’, ‘의심’의 부정적인 에너지로 형성되어 있다. 욕심때문에, 시야가 협소한 ‘터널 비전’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조급증’과 ‘과욕’이 합쳐지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해서는 안되는 일과 관계, 자신의 능력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일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끝이 처절하다. 극에 달한 고통이다. ‘공지영’ 작가는 말한다. “고통이 극에 달하면 벗어날 길은 단 두 가지다. 미쳐버리든지, 해탈을 하든지...”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조각가 ‘로댕’과 젊은 제자, ‘까미유 끌로델’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43살의 로댕은 이미 20년동안 자신의 곁에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해온 ‘로즈 베리’라는 여인이 있었다. 

하지만, 내면에 불꽃같은 열정을 지녔고,  아름답고, 똑똑한 천재 조각가인 19살 까미유의 매력에  매료 되어, 로댕은 사랑에 빠졌다. 까미유는 로댕의 마음, 그의 예술, 모습을 그대로 사랑했다. 반면, 로댕은 까미유를 사랑하면서도, 그녀가 가진  재능, 생의 열정, 자유로운 용기를 선망했다. 

10년을 사귀는 동안 까미유는 로댕에게 당당하게 결혼을 요구했지만, 로댕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로즈 베리’을 버리고 나서 파생되는, 사회의 지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자신이 쌓아온  탄탄한 사회적 지위와 명성과 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로댕은 자기의 계산법에 의해,  까미유를 버렸다. 까미유는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어 로댕을 사랑했지만 맞바꾸어진 대가란, 배신감, 비참함, 모멸감, 수치감이었다. 

그 누구보다 자기를 먼저 지켜주어야 할 사람이, 누구보다 앞장 서 형벌을 내린 것이다. 사랑이 치욕으로 변하는 이 경험은 사람으로 태어나, 평생 경험 해 보지 않아도 되는 상처가 아닐까?

그 이후, 까미유는 피해의식과 로댕이 자기 그림을 표절하고 훔쳐 갔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혔다. 그녀의 분노가 과대망상으로 발전한 것이다. 결국 부모님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그 이후, 그녀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단 한번도 그녀를 방문하지 않았다. 30년 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쓸쓸히 숨을 멈출 때까지였다. 그녀의 열정적인 생의 열망은 로댕을 원망하는 배신감으로, 차가운 병원 공기와 함께 응고되었고, 그녀의 빛나던  눈빛은, 비통한 눈물로 피물이 들었다. 

그녀의 부모는 태어난 지 2주만에 죽은 아들에 대한 아픔과 죄의식을, 그녀에게 ‘까미유’라는 양성적인 이름을 주는것으로 대체했다. 무의식적으로 아들의 죽음을  까미유의 탄생과 연결시킨 것이다. 

아들의 죽음을 그녀의 탄생으로 전치(Displacement), 투사(Projection) 시킨 것이다. 그녀를 미워했고, 한 번도 안아주지 않을 만큼 냉정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둘째 딸 루이즈에게만은 달랐다. 애정을 쏟아주는 편애된 사랑을, 까미유는 보아야만 했다. 

까미유는 이미 어린시절부터, 무의식적으로 억압되어진, 깊은 상처를 마음에 지니며 살아온 것이다. 어머니에게서 사랑받고 싶어했던 그녀의 집착은, 로댕을 사랑하는 것으로 전이되었다. 

하지만, 해서는 안되는 관계였다. 버리지 못한 과거의 상처를 통한, 억압된 에너지는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억압된 사랑을 통해 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나쁜 관계에 집착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로댕은 처절하게 그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녀의 집착이 두려웠다. 그들의 이기심, 그들의 조건적인 사랑법은 그녀의 깊은 상처로 인한  집착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회피(Avoidance)라는 방어기제로, 이해 조차 시도하지 않으려 했을 수도 있다.
(다음호에 계속)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Private Practice: 1330 Beacon St. Brookline, MA 02446
37 Fruit St. Worcester, MA 01609,
508-728-0832
yeungmiaj@gmail.com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애쉬빌 스쿨(Asheville School) 2014.03.20
정준기 원장 교육 컬럼
신영의 세상 스케치 439 회 2014.03.20
자유로운 영혼의 노래를 부르며...
AP 준비하기 (2) 미국이라는 정체성: 논쟁과 전쟁, 그리고 논쟁: 1763~1801 <2> 2014.03.20
오늘, 다시 읽는 미국사
"집착, 그 고통에 대하여(I)..." 2014.03.20
양미아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미국인 36% 노후대비 저축액 100만원도 안돼 2014.03.20
(뉴욕 = 연합) 오현숙 기자 =  현재 일을 하는 미국인 10명 가운데 4명가량은 노후를 위한 저축이 1천달러(107만원가량)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