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완벽히 편집을 해도, 원본은 없어지지 않는다' -한국 메르스 확산을 우려하며-
보스톤코리아  2015-06-08, 11:40:53 
지금 한국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갈수록 확산되어 가고 있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감염병보다 더 빨리 달린다'는 금언처럼 한국은 잘못된 정보와 루머로 점점 혼란에 빠져들어가고 있어 깊은 우려가 느껴진다. 한 예로, 강남 대치동에 거주하는 A씨는 메르스가 처음 발생했다는 지역에 골프 외출을 했다가, 현지 보건소의 메르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만약, 정부가 메르스 발생 직후 이 위험을 편집없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주었다면, A씨는 11일 까지 자가격리를 받을 필요가 없었고, 이 소문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메르스 공포 현상’이 대치동을 강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학부모들이 휴교를 해달라고 전화를 하도 많이 걸어, 교무실 업부가 마비될 필요도 없었고, D초등학교와 여러 학원이 휴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B병원 메르스 감염자들이 증상 발현 후, 뒤늦게 격리된 것은 한국 보건당국이 얼마나 허술하게 메리스 발생의 원본을 편집했는가를 의미한다. 결국, 2차 감염자에 대한 격리가 늦어지면서 메르스 감시 대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메르스로 인한 격리자가 1천300명을 넘어섰고, 이중 감염 의심자가 4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듀사’ 는 ‘예능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고스란히 담은 리얼리티 드라마’로 PD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편집에 대한 장면과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탁예진(공효진) PD는 오랜 친구 관계인 라준모(차태현) PD를 연애 감정으로 혼자 좋아하며 힘들어 하다가, 술 기운에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털어놓고 만다. 아침에 깬 후, 라 준모가 혹시 술이 취해서 자신의 말을 알아 들었는지가 궁금했다. 부하 직원인 백승찬(김수현) 신입 PD에게 사실여부를 알아올 것을 명령한다. 

라준모가 기억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몇 번 시도하던 백승찬은 탁예진에게 묻는다. “라 선배가 왜 기억을 꼭 못 하셔야 합니까? 선배님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으면, 라 선배가 기억을 하던 안 하던 무슨 상관인가요? 만에 하나 선배님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라선배는 더욱 더 기억을 하셔야 합니다.” 탁예진은 말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나의 진실한 마음을 이야기 했는데, 아무런 반응을 안 보이거든, 기억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나의 진심을 편집해버린것이 아닐까?”

사실 라준모가 다 기억하고 있음을 알고 난 후, 백승찬은 말한다. “혼자서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분이라면 그 마음 알아놓고는 이렇게 모른 척, 술 취해서 아무것도 기억 안나는 척 거짓말로 편집을 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편집을 했어도 원본은 남으니까요.” 

편집이란 '화면 조각 하나를 다른 하나와 단순히 접합시키는 작업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제거해 내고, 맘에 드는 장면들을 이어가는 것이 편집의 가장 기본된 속성이다. 드라마, 소설, 영화같은 가상의 세계에서는 편집을 어떻게 하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가상세계가 아닌 사람과 더불어 사는 현실의 삶에서 관계를 자꾸 편집해서 살고 있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 사람들은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에 빠져들어 갈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리플리 병' 또는 '리플리 효과' 라고도 한다.

리사는 테라피를 통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깊은 상처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녀는 대학교 때 유럽 여행을 갔다. 원나이트 스탠드의 관계를 맺었다. 미국에 돌아와 몇 달 후, 임신여부를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는 것에 두려움, 창피함에 혼자 몰래 임신 중절을 단행했다. 아무도 모르고 자신만 알고 있는 임신중절 사실을 철저히 은닉하여 편집시켜버리면, 그녀가 겪었던 이 고통의 원본 사실은 삭제된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자신도 모르게 근 250 파운드가 넘을 정도로 살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남친을 사귀는 일에 자신이 없어지며, 공부와 일에 매진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서른 초에 이미 그녀는 한 은행의 부 지점장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어도 자신의 비만은 항상 걸림돌이 되었다. 친한 친구들이 결혼과 가정을 갖기 시작하면서, 리사는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녀는 점점 더 외로워지면서 불안증과 우울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녀는 임신 중절 이후, 성당을 가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임신중절은 잘한 일이었다고 믿지만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하느님을 구태여 찾을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이렇게 그녀의 편집된 원본은 몇 번씩 더 편집과정을 겪었고, 결국은 무엇이 원본인지조차 구분을 못하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무의식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죄의식이 감당하기 힘들어 그녀에게 있었던 이 엄청난 사건을 망각으로 지워버렸고, 그녀가 편집한 허구를 진실이라 믿는 ‘리플리 증후군’에 빠지게 했다. 남자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게  비만으로 자신을 단죄하며 연애를 거부했고, 섹스리스가 되어 ‘성’관계를 거부했다. 너무나 기막혔던 자신의 실수를 식구들과 친척들이 알까, 공부와 일만 하는 모범생이 되어 칭찬을 자자하게 들으며 살어왔다. 이렇게 행복한 척 자신을 편집했건만, 그녀의 원본의 죄는 씻어도 씻어지지 않는 채 그대로 있으면서 그녀를 불행하게 했다. 자신의 원본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살이 저절로 빠지기 시작했다. 일 년의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그녀는 무려 80파운드가 빠졌다. 다시 매력을 되찾으면서 그녀는 데이트를 하는 것에 자신을 얻기 시작했다.  

사는 것에 권태감이 온다는 브라이언이 테라피를 요청했다. 그는 몇 년 전, 내연녀와의 불륜 관계가 있었다. 부인에게 불륜 사실이 발각되자마자, 내연녀를 집착녀로 만들어서 매정하게 관계를 정리했다. 그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수가 없었다고 했다. 또한 가정을 지킨 것은 너무나 정당하고 잘한 일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연녀가 마치 자신을 스토킹을 한 마냥 모든 죄를 덮어 씌우며 끝을 냈던 자신의 비겁함이 자꾸 되살아나 괴롭다고 했다. 사랑하는 두 아들과 자신이 이룬 성공을 잃을까 두려워 부인 앞에서 텍스트를 보냈다. 그녀의 집착으로 자신의 가정에 위기가 온다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밀어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연녀는 침묵했다. 차라리 욕이라도 했다면 훨씬 덜 괴로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편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본은 그대로 저장되어 자신을 지키는 것을 힘들게 했던 것이다.

라준모는 편집에 대해 "더 좋은 걸 위해서 그냥 좋은 걸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라며 "안 그러면 둘 다 잃게 될 수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혹시, 라준모가 이야기 한 것처럼 한국 정부가 메리스 발명의 원본 사실을 삭제하는 이유가 국민의 공포심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편집해서 이야기 한다면, 한국 국민들의 공포심은 더욱 가증화 하여 갈 것이다. 널리 대중화한 SNS의 사용은 잘못된 정보와 루머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 쳇 등 수많은 SNS의 정보는 현실과 가상공간의 ‘나’ 사이의 괴리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상세계의 편집에 빠져들어가며 리플리 증후군을 겪게 될 수 있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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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Fruit St. Worcester, MA 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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