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정상회담으로 들어가 정상의 시대로 나오자
보스톤코리아  2018-04-26, 21:48:22 
이민 와 살아보니 사람 사는 것은 어느 곳이나 거의 같다. 여전히 인간관계가 삶의 중심이다. 경제적 이익은 어떤 인종이건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맛있는 음식은 어느 나라 음식이든 맛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인 미국에서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람이란 핵심을 싸고 있는 다른 모양들은 문화일 수 있고 다른 언어일 수 있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사람 사는 행태는 결국 같다.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것은 ‘같다’라는 동질감에서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이질감을 인정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전향적인 남한관계 그리고 국제사회 등장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고조시켰다. 북한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스개 말이 되고 말았지만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북한에는 늑대가 사는 줄 알았다. 교과서에서 보는 모든 북한군은 늑대였다. 중학교 시절에도 이런 관념을 떼어내지 못했다. 아마 상당수 한인들은 여전히 북한 지도부가 늑대의 탈을 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한 북한 연구원의 보고는 경이적이었다. 북한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언어가 같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사람 사는 곳이었다. 북한에도 이미 자본주의 물결이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 이야기다. 구획으로 정리된 장마당에서는 여러 가지 물건이 거래된다. 그리고 의례적인 단속을 피해 장마당 뒤에 있는 주택가에서는 한국의 드라마, 각종 중국제품 등이 비법으로 거래된다. 과거70-80년대 양담배 등 밀매 거래처럼 합법, 비법적인 상거래가 활발하다. 북한에서는 합법, 비법, 그리고 불법이 있다. 비법은 북한의 경제를 움직이기 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북한의 핸드폰(손전화)은 2G 폰과 스마트폰을 합쳐 약 6백여만대다. 북한의 스마트폰(지능형손전화)은 아리랑과 평양이란다. 2천여만 북한 주민을 고려할 때 거의 모든 성인은 핸드폰을 소유했다고 볼 수 있다. 제한적이지만 인터넷도 된다. 일부 한국의 탈북자들은 현재 중국폰을 통해 북한의 친구들과 전화를 주고 받고 있다. 즉 북한에도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짓눌린 통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 경제 병진노선을 택했던 것은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시대적 요구를 마냥 누르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김정은의 입장에서도 굳이 고립된 나라에서 칩거하고 숨어 지내는 것보다는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고 욕망도 우리와 같다. 같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다른 것들도 볼 수 있고 상대를 인정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남북은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27일 시작한다. 아기의 걸음마처럼 비틀거릴 것이고 자주 넘어질 것이다. 이것으로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아이를 보는 어른의 눈에서 남북 회담을 기대한다. 이어지는 북미회담까지 새로운 이정표가 설정되기를 기대한다. 북한정권의 생존이 그 목표라면 충분한 정권 보장과 핵 전면폐기가 일시적인 눈가림이 아닌 철저한 시간표 아래서 진행될 수 있는 회담 결과가 나오기를 학수 고대한다. 

결코 통일이란 단어까지 꺼내고 싶지는 않다. 성급한 통일 논의는 오히려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될 수 있다. 그전에 정상화가 필요하다.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북한의 국가와 체제를 인정하고 북한도 남한과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 북한을 ‘주적’이 아닌 국가로서 인정해야 하는 작업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남한은 헌법을 비롯한 기타 법령을 정비해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 같은 법령 제정 작업과정에서의 국가적 토론과 합의 반대여론의 존중 의견조율 등이 필요할 것이다. 방향만 합의한다면 진도의 빠르고 느림, 적고 많음은 큰 의미가 될 수 없다. 

북한은 완전히 핵을 포기하길 바란다. 정상생활을 위해 치러야할 희생이다. 핵포기의 대가로 체제안정과 경제지원을 받아 중국처럼 경제적 강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굳이 남한에 북한 폐망시 생기는 탈북 난민, 통일 비용 등의 민폐를 끼칠 이유가 없다. 북한의 우수한 인력, 풍부한 지하자원을 고려할 때 남한 등과의 적극적인 경제협력과 교류를 통해 빠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한에 부담이 아닌 저렴하고 고숙련 된 인력, 지하자원, 미사일 기술을 통한 우주 개발 등의 혜택을 주게 된다. 남한에도 새로운 경제 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공존 상대로 여기고 진정한 북한의 변화 모습을 인정하자.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북한도 추구한다. 정상회담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남, 북한 모두 정상이란 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소득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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