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연탄
보스톤코리아  2019-02-11, 11:48:27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다. 일월도 아닌 이른 초봄까지, 연탄가스 조심하란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연탄가스는 일산화 탄소이다. 어지럽고, 메스꺼우며, 두통을 동반한다. 그건 내가 안다. 그날 새벽 나도 그것에 중독되었다. 학교를 결석할 수밖에 없었다. 김치국물을 마셨는지, 박카스를 마셨는지 기억할 수없다. 아마 냉수는 마셨을 것이다. 그게 삼천리 연탄이었나 그것도 기억할 수없다. 연탄이 타고 나면 연탄재가 남는다. 안도현 시인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이월은 징검다리 달이고, 건너가는 달이다. 이월이면 방학도 아닌것이, 학교안도 고요하여 가라앉을 때다. 교실안은 추운듯, 썰렁한듯, 그저 새학기 새학년만 고대하는 시기였다. 교과서는 끝냈을 것이고, 선생도 학생도 모두 긴장감없어 느긋할 때 인거다. 하지만 불없는 조개탄 난로는 썰렁하기만 했더랬다. 교무실만 등사판 잉크냄새와 더불어 따뜻했고, 시끌했다. 

담임선생이 말했다. 무지 춥지 않다면, 난로를 피울수 없다. ‘화재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래된 교사는 대개 목조였을 적이니 말이다. 게다가 책걸상이며, 마루바닥은 모두 나무가 재료였다. 또한 아이들이 불을 관리해야 할진대, 그건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했다. 화재위험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책정된 난방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건 나중에 알았다. 빤한 예산덕에, 조개탄창고는 항상 달랑달랑했지 싶었던 거다. 당번이 받아오는 조개탄은 낱개로 세어 받아올 정도였을 것이다. 

 난로위에서 데워지는 누런색 물주전자는 정겨웠다. 누런색 도시락 밥과 김치익어가는 냄새도 구수했다. 점심후, 5교시엔 음식점 주방안과 다름없는 김치볶음냄새가 진동했다. 한편, 점심후 아이들 향해 공격해 오는 식곤증을 막아낼 비책은 없었다. 

한국 군대막사안 난로는 여전히 활활 타고 있을 것인가. 아마 그럴것이다. 삼월중순까지 난로를 땠으니 말이다. 난로는 뻬치카라 불렀는데, 러시아 난방시설을 모방했다 던가. 난로는 조개탄을 태운건 아니었다. 석탄가루를 진흙과 같이 물에 이겨낸, 검은색 덩어리였다. 보기와는 달리 화력은 대단했다. 불을 잘 관리할 줄 아는 병사는 ‘뻬치카 당번’이라 불렀다. 귀여움을 독차지했으며, 막사안의 보배였다. 문제가 아주 없던 건 아니다. 아침이면, 모두 콧구멍이 새까맸더랬다. 석탄가루 먼지 속에서 잠을 자야했기 때문이다. 그 많던 석탄가루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말이었다. 고3학생들이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세명이 숨졌다. 참변이었는데, 대학수능시험을 끝낸뒤였다. 안타깝다. 돌아간 학생들의 명복을 빈다. 

자신은 구원을 받되 불 가운데서 받은 것 같으리라 (고린도 전서 3: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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