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배와 소그드 사람들>
보스톤코리아  2019-07-15, 10:30:02 
기마 인물형 토기 각배(국보 275호)
기마 인물형 토기 각배(국보 275호)
각배(角杯)는 짐승뿔로 만든 뿔잔으로 그리스에서는 Rhyton이라고 부른다. 각배는 BC 4세기 이전에도 희랍과 스키타이를 비롯한 유목민들이 쓰던 술잔이었다. 이것을 그리스인들이 신화로 승격 시킴으로 로마에 전승됨은 물론이고 헬레니즘 문화의 특징을 나타내는 공예품으로도 선호하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뿔은 풍요를 상징한다. 그래서 각배는 행복을 가져다 주는 풍요의 잔으로 숭상하였던 것이다.

이는 BC 330~323,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을 계기로 헬레니즘 문화의 동진 선상에서 한반도에서도 각배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상한 점은 신라, 가야에서는 일절 볼수 없고 중국에서도 별반 볼수 없다는 점이다.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이미 석탈해 왕때 (AD 57~80) 각배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 내용이 이렇다. 어느날 석탈해는 동악(東岳)에 올라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심부름꾼을 시켜 물을 떠오게 했다. 심부름꾼이 물을 떠가지고 오다가 제가 먼저 마시고는 탈해에게 드리려 했다. 그러나 각배 한쪽이 입에 붙어 떠어지지 않았다. 이를 보고 탈해가 심부름꾼을 꾸짖자, 그는 맹세하기를 앞으로는 감히 먼저 마시지 않겠다고 하자 비로서 각배가 입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각배는 나라마다 사용하는 목적을 달리하고 있었다. 예전에 이스라엘에서는 왕의 대관식때 각배에 기름을 담아 왕의 머리에 뿌리는 의식을 했었고, 스키타이에서는 전쟁때 전우들의 피를 섞은 술을 각배에 담아 마시며 병사들의 전투 의욕을 올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위지 동이전에 행상(行觴)이라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는 각배 한개를 여러 사람들이 서로 돌려가며 술을 마시는 풍속이었다고 한다.

복천동 마두식 각배 (보물598호)
복천동 마두식 각배 (보물598호)
 
1973년 부산 복천동 7호분에서 두점의 말머리 모양의 마두식 각배(馬頭飾 角杯)가 발굴되었다 (보물 598호).
점토를 빚어 만든 5세기경의 각배였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란의 북쪽에 있는 투르크 메니스탄의 "니사"에도 거의 똑같은 모양의 마두식 각배가 있다는 것이다. 왜 똑같은 모양의 각배가 부산 복천동과 니사에서 발견되었을까? 이것은 스텝시역의 기마민족간의 접촉과 민족 이동과정에서 비슷한 모양의 각배가 전파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마두식 모양의 뿔잔은 고대 그리스, 페르시야 등지의 뿔잔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BC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을 계기로 그리스 문화와 페르시아 오리엔트 문화가 만나서 헬레니즘 문화가 탄생하였다.

헬레니즘 문화의 발상지는 유럽의 어느 곳이 아니고 서아시아와 중앙 아시아 지역인 파르티아에서 시작되었다 (BC242~AD226).
파르티아는 이란계 유목민들이 세운 나라로 중국 이름으로는 안식(安息)국이라고 불렸다.
예전 파르티아의 수도였던 "니사"에는 헬레니즘 문화의 상징이었던 그리스의 유리병, 은동제 에로스상, 그리스 아테나상, 그리고 40여점의 각배가 투르크 메니스탄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니사"의 마두식 각배도 이곳에 소장되어 있다. 이들 각배들은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유물로 신라, 가야, 일본에까지 전해진 문명 교류의 사례가 되는 대표적인 유물인 것이다.

그들은 인도의 후추, 로마와 그리스의 유리제품, 페르시아의 은그릇, 그리고 가장 고가품인 중국의 비단을 독점하였다. 당시에 중국 비단의 무게와 은의 무게가 똑같은 가격이었다고 한다.

투르크 메니스탄 니사의 마두식 각배
투르크 메니스탄 니사의 마두식 각배
 
전세계에서 장사를 제일 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의례 중국사람을 일컫지만 장사에 도가 트인 사람들은 이란계 파리티아 사람들로 이들을 소그드인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중국사람들이 세로짜기 기법으로 비단을 짠다는 것을 알고 가로짜기의 대담한 문양을 넣어 비단을 만들었다. 경주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입수사자공작문석(立樹獅子孔雀文石) 역시 원 주위에 연주문을 그리고 나무와 공작 두마리를 그리는 소그드인들이 자주 쓰는 기법이었다.

대당 서역기에 현장 법사가 이르기를 소그드 사람중 절반은 상인들이었다고 한다.
경주 원성왕릉과 흥덕왕릉에는 눈이 깊고, 코가 크고, 수염이 많은 무인석상이 보이는데 오른쪽 뒤 허리에 찬 주머니는 소그드인처럼 유목민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처용가의 주인공이 조선시대때 간행된 음악이론서 악학 궤범에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역시 소그드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했던 소그드인들이 역사적인 전기를 맞이하게된 것은 안록산의 난이었다.
안록산은 소그드인 아버지와 돌궐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상인이었다. 그는 당나라 양귀비와 친한 사이였는데 안록산의 난이 실패한 뒤에 중국에서 대대적인 소그드인 숙청이 감행되어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부산 복천동의 마두식 각배는 소그드인들이 활약할때 사용한 물건이었다고 한다.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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