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84
화랑세기花郞世紀, 12세 풍월주風月主 보리공菩利公(3)
보스톤코리아  2019-08-01, 20:24:04 
하종의 고모인 숙명공주가 하종에게 신라의 대영웅인 자신의 아버지 이사부를 호신으로 삼으라는 분부가 화랑세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한번은 말하기를 “나의 아버지인 태종각간은 곧 너의 할아버지이다. 하늘에 다시 없고 땅에도 다시 없는 대영웅이다. 너는 마땅히 받들어 신神으로 삼아야 한다” 했다. 대개 아버지에게서 배우고 어머니에게는 배우지 말라는 것을 풍자하여 가르친 것이다. 하종공은 속으로 명석한 까닭에 그 가르침을 스스로 알았으나, 알아 듣지 못한 것처럼 한 것은 미실이 아시공과 옥진궁주를 호신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기록된 화랑세기의 내용은 신궁神宮에 모셔져 있는 인물들이 적라하게 등장한다.
[보리공이 처음에 하종공에게 속했을 때 신궁에 따라 들어가서 법흥과 옥진의 교신상交神像에 절을 하는데, 옥진에게 먼저 절하고 후에 제帝에게 절을 했다. 공이 옳지 않게 여겨 말하기를 “우리들이 오늘 귀한 것은 모두 선제先帝가 내려준 것인데, 어찌 그를 뒤로 합니까?” 했다. 하종공이 “선제 또한 말하기를 ‘억조창생이 나를 신으로 여기는데 나는 옥진을 신으로 여긴다’ 했으며, 영실공 또한 옥진궁주에게 먼저 절하고 나서 제帝에게 절했다. 이것이 그 상像이다. 대개 미실이 가르친 바이다” 했다. 공이 부득이 따랐다. 그 다음에 아시공에게 절했다. … 태종공苔宗公 …. 공은 또한 그 순서에 의심을 가졌으나 따지지 않았다. …하는 것은 모제母弟로서 어머니에게 불효하는 것이다. 하종공이 말하기를 “돌아가 숙명에게 말하기를 … 태종공과 더불어 …이 옳다고 말하라” 대개 양공兩公의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마음 … 이다.]

위의 기록으로 당시 신궁내부의 모습을 구현시켜 볼 수가 있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법흥왕과 그의 후궁이었던 옥진궁주의 교신상이다. 교신상이란 성관계를 하는 모습을 만든 조각이다. 신성한 신궁 안에 이런 상이 있다는 것이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신라의 역사를 조금 더 넓게 보고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을 알고 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옥진궁주는 법흥왕이 가장 총애했던 후궁이었다. 그는 정비 보도왕후를 말년에 비구니로 보내면서까지 옥진을 총애하였다. 옥진은 처음에 박영실의 부인으로, 그들의 혼례식에 법흥왕이 축하차 참석하여 그만 옥진의 미모에 빠져 옥진을 후궁으로 데려갔다. 박영실은 법흥왕의 누이 보현공주의 아들이다.

신라인들은 왕의 무덤 또한 ‘신궁화’ 한 것 같다. 현재까지 신라인의 무덤에서 남녀간의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조각한 토우土偶가 출토되고 있다. 이것은 살아서 신으로 추앙받던 이들의 상像을 신궁에만 봉안하지 않고 무덤에도 함께 묻어서 무덤을 ‘신궁화’ 한 것 같다. 
‘토우장식 장경호長頸壺’는 우리나라의 국보 195호이다(경주 국립 박물관). 경주시 황남동 미추왕릉지구의 계림로 16지구 30호분에서 출토된 이 특이한 항아리의 목 부분에는 많은 토우가 장식되어 있다. 높이가 약 34cm로 5 ~ 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토우들을 자세히 보면 악기를 연주하는 임신한 여인(다산을 기원), 그 옆에는 거북이(장수 기원), 그리고 뱀이 개구리 다리를 물고 있다(개구리는 수 많은 알로 번식 – 역시 다산, 뱀은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의미하고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남 – 인간도 죽음의 옷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서 영생). 그리고 항아리 몸체에는 세로로 다섯줄의 무늬를 연속해서 넣고, 사이에는 동심원을 연속해서 넣었다(동심원은 태양을 상징, 태양이 잘 쬐어서 농사가 잘 되라는 풍요를 상징). 토우들 중에서 지나칠 수 없는 한 쌍, 여인은 엉덩이를 내밀고 엎드려 있고 뒤에는 남자가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다. 여인은 다리를 벌리고 엎드려 후배위 자세를 취한 채로 얼굴을 살짝 돌리고 있고, 뒤에서는 머리와 오른팔이 부서진 남자가 팔뚝만큼 굵게 과장된 남근을 내밀며 다가가는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왼쪽으로 얼굴을 살짝 돌린 여인은 발그스름하게 상기된 얼굴에 히죽 웃는 모습도 잡힌다. 성행위 장면이지만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해학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이는 수명이 짧았던 고대인들은 종족을 보존하는 일이 가장 신성시되지 않았을까? 성의 결합은 새생명의 탄생이요, 이는 곧 망자의 새로운 탄생도 의미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토우는 무덤의 부장품으로써 고대인들의 소망인 영생과 부활, 자손의 번창과 풍요를 기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리와 하종이 들어간 신궁에는 법흥왕과 옥진의 교신상 외에도 아시공과 태종을 모신 데도 있다. 아시공과 태종은 마복칠성들이었고, 또한 태종은 지증왕-법흥왕-진흥왕 까지 신라의 중흥기를 이끈 대영웅이었다. 그들이 교신상처럼 조각이 되었는지, 화상으로 모셔졌는지 또는 위패처럼 모셔졌는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신궁에 묘셔져 신격화 되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www.gch.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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