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미스 아메리카
보스톤코리아  2020-01-13, 10:39:05 
 책을 읽고 있었다. 일반독자를 위한 과학관련 책이었다. 서평이 눈길을 잡았다. 한 대목이다.

‘ 전문지식에 젖어버린 과학자들이 과학의 엄청난 의미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시각과 관점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사람들이 요구하고 있는 시각과 관점이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가可呵. 모두 과학자 탓이요, 남탓이다. 듣기에 민망한데, 남을 탓하는 건 그사람 자유다. 하지만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중에서)

만화에 나오는 박사들 그림이다. 반백에 적당히 머리가 벗겨졌고, 배는 남산만하게 부풀러 있다. 꾀죄죄한 실험복에 펜은 왜그리 많이 갖고 있는지. 그리고 실험실에선 자주 터뜨린다. 사고를 내는 거다. 

신문기사 한토막이 눈을 잡았다. 올해 미스아메리카선발대회 소식이었다. 당선된 미스아메리카는 당연히 팔등신 미인이었다. 또한 약학과 박사과정중 학생이라 했으니, 재색을 겸비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있다. 크게 놀랄것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같이 실린 사진이 놀라웠다. 장기자랑이라 할것인데, 그가 무대에서 선보인 건 화학실험이었던 거다. 제법 연구실복색도 갖추고 있었다. 안전 안경과 고무장갑에 흰색 실험복이며, 긴 머리를 동여맨것이 그것이다. 실험실에서 일해봤으니 자연스러웠을터.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이다. ‘여성의 외모나 몸매가 아니라 재능, 사회적 영향력, 학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고등과학원 김정욱교수의 말이다. ‘대중언어와 과학자의 언어회로는 다르다.’ 과학의 엄청난 의미를 대중에게 쉬운 말로 전할수 있는 비법은 없다거다. 하지만  미스아메리카가 선보인 퍼포먼스가 자라는 아이들이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마 그럴것이다. 백마디 말보다 한번 보는게 나을 적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강사는 미모의 여선생님 아닌가. 만화에 나오는 박사들과는 사뭇 모습이 다르다.

사람을 외모로만 보지 않고 (마가 12:1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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