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은 썩지도 않을뿐더러 얼지도 않는다
신영의 세상 스케치 730회
보스톤코리아  2020-02-17, 10:25:19 
옛 어른들의 말씀에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적수역부(積水易腐)'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그것이 정치나 경제 그리고 종교에서 뿐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그렇다는 것이다. 요즘 각 세계 정치.경제 종교를 관심을 기울여 들여다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투성이다. 그 밑바닥을 유심히 관찰하면 욕심으로부터의 시작임을 금방 눈칠 챌 수 있다. 제대로 숲을 보려면 멀리서 바라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까이 있으면 그저 나무만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처럼 아수라장 정치권이나 세습으로 이어지는 대그룹과 대형교회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라니 말이다.

삶과 물과의 비유는 참으로 많다. 물은 그 무엇보다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의 기본적인 성질이 있고 그 흐르는 물을 우리 눈으로 직면할 수 있어 비유가 더 많다는 생각이다. 부드러움이나 여유로움을 표현할 때도 물을 비유할 때가 많지 않던가. 어느 것과 마주했을 때 맞부딪히지 않고 돌아 돌아서 자신을 길을 내어가는 것도 물의 성질인 까닭이다. 그러나 자연재해의 홍수로 인해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것 또한 물이지 않던가. 어찌 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생각의 골이 점점 깊어진다.

'흐르는 물'을 '우리네 삶'과 비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도 요즘처럼 자신의 특별한 창의적인 것(생각과 가치)을 찾아내어 표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 속에서는 말이다. 학습(學習)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멈추지 않고 물처럼 흐르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학습(學習)의 사전적 기본 의미를 찾아보면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 기술을 배워서 익히며, 또는 기능, 지식을 의식적으로 습득함을 말한다. 학습은 적응 행동의 습득, 보유(保有), 숙달(熟達) 등의 측면을 포함한다고 한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일은 육체와 마찬가지로 생각과 정신도 흘러야 한다. 굳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쉬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은 어제보다 더욱 나아진 오늘을 맞이할 준비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의 이름을 붙여 묵상이라고 하거나 명상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자신과 대면하며 깊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 깊은 나와 마주하다 보면 나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혜안이 열리는 까닭이다. 나를 제대로 알고 진정 사랑할 수 있어야 나 아닌 남을 사랑할 힘이 생기지 않겠는가.

누가 누구를 위해 산(희생)다는 말처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그것이 남편과 아내가 되었든, 부모와 자식이 되었든 말이다. 더 나아가 종교적인 관점에서 누구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의 욕심으로 인해 강퍅해진 마음에 신(神)이 주신 긍휼의 마음이 물처럼 흘러 나 아닌 다른 나를 만나는 것뿐이다. 그러니 마음이든 몸이든 굳어버릴 틈 없이 자꾸 흐르는 일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해본다. 작지만 나 아닌 다른 나를 위해 마음의 기도를 시작하고 도움 주기를 시작하다 보면 어느샌가 '나 자신'이 보이는 것이다.

무엇이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저 나 자신부터 시작하면 될 일이다. 처음에는 가족의 한 사람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더 나아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질 줄 아는 나이면 좋을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하나둘 관찰해보며 무슨 색깔이 제일 잘 어울리며 어떤 모양이 가장 잘 어울릴지 스스로 쉬지 않고 흐르며 관찰해내는 것이다. 자기만의 색깔과 모양과 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나 아닌 다른 이와 비교하기 때문에 나를 잃게 되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환경에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인 것을 잊지 말자. 계절마다 물의 형태는 달라진다. 사계절의 물을 생각해 보자. 봄의 물은 얼마나 신선한가. 온 우주 만물 속에 흐르는 물의 기운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여름의 시원한 계곡의 물줄기를 또 떠올려 보자. 이보다 더 시원한 일이 또 있겠는가. 가을은 어떤가. 겨울을 준비하는 생명들에게 맘껏 나누 주지 않던가. 겨울의 물은 낮은 기온으로 언다. 그러나 그 언 얼음 아래의 물은 멈추지 않고 흐르기에 얼지 않는다. 이처럼 흐르는 물은 썩지도 않을뿐더러 얼지도 않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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