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해 각자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캠페인에 동참하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733회
보스톤코리아  2020-03-09, 10:52:30 
온 세상이 난리다. '난리(亂離)'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부모님 세대에서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시거나 할 때 많이 사용하시는 낱말이다. 사고나 다툼 등으로 질서가 없이 어지럽고 소란스러운 상태를 말하거나, 전쟁이나 폭동, 재해 등으로 세상이 몹시 어지럽고 무질서하게 된 상태를 말함이다. 그렇다, 가끔씩 세계 여기저기에서 펑펑 터지는 지진과 화산 폭발 그리고 홍수로 인한 재해와 산불 등등 뉴스를 통해 듣지만, 내 조국 대한민국의 일이나 내 가족의 일이 아니면 우리는 그저 내 세상 밖의 일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때가 많았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코로나 19>가 3월을 맞으며 중국뿐만이 아닌 한국과 이탈리아 그 외의 나라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난리를 겪게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미국에서도 환자들이 하나둘 속출되고 있어 염려와 걱정이 인다.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괜찮다고 단언할 수 없는 병이기에 가족들끼리도 서로 청결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할 것은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닦으며, 기침을 할 때도 손바닥을 가리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옷소매로 가리고 해야 그나마 도움이 된다.

이처럼 어수선하고 무엇인가 혼돈의 시기에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청결이 우선이며 밖의 외출을 줄이고 외출하고 돌아와서도 겉옷은 밖에서 털어내고 세탁을 청결히 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별히 함께 모여 음식을 먹을 때에도 개인 앞접시를 사용해 서로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배려이고 예의가 된다. 요즘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독감이 유행일 때는 서로의 눈치 대신에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이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까탈스럽다든가 유별스럽다는 얘기를 듣더라도 말이다.

우리 현대인들의 바쁜 생활에서 평안할 때는 잊어버리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하고 함께 견뎌야 하는 때에는 내 가족을 그리고 친구를 친지를 떠올리게 한다. 더 나아가 사회를 국가를 생각하며 그 속에 속한 '나'를 다시 한번 추슬러 보는 것이다. 모두에게 맡겨진 역할이 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몫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가정에서의 아내나 어머니의 주부 역할의 표나지 않는 작은 몫의 부부일지라도 말이다. 그 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역할의 자리인지 다시 한번 인식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19> 소식에 벌써 몇 주 전부터 보스턴 인근에서는 여러 <한국학교>, <보스톤한민노인회>, <상록회> 등 여러 행사를 몇 주 미루고 있다. 그것이 서로를 위해 안전하고 평안하게 하는 이유인 까닭이다. 물론, 이 겨울을 집안에서 지내는 것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니 실천하는 것이 지혜롭다는 생각을 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이 어려운 시기를 서로 잘 극복하고 견뎌내면 모두에게 좋은 이야깃거리로 즐거움을 나눌 시간이 올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기독교인들에게 지난 수요일(2/26)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었다.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며,  재를 이마에 바르고 죄를 고백하며 그리스도의 고난을 40일간 묵상하는 사순절의 의미를 생각하는 때이다. 이처럼 시기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맞물렸으니 더욱 나와 더불어 이어진 관계들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 아닌 또 다른 나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이 어지러운 세계 속에 하나의 존재로 있음을 감사하며 혼돈과 어지러움 속에 있는 자연과 생명들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그 어떤 특정 종교인들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나 혼자만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던가. 자연과 사람과 생명을 가진 모두가 연합되어 함께 더불어 가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만났던 사진 한 장은 내 가슴을 아프게 후벼 팠다. 역사상 처음 남극 기온이 영상 20도를 넘어 이상 고온 현상으로 남극 펭귄들이 진흙으로 뒤덮인 처참한 사진 한 장을 봤던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하며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지적 누림 만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균으로부터의 공포는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마주하게 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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