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접동새
보스톤코리아  2020-04-20, 10:41:54 
작년 이맘때 였다. 주일 아침, 꽃비가 유난히 흩날리던 날이었다. 꽃잎이 봄바람에 흩어져 휩쓸리고 있었던 거다. 보스톤한인교회 1부 예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매주 만나뵙고 인사드리는 권사님이 말씀하셨다. 글은 매주 잘 읽고 있는데, 자주 인사못하네요. 수줍은듯 엷은 미소가 흘렀다. 

몸둘바를 몰라 허둥대는 내가 에둘러 말했다. 누님 권사님, 손 한번 잡겠습니다. 악수를 청했고, 인사겸 감사함을 전하고자 했던 거다. 그리고 덧붙였다. 파마머리 잘 나왔네요. 염색까지 하셨군요. 봄과 잘 어울립니다. 

소월이 노래한 접동새이다.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단다. 

접동
접동
아우래비접동.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김소월, 접동새중에서)

지난 겨울이다. 투병중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일 아침, 권사님은 몇분 손님들과 같이 들어섰다. 한국에서 오신 동생분들이었던 거다. 그도 많은 동생이 있었던 거다. 동생분들도 누나나 언니가 차려줬던 점심을 먹은 적도 있었을터. 하긴 내게도 누님은 언제나 권하곤 했더랬다. 상록기도회 점심식사때 꼭 와서 밥을 먹고 가라. 정녕 누나가 차려준 알뜰한 밥상이었다. 송구한 마음과 함께 밥맛은 유난하더니. 

우리교회 입구엔 매우 큰 난蘭이 화분에 심겨져 있다. 화분엔 물기가 마르지 않는다. 자주 닦아낸 난잎은 언제나 윤기가 흐른다. 누님권사님이 정성껏 돌보았던 덕이었다. 마치 동생들을 챙기듯 그렇게 말이다. 

몇주전까지 주일아침이면 손을 잡았던게 작별인사가 될줄 몰랐다. 그날 아침 이숙재권사님 손은 유난히 따뜻하더니. 

불서러울 유족에게도 위로 말씀을 전합니다. 누님 부디 평안하십시요.

‘부활이요 생명이니’ (요한복음 11:2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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