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유민 고선지(高仙芝) 장군 (2)
보스톤코리아  2020-12-16, 11:23:31 
해발4,703m 높이의 Darcot 고개
해발4,703m 높이의 Darcot 고개

내려가기가 더 어려운 다르코트 고개
내려가기가 더 어려운 다르코트 고개
 
토번과 소발류 경계에 있는 사이교
토번과 소발류 경계에 있는 사이교
 
소발류를 찾아온 혜초대사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라의 혜초 대사가 소발률, 대발률과 토번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가 AD 726년 경인데 20여년 뒤인 AD 747년에 고선지군이 소발류와  토번을 정벌하게 되었다.

중국의 역사서인 구당서, 신당서, 자치통감에는 이들 나라들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어서 혜초 대사의 왕오천축국전이 귀중한 사료가 된다.
소발류로 불리는 길기트(Gilgit) 지방은 예로부터 보로(Bolor)라고 불려 왔는데 이를 중국식으로 음사하면 "발률"이라는 엉뚱한 발음이 되어 원주민들이 들으면 소발류가 어떤 나라인지 도저히 알아듣지 못한다.

중국 사람들은 길기트 지방을 소발률로 불렀고, 인더스강 상류쪽의 "스카루드"를 대발률이라고 불렀다.
혜초 대사의 말에 의하면 대발률국, 양동국, 사과지국(네팔)은 모두 토번의 속국이 되었다고 한다.
소발류 다이요르(Dainyor)의 산스크리트 석각 명문에는 이미 대발률과 소발률은 토번의 속국으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두나라는 의상, 풍속, 음식, 언어가 비슷했고, 산천은 산이 메마르고 풀이 없었다. 수염과 머리를 깎고 머리에 털수건 한장을 둘렀다고 한다. 토번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 가죽옷, 모직, 가죽신에 바지를 입었다. 땅이 좁고 산천이 험했는데 스님도 있고 절도 있지만 동쪽 지방에는 절이 없었다. 항상 보리 가루를 먹고 떡과 밥을 먹는 일은 드물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를 잡아먹기를 좋아한다. 털옷을 입음므로 이가 많기 때문이리라.

다르코트(Darcot, 탄구령) 정복
연운보 공격을 성공시킨 고선지 장군은 소발류국의 수도 아노월성을 향해 진격한다. 이번 공격의 최종 목표는 소발률 왕과 토번의 공주인 왕비까지 사로잡는 것이었다. 이에 당현종은 술사(術士) 한리빙과 감군 변영성으로 하여금 결전할 날짜를 점쳐 고선지를 돕도록 하였는데 점괘가 흉하게 나오자 두사람은 몹시 두려워 하였다. 원래부터 도교와 노자의 도덕경에 심취했던 당현종은 술사들을 자주 접견해서 고선지의 분별력을 어지럽힌 것이었다.

이에 고선지는 주저하는 감군 변영성과 아프고 병든 3,000명을 연운보에 남아서 지키게 하고 자신은 7,000명의 군사를 데리고 다르코트 고개를 향해 떠났다. 다르코트 고개는 현재 파키스탄 북부에 위치한 와칸 주랑에서 고선지군의 행군로를 따라 힌두쿠시의 다르코트 고개를 넘는 것이다. 다르코트 고개는 먼저 해발 2,500m를 올라간 다음 빙판길로 2,000m를 더 올라가, 모두 4,703m까지 올라가게 된다. 백두산 높이의 두배가 되는 높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4,000m의 빙판길을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고선지의 병사들은 두려움에 질려 내려가기를 두려워 했다고 한다. 고개를 내려가지 않고는 소발류 왕과 왕비가 있는 아노월성에 도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고선지는 20여명의 기병을 몰래 아노월성 주민의 복장을 하고 다르코트 고개로 올라와 고선지군을 영접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때서야 병사들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군사들의 사기를 올려준 다음에 아노월성으로 쳐들어가 토번을 추종하던 소발류 수령들을 참수시키고 소발류 왕과 왕비를 포로로 잡았다.

바로 그날 석원경과 하루여운 장군이 토번과 소발류를 연결하는 등나무 다리 사이교(娑夷橋)를 절단하였다. 토번의 지원부대가 들어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고선지군은 사흘 낮밤 3일에 걸쳐 백두산보다 두배나 높은 4,703m의 다르코트 고개를 넘은 다음에 빙판길로 4,000m를 하산하여 소발류군을 정복하고 승리하게 된다.

고선지가 감군 변영성과 더불어 황제에게 상황을 보고 하였다. 이에 절도사 부몽영찰은 고선지가 자신에게 먼저 보고하지 않고 서둘러서 황제에게 주문을 올렸다고 하면서 고선지에게 욕을 하였다. "개 똥을 먹을 고려 종놈아! 네가 관직을 누구때문에 얻었는데 내 처분을 기다리지 않고 네 마음대로 첩서를 아뢰는 것이냐! 고려 종놈아! 네 죄는 마땅히 목을 쳐야 하지만 단지 네가 새로 공을 세워 차마 못하는 것 뿐이다!" 이에 고선지는 사과할뿐이었다.

이에 감군 변영성은 고선지가 깊이 만리나 들어가 뛰어난 공을 세웠지만 지금은 아침 저녁으로 죽음을 걱정하고 있다는 주문을 올렸다. 당현종은 고선지를 안서절도사로 삼고 부몽영찰을 징소하여 조현하게 하자 부몽영찰이 크게 두려워 하였다. 그러나 고선지는 자신의 지위가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부몽영찰을 대우해서 종종걸음을 걸었다. 당나라에서 종종걸음을 걷는것은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뜻이다. 이에 부몽영찰이 고선지를 더 어렵게 생각했다고 한다

파키스탄 Dainyor마을의 석각 명문 토번 불상
파키스탄 Dainyor마을의 석각 명문 토번 불상
 
Aurel Stein 박사
서기 1900년 영국의 탐험가이며 고고학자인 아우렐 스타인 박사는 영국과 인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세번에 걸쳐 고선지 장군의 유적과 역사를 전세계에 알렸다. 사람들은 파미르에 가는 것이 달나라에 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아우렐 스타인 자신도 빙하에 갇혀서 동상으로 발가락을 절단하기도 하였고 파미르에서 고산병으로 환청 증세를 보이고 저절로 코피가 터지는 것은 일상 경험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고산지역을 정복한 장군이 3명 있었다. BC219년에 한니발, 1800년에 나폴레옹, 그리고 고선지 장군이었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은 2,500m 높이의 알프스를 넘었고 고선지는 4,703m의 다르코트 고개를 넘었다.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으면서 절반의 군사가 사망했는데 고선지는 산을 넘고 전투를 하면서도 거의 모두 생존하였다고 한다. 고선지의 전적지를 세번에 걸쳐 답사한 아우렐 스타인은 "고선지의 업적은 한니발과 나폴레옹을 뛰어넘는 업적"이라고 칭송하였다.

시성(詩聖) 두보(杜甫)
고선지 장군이 소발류와 토번을 물리치고 장안성에 개선하자 그의 성가가 대단했으며 당나라 조야는 흥분 일색이었다. 당시 승전보에는 "싸워서 이기지 못함이 없었고 이 경사스러운 기쁨을 멈출수 없다"고 하였다. 특히 시성 두보가 고선지의 애마를 칭송하는 7언 고시를 바치면서 고선지의 수고를 크게 하였다. 두보는 이태백과 함께 당대 중국을 대표하는 두명의 시인으로 이태백을 시선(詩仙)으로 불렀고 두보는 시성으로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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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한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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