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여름이 할일
보스톤코리아  2021-07-26, 11:55:39 
그닥 오래된 일은 아니다. 아직 컴퓨터 활자가 나오기 바로 전이다. 검열이란 단어도 낯설지 않을 적인데, 신문제작 과정을 듣고 배웠다. 집자集字이며 조판組版이고 교열校閱이란 말이 그러하다. 말은 사뭇 어렵다만, 활자를 뽑아 판을 짜는 일은 집자이며 조판이라는 거다. 일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고, 조판할 적엔 금속활자를 썼다. 

중학교적인가 보다. 금속활자는 한국에서 처음 발명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독일에서 먼저 만든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선생은 무척 아쉽다는 말씀을 덧붙였다. 귀에 익을 만치 구텐베르크라는 이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기다린 보람이 있는 것인가. 초기 한글 금속활자들이 발견되었단다. 한국신문은 흥분했는데, 한국이 먼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증거라는 거다. 발견된 활자 무더기중, 연주連鑄활자도 섞여 있다고 했다.  연주란 말 역시 어렵다만, ‘~하며, ~하고, ~이나’ 따위의 연결어라고 덧붙였다. 토씨나 조사쯔음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같이 발견된 ㅱ, ㆆ, ㆅ 등 활자들은 생경하다. 자음일텐데, 과연 어떻게 발음했을까? 그건 궁금하다.

올여름에도 광화문글판에 새글이 등장했다.  제목은 심상치 않다. 여름의 할일이라 했으니 말이다. 나는 여름에 할일이라 읽었는데 조사 하나가 바뀌니 여엉 다른 말이 된거다. 역시 한글엔 조사의 역할이 대단하다. 

올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김경인, 여름의 할일)

실은 그랬다. 어영부영 더운 날들을 겪으며 여름에 해야 할일을 미루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몇주전 폭우가 쏟아질 적이다. 지붕에서 빗물이 넘쳐 쏟아져 내렸다. 제대로 배수할 수없게 거터가 막혀 있었던 거다. 아차 싶었는데, 어영부영 차일피일 게으른 덕분이었다. 아내의 흘기는 눈총에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여름에 해야 할일을 미뤘고, 때를 놓쳤던 거다. 

올여름 할 일들은 모두 마치시기를 바란다. 한창 여름이다만, 아직도 할일이 쌓여 있을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곧 선선한 바람이 불게다. 시절은 가을로 연결連結하는 철이다. 
희망은 히망인가 아니면 ㆅㅣ망인가.

미련한 자에게 오히려 희망이 있느니라 (잠언 26:1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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