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막장속 연장
보스톤코리아  2021-09-06, 11:46:40 
전투에 나가는 무인은 칼을 든다. 글쓰는 작가들이야 펜인데, 작가 김훈은 연필로 원고를 쓴다고 했다. 작가의 책 제목이다. 연필로 쓰기. 한동안 팽겨쳐 두었는데, 다시 꺼내 몇페이지 읽었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책에서 소제목이 범상치 않아 눈에 띄였다. 생명의 막장. 막장이라면 광부가 채광하는 지하갱이다. 그럴적에 광부들은 연장들을 갖고 막장으로 들어간다. 막장이란 말이야 요샌 사뭇 달리 쓰이는데, 더이상 나갈 수없는 밑바닥이란 뜻으로 새긴다. 

육십년대 중반일 게다. 채굴갱이 무너져 막장속에 탄광인부가 갇혔다. 광부는 지하갱에 갇혀 십수일을 버티며 견디다가 간신히 구조되었다. 그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양창선씨 였다. 연일 신문방송에서 소식을 전했고, 그의 구출장면은 직접 중계했다. 

광부에겐 곡괭이가 가장 중요한 도구이며 연장일수 있겠다. 한편 외과의사에게 연장이라면 메스라는 칼이다. 칼잡이라 그런가? 응급실의사 이국종은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즐겨 읽는다고 했다. 책중에 이국종의사가 좋아하는 구절이란다. 세상에 베어지길 원한다. 삼엄한 결기가 흐르는 글귀라 해야겠다. 

 베어질때 느낌은 쉽게 표현할 수없는 섬뜩함이다. 어릴적 나역시 베어본 적이 여러번이다. 연필을 깎을적에 면도칼에 베어본 거다. 요새야 연필도 쓰지 않으니, 연필을 깍을 필요도 없다. 설사 깍아야 할적엔 펜슬 샤프너를 사용한다. 하지만 오래전엔 연필깎기 기계도 없으니, 양날 면도칼을 이용했다. 자칫 예리한 면도날에 손을  배일적엔 싸아한 느낌이야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뒷덜미가 싸늘해지고, 등골이 하얗게 찌릿 감전되는 느낌이었던 거다. 면도칼에 베었으니 자상刺傷이라 해야 할터. 예민한 손가락 끝부분이기에 통증은 더욱 컸다. 이건 외상外傷이었는데, 이 일로 병원 응급실을 찾지는 않았다. 

막장속의 의사. 이국종의사가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라 했다. 그는 중증외상환자 수술방을 막장이라 칭했고, 그는 끝장을 보고자 한다던가. ‘수술방 안에는 삶과 죽음만 있다. 무승부는 없다.’

친구가 보내온 한토막 글줄이 떠올랐다. ‘It’s not over yet until it’s over.’끝까지 포기 하지 말라는 뜻일게다. 

댁의 연장은 무엇인가? 입口이 연장인 부류가 하도 많아 하는 소리다. 

내 뼈를 찌르는 칼같이 (시편 42:1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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