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대충 쏴라
보스톤코리아  2021-09-20, 11:18:00 
신문에서 읽었다. 중국고전 장자莊子에 나오는 일화다. 읽은 대로 옮겨왔다. 사람들이 활쏘기 내기를 했다. 질그릇을 걸고 내기를 했더니 과녁을 제대로 맞혔다. 이번에는 값이 더 나가는 띠쇠를 걸었다. 그러자 명중률이 조금 떨어졌다. 마지막에는 황금을 걸었는데, 화살은 아예 과녁을 빗나갔다. 마음을 비우라는 교훈이며 멘탈 유지법이라 해야겠다.

한국 군대 졸병적 이다. 고참병사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대충대충 잘해라.’고참은 화내는 적이 드물었는데, 이 말을 하면서 빙긋 미소짓곤 했다.

말은 상충相衝된다. 대충대충 하면서 잘하는건 쉽지 않을 터.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면 면밀해야 하고 꼼꼼히 챙겨야 한다. 대충한다면 분명 어딘가에 흠이 생길것이고, 하자瑕疵가 있을것이다. 

올림픽에서 한국양궁이 화제에 올랐다. 어린 선수가 했다는 말이다. "재미있게 즐기자. 쫄지 말고 대충 쏴라.” 최고의 궁수다운 말인데, 그는 금메달을 세개나 목에 걸었다. 하지만 피나는 연습과 담대함이 밑바탕이었을 것이다. 

젊은 선수들은 외모에 신경을 쓴다.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오히려 격려해야 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양궁선수의 헤어스타일이 구설수에 올랐다던가. 머리가 짧네 뭐네 하는 소리인게다. 내가 보기엔 예쁘기만 하고, 엷게 화장한 얼굴은 젊어 싱그럽기까지 하더만. 찍혔던 사진이 그걸 증거한다. 분명 경기에 임하기전 거울을 보고 다짐했을수도 있었겠다. 쫄지 말고, 게임을 즐기자. 

이상의 시詩 거울이다.‘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 참없을 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이상, 시 거울 중에서)
왼손잡이도 활을 쏠수 있을까? 보기에 궁수중 왼손잡이는 없는 듯하다. 야구엔 좌투수와 좌타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있다. 

이 졸문을 제목대로 대충 쓴건 아니다. 긴장하거나 쫄면서 쓴것도 아닌데 잘된 문장이라 여기지는 않는다. 부질없는 헛소리는 아닐꺼라고 우긴다. 

하긴 대충해서 잘되는 세상일은 없을터. 치밀하되 마음은 비워야 한다고 새긴다. 

부질없는 헛소리려니 하고 (누가24:1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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