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틀렸지만 명예훼손은 아냐"…NYT 손들어준 법원
세라 페일린 전 주지사, NYT 사설 문제삼았지만 판사 설득 실패
보스톤코리아  2022-02-15, 13:14:34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뉴욕 맨해튼 법원 입구에 도착했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뉴욕 맨해튼 법원 입구에 도착했다.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특정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의 사설에서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미국 법원은 이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뉴욕 맨해튼 남부지법이 지난 2008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자사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제드 래코프 판사는 페일린 전 주지사 측이 법정에서 NYT가 '실질적 악의'를 갖고 사설을 썼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래코프 판사는 "악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법의 기준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대법원은 1964년 앨라배마주(州) 공공안전 담당 공무원 L.B. 설리번이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정치광고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공인은 공적인 업무에 대한 비판에 대해 '실질적인 악의'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NYT 손을 들어줬다.

페일린 전 주지사를 비판한 NYT 사설의 경우에도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래코프 판사는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리기 이전에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만약 배심원단이 페일린 전 주지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엔 판사 권한으로 재판을 기각하겠다고 밝혔다.

페일린 전 지사가 NYT에 소송을 건 것은 지난 2017년 공화당 원내총무 스티브 스컬리스가 야구 연습 도중 괴한의 총격을 받은 직후에 나온 사설 때문이다.

NYT는 "이번 사건은 미 정치가 얼마나 살벌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2011년 애리조나주에서 민주당 게이브리얼 기퍼즈 연방하원의원이 총격으로 머리에 중상을 입은 사건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페일린 전 지사 지지단체가 떨어뜨려야 할 민주당 현역의원 20명의 지역구를 지도에 표시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다만 페일린 전 지사 측이 마치 기퍼즈 의원의 총격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이 문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NYT도 다음날 "두 사안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설을 정정했다.

이에 대해 페일린 전 지사는 "내가 살인을 부추겼다는 거짓 주장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냈다.

래코프 판사는 페일린 전 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사실관계가 잘못된 사설을 내보낸 NYT에 대해서도 "소송을 당한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NYT는 미국에서 제기된 명예훼손 소송에서 지난 50년간 단 한 차례도 패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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