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인 아트갤러리와 뜻하지 않은 이별
첫 한인 갤러리, 수례 아트갤러리 5월 문닫아
라이 소재 집에서 작업실 겸 거실을 전시장으로 활용
보스톤코리아  2022-05-26, 18:32:22 
2021년 5월 전시회에서 포즈를 취한 유수례 화가. 수례 아트 갤러리는 2022년 봄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2021년 5월 전시회에서 포즈를 취한 유수례 화가. 수례 아트 갤러리는 2022년 봄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12년간 한인들이 목마른 예술 감성을 길러 내왔던 샘 같은 수례 아트갤러리가 문을 닫는다. 그 마지막을 담기 위해 뉴햄프셔로 차를 몰았다. 12년만에 첫 방문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뜻하지 않게 이뤄지는 게 한 둘이 아니다. 

뉴햄프셔 바닷가 동네, 라이(Rye, NH), 직접 가보고서야 그곳이 포츠머스의 웬트워스 호텔에서 불과 몇 마일밖에 안되는 곳임을 알았다. 한국의 주권을 일본에 내주게 된 포츠머스 조약이 체결된 그 호텔이 웬트워스다. 

한국인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선재적으로 인식된 포츠머스. 그 근처를 스쳐 지나가보지도 못했고, 그 조약의 의미도 가물가물 하지만 포츠머스란 이름만큼은 익숙할 것이다. 1900년 초 한국의 운명은 한국인들 대부분이 전혀 모르고 뜻하지 않았던 포츠머스에서 결정됐다.  

그 옆 바닷가 동네 라이(Rye, NH)는 하물며 어떻게 알 수 있었겠나. 해안가로는 제법 근사한 집이 많지만 바닷가와 좀 떨어진 곳의 집들은 뉴햄프셔의 커다란 뜰을 가진 뉴햄프셔의 전형적인 집과 달리 붙어있고 작았다. 

이 은둔의 타운은 어느샌가 한인들의 귀에 익숙해졌다. 수례 아트갤러리가 발음도 이름도 낯설었던 동네 라이를 한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 인식을 낳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례아트 갤러리는 새가모어 길가의 작은 스트립 몰에 위치했다. 같은 건물 1층 왼쪽에는 세탁소가 있고 갤러리 1층에는 조금 갤리리와 먼 느낌의 변호사 조셉 라이조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의 1층 또한 갤러리였지만 현재의 2층 갤러리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 

이 길가의 스트립 몰 2층으로 통하는 계단부터 분위가가 확 달라진다. 이제야 갤러리에 당도한 느낌을 갖는다. 22일 토요일 오후 중반, 유수례 화가는 분주해 보였다. 찾아온 손님들, 그림 사진 촬영 등이 지속됐다. 갤러리를 비워야 하는 5월말까지는 10일이 채 안남았으니 마음이 더 분주할지도 모른다. 

갤러리를 접게 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 작가는 “화가로서 비즈니스에 신경 쓰는 게 힘들었다. 크레딧 카드 사용법을 배우는데도 한참 걸렸다. 더구나 다른 작가들의 전시를 하다보니 애로 사항이 많았다.”고 말했다. 

더구나 팬데믹 이후 렌트비로 스트레스 받는 것도 힘들었다. 12년전 갤러리를 시작하면서 돈을 벌려는 욕심이 없었다. 기를 쓰고 덤벼도 힘든 세상이니 비즈니스에 관심없는 화가가 운영하는 갤러리가 돈을 가져다 줄 리 만무하다. 

유 작가는 “갤러리가 항상 적자였다. 갤러리에서 도움 된 것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곳에서 나는 적자는 학생지도를 통해서 메꿔가는 형식이었으니 팬데믹 이후 이를 털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날 수 있겠다 싶었다. 

갤러리를 유지하자는 후원자도 있었다. 유 작가는 “돈 있는 컬렉터 한 분이 갤러리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데 섣불리 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도 완전치 않은데다 이제 자신의 작품에 몰두하고 싶은 욕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돈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지만 자신의 작품에는 강한 ‘욕심’을 거두지 못하는 게 느껴졌다.

유 작가는 첫 네번의 전시회를 마칠 때까지 아까워서 그림을 팔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의 그림이 남아 있다. “처음 (작품을) 팔았을 때 작품을 팔고 몸살이 났다. 작품을 누가 가져가면 슬프다.”고 표현할 정도다. 그러나 창고에 쌓여 갇히는 것보다 “작품이 좋아하는 사람 집에 걸려서 숨을 쉬는 것이 옳은 일이다”라는 것을 깨닫고선 작품을 판매하는 게 한결 수월해 졌다. 작품에 시간을 쓰는 것 외에 다른 것에 시간을 쓰는 게 아까워 결혼도 포기했다. 

결혼도 접은 그가 갤러리를 접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리라. “비즈니스를 정리하고 남은 제 인생을 제 작품에 몰두를 하고 싶다”이라고 유 작가는 설명했다. “체력이 더 없어지기 전에 하는 것이 남은 여생을 좋은 작품을 정말 제 맘에 드는 작품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작가는 작년부터 귀향하는 느낌으로 달동네를 다시 그리고 있다. “화폭에는 담기지 못했지만 스케치 해놓고 컴퓨터에 작업해 놓는 것은 마쳤다. 고향을 담은 느낌을 스케치 해놓은 것이며 한국의 달동네는 아닐 것”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서두르지 않는다. 유 작가는 “1년 반 2년 안에는 달동네 작품은 발표를 하지 않으려 하며 신중하게 그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달동네는 한국에서 화가로서 명성과 돈을 한꺼번에 가져다주고 전성기를 구가하게 했던 작품시리즈다. 그림을 가르쳐주셨던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은 우울했던 어린시절 감성이 그림에 담겼다. 그는 김현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재개발로) 집을 잃은 그 사람들이 꿈마저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풍요를 알게 된 그의 삶에서 달동네의 감성은 끊임없는 이질감이었고 미국을 향하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유수례 화가


미국에 오자마자 그림이 확 변했다. 뉴멕시코 여행을 하는데 그쪽의 인상의 버밀리온 칼라의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어두운 색에서 여기서는 아주 따뜻한 색 드림 버드 시리즈로 바뀌었다. 

뉴햄프셔에서 다시 한번 그는 그림의 톤을 바꿨다. 뉴햄프셔 바닷가 영향을 받아서 블루 톤으로 작업을 해 박물관 (Coolidge Center for the Art)에 전시하며 큰 히트를 쳤다. 뉴햄프셔 언론으로부터 호평도 받았다. 이민자로서 인정해 주고 인기도 있었지만 한국에 활동하던 것 만큼 만족하지 못했고 차별도 느꼈다. 

유작가는 “갤러리를 해서 제 작품에 대한 자유를 갖도록 해주고 싶어서 수례 아트 갤러리를 개관했다.” 고 갤러리를 연 이유를 말했다. 처음에는 미국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하다 이젠 한국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 했고 이제는 그마저도 마무리하게 된다. 

그러나 유 작가는 라이에 계속 남는다. 뉴햄프셔 바다와 떨어지기 싫고 “작품환경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갤러리에서 3분여 떨어진 집을 작업실 겸 전시장으로 쓰며 한인들과 계속 만날 계획이다. “변한 것은 없다. 그저 장소만 옮겼고 일년에 두차례 정도 거실에서 전시도 할 계획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유작가의 장래 꿈은 사는 집을 죽어서도 수례 작업 뮤지엄으로 남아 방문자들이 볼 수 있도록 남겨놓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없어도 그림은 남는다. 작아도 남겨놓고 가는 것이 꿈”이란다. 

이번 취재에는 아내와 아이들과 동행했다. 바닷가를 보여줄 셈이었다. 바닷가도 보고 이웃 포츠머스 다운타운 그리고 웬트워스호텔도 둘러봤다. 포스머스 조약도 설명했다. 안개가 짙은 바닷가와 호텔이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물으니 이구동성 수례아트갤러리라 답했다. 한국적 정체성과 예술적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아이들은 이제 갤러리를 더 이상 방문할 수 없음을 알지 못한다. 한인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또 하나의 상실이다. 

갤러리는 가도 그의 작품만은 그곳에서 만나고 싶다. 수례작업뮤지엄도 전혀 뜻하지 않는 누군가가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그곳에서는 왠지 그런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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