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내 삶의 가치도…
신영의 세상 스케치 882회
보스톤코리아  2023-03-27, 13:03:42 
이젠, 이제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어릴 적에는 이런 기도를 한 적도 있었다. ‘하나님 지금 이거 뭐 하나만 해결해주시면 제가 하나님을 열심히 믿겠습니다’ 이런 기도를 한번도 아닌 여러 번 반복했던 나였다. 지금은 그 마음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마음은 있다. 그것을 스스로 ‘선한 마음’이라 합리화시키면서 말이다. 이제 알아간다. 내가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나의 삶의 가치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지끔까지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다. 이제는 나를 위해 썼던 것들을 나가 아닌 남을 향해 방향이 바뀌고 있다.

레프 톨스토이가 1985년에 저술한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What Men Live By and Other Tales)” 줄거리를 함께 나눠본다.
“러시아 작은 마을에 살며 아내와 아이들을 둔 평범한 구둣방 주인인 셰몬. 그는 가난하지만 그럭저럭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허나 자신의 노력과 달리 세상살이는 팍팍하게 돌아갔고, 외출용 털외투를 맞추려고 하나 손님과 이웃들은 온갖 변명 아닌 변명을 들거나 도리어 겁박하면서 주지 않는다. 그나마 준다해도 푼돈에 고쳐달라는 망가진 구두뿐이다. 

이렇게 상황이 나쁘기만 하니 결국 화가 잔뜩 나서 받은 돈으로 독한 보드카를 사 마시고 투덜대며 집으로 돌아오던 셰몬은 교회 옆에서 알몸뚱이 남자를 발견한다. 그는 남을 도와줄 형편이 안 된다고 생각해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어쩐지 불쌍한 마음이 들어 그를 집으로 데려온다. 이를 본 세묜의 아내 마트료나는 돈은 커녕 노숙자나 데려온 세묜에게 화를 내며 욕을 하면서 남편이건 그 알몸뚱이 남자건 내쫓으려고 했다가 세묜의 "당신의 마음 속엔 하느님도 없소?"라는 말에 마음이 누그러졌고, 어째서인지 그가 가엾게 여겨지고 사정이 궁금했기에 그를 집으로 들이고 식사도 제공한다. 

그러자 그 남자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자신의 이름이 미하일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와 사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세묜은 같이 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며 그에게 구두 수선 일을 가르쳐준다. 미하일은 가르쳐주는 대로 잘 따라해서 곧장 능숙한 일꾼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덩치가 큰 부자가 시종을 거느리고 와서는 고급 가죽을 보여주며 이 가죽으로 1년이 지나도 모양이 변하지 않고 실밥이 터지지 않는 장화를 만들라고 오만하게 주문하면서 성공하면 10루블을 주겠지만 실패하면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 세묜은 자기 솜씨로 이걸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미하일은 무슨 이유에선지 부자를 보고 웃었다.

처음에 미카엘은 세묜의 첫인상을 보고 '저런 사람이 날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낙심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세묜은 돌아와서 자신을 구해줬고, 그의 아내 마트료나도 무작정 화를 냈지만 세묜의 말을 듣고 화를 풀었다. 그리고 이때 미카엘은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웃는다. 이후 일을 하던 중 부자가 와서 장화 타령을 했을 때, 미카엘은 세묜이나 마트료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천계 시절 동료인 죽음의 천사가 부자 옆에 붙어 있는 걸 보았다.

즉, 이 부자는 자기가 오늘 죽는 걸 모르니,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걸 알고 동료였던 천사를 만난 것도 반가워서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늘, 6년 전에 자신이 죽을 거라고 걱정했던 두 여자아이가 마음씨 좋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과 아이들의 양부모인 이웃 부부의 손에서 잘 자란 것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고 웃었던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를 알게 되었기에 그는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고, 세묜과 마트료나,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걱정이 아닌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진리를 설파한 뒤 찬송을 드리면서 하늘로 승천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렇듯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앞을 알 수 없다. 그저 오늘 바로 이 시간 현재가 존재할 뿐이다. 나중은 없다. 지금 만난 이에게 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행복을 나눠야 한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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