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보스톤코리아  2009-08-17, 13:06:43 
엊그제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아 읽으며 나 자신에게도 물을 수 있는 귀한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다름 아닌 인생을 살면서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며 따를 수 있는 사람 Mentor(조언자, 후견인)이 있는가.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일보다는 지루한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있다.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의 의미는 '오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마음가짐에서 특별한 일상이 되고 지루한 일상이 되는 것이다.

가끔 깊은 생각에 머물면 멈칫 아무런 생각 없이 멈춰 설 때가 있다. 굳이 나의 종교를 들추지 않더라도 지나온 세월을 따라 거슬러 오르면 내가 오늘에 있기까지 내 노력이나 내 욕심만으로 할 수 없었던 일이 분명히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알 수 없는 어느 절대자의 힘에 의해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에 이르면 나 자신의 연약함과 보잘것없음을 고백하고 그 절대자에게 무릎을 꿇는다. 계절마다 만나고 느끼는 사시사철의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도 가끔 그런 절대자를 만나곤 한다.

우리의 삶은 순간순간의 연속이다. 삶 속에는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환희의 반복되는 시간이 하루의 일상을 만든다. 때로는 희망을 품고 길을 걷다가 세상에서 만나는 거센 폭풍우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고 좌절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은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바탕의 믿음과 언제나 곁에서 함께 하는 가족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은 내게 언제나 꿈과 희망을 얘기하며 이끌어주었던 존경하는 스승님이나 조언자로 있었던 바로 Mentor의 힘이다.

"우리 모두 인생의 어느 때에 이르면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란 우리를 안내하고 보호하며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체화한 사람이다. 멘토는 우리의 상상력을 고취시키고 욕망을 자극하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기운을 북돋워준다. 멘토는 우리가 그를 필요로 할 때 나타나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대부나 대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 플로렌스 포크의《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중에서 -

'내게 진정한 멘토(Mentor)는 있는가?' 하고 묻는 아침이다. 물론 멘토가 부모가 될 수는 있겠지만, 부모가 주는 사랑은 한없고 끝없는 사랑이기에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그렇다면 내게 멘토는 누가 있을까. 가만히 생각하니 스치고 지나는 얼굴들이 몇 있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선생님이 계신다. 어릴 적 담임 선생님을 지금까지도 좋아하고 존경하며 따른다. 한국 방문 중에는 사모님과 함께 셋이서 데이트를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연인처럼 둘이서 행복한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살면서 겪었던 기쁘고, 행복하고,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스승님이기도 하다. 때로는 남편의 흉까지도 거침없이 내어놓을 수 있는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분이다. 이렇게 하나 둘 끌어내니 바로 나의 멘토는 나의 은사님이시다. 이 세상에서 나의 부모와 형제·자매를 빼놓고 나를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이 바로 어릴 적 스승님이 아닐까 싶다. 세상이 무서울 것 없는 철없든 개구쟁이 시절을 누구보다도 곁에서 봐주시고 인생행로의 방향을 가르쳐주신 귀한 나의 조언자이고 후견인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게 지금까지 귀한 조언자로 계신 선생님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글쓰기를 어려서부터 좋아했지만, 시인의 길을 걷게 된 동기는 참으로 귀한 인연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셨던 귀한 두 분이 계셨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릴 적 국어 선생님이 시인이셨는데 그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을 요즘 더욱 많이 한다. 지금도 스승님은 또 다른 나의 후견인으로 계신다. 스승과 제자가 같은 길을 걸으니 행복하시다며 언제나 큰 꿈과 희망을 주신다.

오늘 아침은 진한 블랙커피 한 잔이 행복과 함께 온몸과 마음에 흐른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제일의 부자가 된 느낌이다. 내 곁에 이토록 삶의 귀한 조언자와 후견인들로 계신 선생님들이 여럿 계시다는 것이 감사한 아침이다. 인생의 여정 중에 진정한 마음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인생은 넉넉하고 행복하지 않은가. 하루쯤은 시간을 내어 가만히 내 인생의 '진정한 멘토(Mentor)'는 누구인가, 하고 생각해 보자. 바쁜 걸음으로 달려온 시간을 잠시 세워두고 나의 삶과 마주해 보는 것이다. 또한, 나는 누구의 '진정한 멘토(Mentor)'로 남을 것인가.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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