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적체
성기주 변호사 칼럼
보스톤코리아  2019-02-18, 10:17:45 
지난 1월30일을 기준으로 이민적체가 꽤 심각한 수준까지 왔다고 합니다.
총적체(Gross Backlog) 는 이민국이 목표로 정한 시간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한 신청서들의 수를 말하며 실제적체(Net Backlog) 는 총적체 신청서 중 현재 심사 대상이 아닌 신청서의 수를 뺀 것을 말합니다. 즉, 추가서류제출이 요청되는 등의 신청서들은 추가서류가 제출될 때까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지난해(2018년) 4월 이민국(USCIS)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들을 보면 2017회계년도의 실제적체(Net Backlog) 는 약 230만 케이스였다 합니다. 이는 이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로 2004회계년도의 170만개와 2004회계년도의 150만개를 훌쩍 뛰어넘는 적체 기록입니다. 또한, 2016회계년도에서 2017회계년도의 이민국에 접수된 신청서의 수는 약 4%정도 증가한 반면 실제적체 수는 두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2017회계년도와 2018회계년도를 비교했을 때, 가족초청 이민신청(I-130)은 7.7개월에서 9.7개월로, 시민권 신청은 8.1개월에서 10.2개월로, 가족초청 영주권(I-485 family-based)은 8.4개월에서 11.1개월로 모두 25% 이상씩 심사기간이 늘어났습니다.

원인
이민관련 신청서 심사의 적체는 어제 오늘일은 아닙니다. 이 전 정권들에서도 문제였으니 트럼프 행정부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번 정권에서 계속해서 적체의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는 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적체는 일반적으로 신청서의 수, 심사하는 이민국 직원들의 수준, 각 정권의 정책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최근 신청서의 숫자가 기록적으로 늘어나지도 않았고 이민국 직원들의 수준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적체의 신기록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상시적으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이 주 원인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작과 함께 몇가지 이민국 정책을 바꿨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전 결정 (prior decision)을 존중하는 정책을 폐지했고 취업이민 영주권 신청에 대해 인터뷰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했습니다. 비이민 비지니스와 관련된 신청서 심사에서 오랫동안 유지되던 이 정책은 주로 동일한 고용인이 동일한 직원의 비자연장을 신청하는 경우 중요한 점만 다시 확인하고 이미 확인이 끝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심사하지 않는 정책이었습니다. 효율성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을 폐지함으로써 연장신청도 처음 신청서와 같이 똑같은 심사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미 심사가 끝난 사항들에 대한 불필요한 심사가 중복됨으로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취업이민 영주권 인터뷰는 가뜩이나 가족초청 영주권과 시민권 인터뷰로 일손이 모자란 각 지역 이민국 (Field Office)에 더 과부하를 주게 됐습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Extreme Vetting 이라고 불리는 정책을 추가했습니다. 즉, 거의 모든 이민부문에서 이 전보다 까다로운 잣대로 심사하는 정책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지지자들은 이 새로운 정책이 국가안보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이 정책이 기존의 정책들 보다 국가안보에 크게 도움을 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2018년 2월부터는 이민국의 정책서(Mission Statement)에서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 (Nation of Immigrants)'라는 개념을 아예 삭제해 버렸고 신청인에 대해 고객(customer)이란 호칭도 없애버렸습니다. 이제는 그냥 신청인 (Applicant)으로 지칭합니다. 이렇게 바뀐 Mission Statement 를 토대로 이민국은 거부된 신청서의 신청인들에게 추방재판 출석 요청서(Notice to Appear)를 남발하고, 학생비자 신분자들의 신분유지를 더 까다롭게 했으며, 특히 가족초청 이민심사의 경우 인터뷰 당일에 신청인을 체포하고 추방절차에 넘기는 사례들을 이 전 어느 정권보다 많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신청서 심사인력들을 이민집행(enforcement)쪽으로 이전 시키고 있습니다.  
적체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완성됐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입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위의 정책들이 오히려 미국을 보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얼마나 투명하게 실시되고 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이민국은 점점 더 심사과정, 적체 신청서 수 등에 대해 감추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국회에 제출된 적체숫자가 어떤 방법으로 도출된 것인지, 이민국이 정한 각 신청서들의 목표 심사기간은 어떤기준으로 설정됐는지, 새로운 정책들이 어떻게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서는 알길이 없습니다.

대책
신청인의 입장에서 마땅한 대책은 없습니다. 신청서를 잘 준비해서 신청하고 이민국 소식을 기다리는 수 밖에는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영주권자가 되고 시민권자가 된 후에도 이민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무도 장난으로 이민신청을 제출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신청서는 한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서류들입니다. 이러한 서류가 아무렇게나 무책임하게 심사되서는 안됩니다. 더더욱 정치적인 목적으로도 휘둘려서도 안됩니다. 

국회는 이민법을 제정하고 이민국을 만드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명시했습니다:
이민국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service-oriented agency) 이민관련 신청서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해서 각개인이 노동을 허가받거나, 시민권을 취득하거나, 인도적인 보호를 받거나 다른 필수적 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다.



성기주 변호사 (Kiju Joseph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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