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59 ] 막시무스, 맥심, 그리고 막심 고리키
보스톤코리아  2019-05-06, 10:23:32 
검투사의 승리와 패배를 그린 영화 <Gladiator>는 언제 봐도 새롭고 감명 깊다. 막시무스 데키무스 (Maximus Decimus)란 주인공 역할을 맡은 러셀 크로 (Russell Crowe)는 인간의 배반, 용기, 투쟁, 의지, 승리, 패배를 모두 보여준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면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약간 스토리가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막시무스 데키우스의 활약은 정말 대단하다. maximus는 ‘가장 큰, 가장 위대한’이란 의미이다. 학생들의 문법용어로 말하자면 라틴어에서 최상급이다.  뜻이 좋아서 그런지 로마제국의 많은 황제들이 이름 어딘가에 Maximus란 단어를 가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어떤 왕도 Maximilian이다. 심지어는 여성잡지 이름인 MAXIM도 있고 우리나라 어떤 커피 이름도 MAXIM이다. 심지어는 러시아의 유명한 소설가까지도 자신의 이름을 막심 고리키 (Maxim Gorky)라 하였다. 하나 덧붙이자면 Decimus는 앞에서 배운 대로 열 번째란 뜻이다. deci-가 10이란 뜻이니까. 영화의 명대사를 보자. 

My name is Maximus Decimus Meridius, Commander of the Armies of the North, General of the Felix Legions, loyal servant to the true emperor, Marcus Aurelius. Father to a murdered son, husband to a murdered wife. And I will have my vengeance in this life or the next.
(내 이름은 막시무스 데키무스 메리디우스, 북부군 사령관, 펠릭스 군단의 장군, 진정한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충복이다. 아들을 살해당한 아버지이자, 아내를 살해당한 남편으로서, 나는 이제 복수를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안 된다면 다음 생에서라도.)

maximal(최대의), maximize(최대화하다), maximum(최대), maximus(최대의, 최연장의) 등과 같은 어휘들이 남아있다.  
신성로마제국의 프레데릭 3세는 자신의 아들이 마치 막시무스처럼 강건한 황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Maximilian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러시아의 소설가 Maxim Gorky도 그 부모가 아마 똑같은 마음으로 Maxim이란 이름을 지어주었을 것이다. 

사실 max-는 그 자체가 어원이 아니라 원시 인도유럽어의 meg-(위대한, 큰)이란 어근에서 파생된 것이다. 전설모음 뒤의 /g/는 종종 모음화되기 때문에 meg-는 ma-란 희미한 형태로 남아있기도 하다. 8세기 중엽 신성로마제국을 통치한 샤를마뉴 대제는 이름 Charlemagne에서 볼 수 있다시피 강력하고 위대한 황제였다. 위대한 헌장이라 일컫는 권리장전은 Magna Carte라 한다. 권총 이름으로 자주 쓰이는 magnum에서도 이 어원을 볼 수 있고, 마음이 넓다는 의미의 magnanimity에서도 이 어원을 볼 수 있다. 마음(animo-)이 넓은(mag-) 것은 magnanimous(도량이 넓은)이고, 그러한 태도는 magnitude이다. 장대한 것은 magnificent이고 물건을 크게 만들어내는 것은 magnify이다. 돋보기는 사물을 크게 만들어주니까 magnifying lens이다. 정치권에는 과대망상 환자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megalomaniac이라 한다.

음악이나 미술의 거장을 maestro라 하는데 이 경우에는 meg-의 /g/가 모음화된 결과이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라고 할 때의 meister 역시 같은 어원에서 온 것이다. 또 인도 독립의아버지 간디를 Mahatma Gandhi라 부르는데, Mahatma는 meg-에서 온 것으로 ‘위대한’이란 뜻이다. 여담이지만 힌두어에서는 존칭의 의미를 가지는 -ji를 호칭 앞에 붙이기도 한다. 마치 우리가 ‘선생’이라 하지 않고 ‘선생님’이라 하듯이 그냥 Gandhi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Gandhi-ji라 부른다.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힌두어의 습관을 반영하여 teacher-ji, mother-ji라 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majesty, major, master 등이 모두 이 어원에서 파생된 단어들이다. 최근에도 mega box, mega phone에서 보듯 meg-란 어근을 살려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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