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Thanatos), 에로스(Eros) 그것이 문제로다'
보스톤코리아  2019-07-22, 10:33:29 
요 며칠 9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로 보스톤의 여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보상이라도 받을 듯, 태양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보스톤의 여름은 무척 짧아 8월말이 되면 벌써 선선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하며 가을의 향내를 슬쩍 흘린다. 그러다가 살갗으로 전해지는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겨울이 시작된다. 4계절의 변화는 생의 여정과 많은 비슷한 면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의 순환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영아기, 유아기', 청소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의 생의 과정을 겪게 된다. 크게 나누어 여름은 생의 에너지가 충만하고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는 20대 30대 중반의 '청소년기와 성인기'라 할 수 있다. 프로이드는 말한다. 인간의 마음 안에는 생의 본능과 죽음 본능이 존재하여 매일의 일상 생활에서 이 두가지 본능이 계속 반복되며 생을 느끼고 죽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쾌한 아침과 짜증나는 아침을 맞이한다고 상상해보자. 숙면을 하고 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수월하다. 이러한 아침에는 죽음 본능보다 생의 본능이 훨씬 강하여 일어나면서 하루의 시작부터 신나진다. 만약,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잠을 설쳤다고 하자. 아침부터 일어나기가 힘들고 일하러 갈 생각만 해도 일어나기가 싫다. 하루의 시작이 생의 본능보다 죽음 본능이 앞서면서 하루를 지내기가 힘이 든다. 

프로이드는 죽음 본능을 그리스 신화의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를 따라 명명했고, 생의 본능은 연정과 성애의 신 에로스(Eros)를 따라 명명했다. 타나토스는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그의 이름은 힙노스(Hypnos) 잠의 신이다. 우리가 매일 같이 취하는 '잠'은 다음 날의 생의 본능을 만들어 내는데 매우 중요하다. 잠을 통해 하루의 삶 속에 쌓여있던 기분 나빴던 기억이 주는 스트레스, 기쁜 일로 벅차 오르는 흥분, 미움, 사랑 등의 감정의 찌꺼지(죽음본능)를 잘 걸러내면 다음 날을 살아가는 생의 본능을 재 충전 시키고 재 활성화 시키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살아 가면서 새로운 일을 하거나, 힘든 일을 하거나, 성장을 겪어가면서 죽음본능을 피할 수는 없다. 왜냐면, 새로운 시도가 주는 두려움, 실패가 주는 좌절감, 수치감, 분노 등의 감정은 죽음본능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크게 일을 벌이면 죽음본능과 생의본능이 크게 작동하고, 꾸준히 조용히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 죽음본능과 생의 본능이 잔잔하게 순환되는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 말 할 수는 없다. 개인의 성격, 성품, 도전력, 야망에 따라 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죽음본능과 생의 본능이 조화를 갖는다면 생이 재미나진다는 것이다.

죽음본능이 생의 본능을 압도하기 시작하면 살아가는 일이 재미가 없어진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열망이 사멸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 안에 가득하여 미움과 분노의 독으로 점점 자신의 생의 본능이 고갈되어간다. 그러면서, 죽음본능이 점점 커지면서 섭식장애, 우울증, 불안증, 신체 자해, 약물중독, 게으름, 지나친 자기희생, 싸이코소매틱(psychosomatic)등의 방어가 시작된다. 그러다보면, 옆에 있던 친우마저 멀어지고 만다. 생의 활기가 아닌 죽음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받아주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을 밀쳐내는 사람들이 무어라 욕을 해도 그들에게 화를 내고, 투사하고, 핑계를 대고, 싸움을 한다면 생의 본능은 다시 충전 될 수 있다. 남의 마음을 파괴하면서 자신의 마음의 화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남의 마음에 상처를 내면서 자신의 아픈 마음을 쏟아 내는 것을 권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자신에게 쌓여가는 죽음본능을 풀지 못하고 자신 안에 쌓아가다 보면, 극단적인 선택, 자살을 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리 유명세를 타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연기하며 믿음을 주던 배우 '전미선'의 충격적인 소식을 보았다. 몇 주후 개봉되는 영화 '나랏말싸미'와  '친정엄마와 2박'이라는 연극 공연을 앞에 두고 여기저기 인터뷰를 하던 모습을 보여주었던 터라, 왜 그녀는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걸까?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고인 전미선씨의 자살은 작년 6월 잘 나가던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케이트 스페이드의 자살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케이트 스페이드도 자살하기 몇 달전 NPR과의 인터뷰에서 "좀 더 깔끔하고 모던하고 심플한 가방이 없을지를 고민했다"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며 자신의 생의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고인은 1996년 뉴욕에 1호 지점을 낸 뒤, 전 세계 300개가 넘는 점포를 거느리게 됐다. 본인의 성이기도 한 '스페이드' 문양이 들어간 독특한 로고와 형형색색 밝은 패턴의 디자인이 제품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러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이 브랜드를 2007년 매각했는데 2017년에는 라이벌 브랜드인 코치가 24억 달러에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두번째 비슷한 점은 전미선 배우와 케이트 스페이드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둘다 자신이 자살을 생각했고, 하고 있다고 지인들에게 표현을 했다. 그래서 인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은 이는 하나도 없었다. 겉으로 너무나 완벽한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죽음의 극단적인 기로에 있음을 파악하지 못하게 했다. 2014년 뉴튼 사우스 고등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다. 11학년이었던 로이 그럿맨의 자살소식을 접하면서였다. 학교 클래스 오피서로 활동하며 학업이나 교외활동이나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했던 로이였기에 그의 자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죽기 전, 그는 자신의 여동생과 문 싸움을 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틀전 여러가지 시사프로에 출연하며 자신의 생의 에너지를 이야기하던 정 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의 자살 또한 충격을 주고있다. 정 의원도 전미선 배우, 케이트 스페이드, 로이 그렛의 자살의 형태와 같은 공통점을 보인다.

지난 달, 함혜욱 교수는 160명의 많은 참여자가 참석한 강연에서 청소년과 성년기 학생들의 완벽주의가 주는 강박관념을 말하였다. 필자는 함 교수의 의견에 절대적인 동의를 표현하고 싶다. 이들 세 사례의 공통점은 겉으로 보이는 완벽에 가까운 그들의 삶의 형태였다. 겉으로 의연하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 그들이 차라리 한번이라도 속 시원히 화를 표출하면서 자신의 완벽성을 무시했다면 자신의 고통을 어떠한 형태로 건 표출을 하였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 세 사례는  자신의 죽음 본능을 남에게 표현하지 않고 자신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려 마음안에 묻어버렸다는 것이다. 파괴적인 충동(죽음 본능)을 자기에게로 향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이들일지라도, 자신의 자살 충동을 표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 길 바란다. 그 누구도 어떠한 형태로 자살 충동을 이야기 했을 때 절대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 완벽한 사람일수록 의식수준이 높고 자율성이 강하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감정을 섞어 표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자살충동을 갖는다는 것은 그 만큼 살고 싶다는 증거이다. 생의 본능이 그 만큼 강하기에 죽음 본능도 그 만큼 강하다. 겉으로 들어난 성공으로 할켜진 그들의 영혼이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자살의 적은 '방치'이다. 우울증을 인내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마치 우울증이 결함인 양 취급하지 말자. 나락에 빠져있을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 누군가 한 사람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자살충동은 방지할 수 있다. 우울증을 겪고있다면, 그 누군가가 우울증을 표현하고 있다면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전문가의 치료가 절실함을 격려해주기를 부탁한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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