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하늘 정원, Mt. Washington 북쪽 능선 구간
(길이 있으니 사람은 걸으면서 산다)
보스톤코리아  2019-08-19, 12:50:26 
 

지난 봄 무렵에 동료 한 분이 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전에 가끔씩 보내주는 산행앨범이 그립다면서   요즈음  당신 산행이 뜸해진 것이 아니냐?" 그 때 필자는 아무런 생각없이 "이젠 본격적으로 산행 좀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본격적'의 의미를 물었다.  그래서  생각 끝에  '본격적'이란 '좀 더 높은 산을 좀 더 자주 찾겠다.'라는 대충 답변을 해 주었다.  그런데  이 말은 필자로 하여금  올 해 안으로,  흰 눈이 Mt. Washington 봉우리를 덮기 전, 그곳을 최소한 10회 이상 찾기로 결심하게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 몸의 구조는 참으로  신기하다. 세 번째 올랐을 때, 산행속도가 예전과 거의 같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붙자 그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뻗어 있는 Mt. Jeffreson-Mt.Adams-Mt.Madison이 필자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아, 7년 전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던 곳, 죽기 전에 몇 번이라도 오리라고 다짐했던 곳,  Presidential Range 북쪽 구간 종주를 생각하니 설레이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그래,  비록 한 번에는 힘들더라도 두세 구간으로 나누어 하루 산행 형식으로 약 25mils의 종주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마치 어린 시절 소풍갈 때 드는 들뜬 마음으로 이른 아침 5시 15분에 집을 떠났다.  하산 지점에 차를 놓고 셔틀을 이용하여 출발지점인 Ammonoosue Ravine Trail Trailhead에 이르니 벌써 9시 20분이다.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Jewell Trail을 부지런히 걸어 주 능선인 Gulfside Trail에 붙으니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다. 오늘 일기는 더 없이 좋은 날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바람도 없는 편이니 산행하기에는 그야말로a perfect day이다. 조금 걷다보니 Mt. Washington에서 쭉 내려와 다시 Mt. Jefferson으로 오르는 능선이 아래로는 절벽과 뒤와 위로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환상적인 광경이 유감없이 펼치고 있었다.  곧, 필자는 숨을 멈추었다. "아, 나를 창조하신 분이시여, 이제 나를 데려가도 한이 없겠나이다!" 필자의 어휘력을 가지고는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이러한 아름다움은  Mt. Jefferson을 지나 Mt. Adams에 이를 때까지 연속되었다. 멀리는 높이 치솟은 산봉우리와 그 넓은 품이 장엄하고, 가까이는 고산 화초, 고산 식물군 한포기 한포기, 길가 덤불들, 심지어 길 바닥에 박혀있는 큰 돌, 작은 돌까지도 하늘과 햇볕, 상쾌한 바람과 하나 되어 평화를 이루며 어김없이 필자를 반기고 있었다. 걸음을 늦추고 즐기기 시작하였다. 산에서 빨리 걷는 자는 미련한 자라고 하지 않던가?  아,  산은 변함이 없었다.  산행에 서 배우는 것 중에 하나가 산처럼 변함 없는 사람이 되고 이웃과 어울려 하나 됨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것이다.  오래 전에  이 길을 함께 걸으며 행복해하였던 산행 동지들이 생각에 스친다. 하산 하거든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려는 참이다.  지금 걷는 이곳은  뉴잉글랜드는 물론 미동북부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그러니 필자는 지금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하늘 정원을 그 정원을 지으신  그 분의 초대를받아 그 분과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거닐고 있는 것이다. 그 정원을 지으신 분의 별칭은 '진선미'이리라. 

일전에 한 어린 아이가 바위로 둘러싸이고  높이 치솟은  Mt. Washington정상에 선 필자의 사진을 보고 '어떻게 거기에 올라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때 필자는 궁색한 답변으로 그냥  '길이 있어 올랐다.'고 답했다.  "길이 있어 오른다!" 아마 이 말은 필자에게 오랫동안 아니 살아 있는 동안 명언으로 들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 번 산행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 중에 하나가 길에 대한 통찰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대륙에서(알라스카 주를 제외한) 최고 높다는 Mt. Whitney에 오르고,  Grand Canyon 밑바닥까지 내려 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종교적으로 필자가 믿는 그 분은 '자신이 길이라'고 천명하셨다. 이 말씀의 깊은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길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수 있는데, 길이시라니!!! 걸어서 하늘까지란 말이 아닌가!!!  진선미의 황홀한 광경이 연출되는 이곳에 올 수 있도록 길을 내시고,  지금까지 잘 보존해 주신 분들은 누구일까? 더 나아가 필자가 지금 그 분들의 도움으로 이곳에 올 수 있었다면 필자가 이 길에 대하여 가져야 할 책임과 역할은 무엇인가? 

길은 걸으라고 있는 것이니, 걷는 자는 모두 복받은 자이다. 하늘 정원에 초청을 받은 자들이여, 행복하여라!  분명, 이곳에 초대를 받아 거닐며 숨을 쉬었던 사람들은 이곳에 와 보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억울했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 왔노라, 보았노라, 감동했노라!!!

오후 3시를 넘어서야  Mt. Adams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한 번 더 한껏 즐기다 하산을 서둘러 주차장에 되돌아 오니  오후 6시 30분이다.  아홉시간 동안 정말 행복하고 의미있었던 산행이었다. 이 아홉시간의 경험은  필자의 육과 정신에 새 힘을 불어 넣고 있다.  필자는 다시 한번 본격적인 산행을 결심하였다.  걷을 수 있을 때까지이 길, 하늘 정원 방문을  최소한 매해 1회 이상으로 최소한 10회를 채우리라고...


글, 사진 김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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