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일인치의 장벽
보스톤코리아  2020-04-13, 10:49:16 
오래전 한국신문에 나던 기사 한 구절이다.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나는 듣는 이가 깊이 공감하는 줄로 읽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저, I am listening 이란 뜻이라 했으니 말이다. 의미가 상당히 다른가 한다. 

지난달, 아카데미 수상식이 있었다. 한국영화가 상을 휩쓸었는데, 인사말 할적에 통역 또한 대단했다. 유튜브로 볼적에 나 역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일인치의 장벽. 영화 번역의 자막을 말한다고 했다. 이젠 언어의 장벽이 그닥 높은 것도 아니다. 문화의 장벽이 낮아진 건가?

번역이나 통역이 필요하지 않는 말도 있다. 좋은 영화에서 처럼 빛나는 말도 그러하다. 김용택의 시 구절이다.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보다 더 따뜻할 수 있는
그보다 더 빛나는 
말이 있을 리 없겠지요
당신....
(김용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통역이 필요하다면 시간은 두배 세배 네배든다. 말하면 상대방에게 통역해야 하고, 돌아오는 대답을 다시 통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예상한건지 예행연습이 있었던가. 봉준호 감독은 자주 통역없이도, 질문을 이해했고 대답을 이어갔다. 시간을 상당히 줄일수 있었던 거다. 언어의 장벽이 그닥 높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일본에도 아카데미상이 있는 모양이다. 올해는 한국여배우가 수상했단다. 유튜브에서 봤다. 수상 소감을 본인 스스로 일본어로 말하고 있었다. 나야 일본어를 이해 할수는 없었다만 그녀의 일본어는 막힘이 없어 보였다. 일년이상 일본어를 공부했다던가. 치열하고 장한데, 일인치 장벽을 훌쩍 넘어섰다. 통역사가 옆에 서있는데, 한마디도 통역하지 않았다.

한반도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날 적에도 통역이 필요하지 않다. 일인치의 장벽은 피차 없으니 말이다. 한국 현직 외무부장관이 통역사 출신이라 들었다. 외국어에 대단히 능통하다 했던가. 언어는 중요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영어로 번역은 translation이다. 요즈음,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에도translation이란 용어가 나온다. 바이러스에선 번역이 썩 아름다운 건 아닌데, 요즈음 한창 번성하고 있다. 일인치 장벽은 커녕, 제집 드나들 듯 오고 가는 거다. 

방언을 말하는 자는 통역하기를 기도할지니 (고린도 14:1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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