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의 세상 스케치 738회
보스톤코리아  2020-04-13, 10:50:34 
무서웠다, '코로나 포비아'가 내가 사는 미 동부 보스턴에도 생기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아니, 어쩌면 나 자신보다는 보스턴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아이에게나 워싱턴 DC에서 직장에 다니는 큰아들과 커피 샵을 하는 막내 아들에게 혹여 피해라도 있으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코로나로 인한 아시아인 인종차별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다가 뉴스를 접하는데 호주에서 길 가다가 동양인에게 함부로 행동하고 막말을 퍼붓는 동영상 기사가 올라왔다. 정말 심각한 문제구나 싶었다. 각 인종이 함께 사는 나라 미국에서의 진정한 나는 누구??!!

하지만 세 아이에게는 이런 엄마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 물론 남편에게도 내 생각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것은 보지 않아도 이미 내가 우리 가족들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6살에 미국에 이민을 와서 50년을 산 남편에게 이런 말은 통하지도 먹히지도 않을 얘기임이 틀림없었다. 또한, 여기서 태어나서 자란 30살이 된 딸아이와 29살 큰아들과 28살 된 막내아들이 엄마가 얘길 하면 피식 웃고 지나칠 게 뻔한 얘기인 줄 알기에 그냥 마음으로 담아놓고 간절히 기도했다. 나와 내 가족과 그리고 친지들과 지역 사회와 미국과 한국과 온 세계를 향해서.

내가 편안할 때는 게으름을 피우던 기도의 마음이 이처럼 다급해지면 기도가 깊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약한 피조물임을 다시 또 고백하게 한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여기저기 뉴스 속보에는 미국도 점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기에 더욱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언니들이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다. 한국의 조금 나아진 상황이라고 미국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어 걱정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한 치 앞을 모르며 사는 인생의 우리들인데, 뭐 그리 천년만년 살 것처럼 그렇게 쫓기듯 바쁘게 달려왔단 말인가.

기독교인들에게는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사순절>을 보내며 지난 주 <종려주일>을 교회가 아닌 유트브 동영상으로 집에서 예배와 찬양 그리고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이번 주 <고난주간>이 시작되며 마음은 더욱더 가라앉는다. 지금의 코로나19로 어수선하고 혼돈스러운 때 세계 각처에서의 일어난 사건들과 행보들은 현실이 아닌 가상에서 일어난 사건, 영화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 이번 '고난주간'에는 더욱이 깊은 묵상의 시간이길.

이 나라 저 나라에서 하나둘 최전방에서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의 모습은 더욱이 가슴이 아프다. 병원에서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등. 미국의 뉴욕의 상황도 심각하지만, 다른 여러 나라의 열악한 상황에 놓인 주검들의 처참한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워 볼 수 없는 일이다. 가족들조차도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무엇으로 그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으며 대신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시몬 베드로에게 물으셨던 그분의 그 물음이 오늘은 내 가슴에 와 박힌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반복해 물으셨던 그 물음의 의미를 깊이 묵상(요한복음 21:15-17)하는 오늘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오늘 밤에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마26:31)고 하셨을 때 베드로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마26:33) 그때 주님은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마26:34)고 말씀하셨다. 아, 참으로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된 고백을 했으며, 또 얼마나 많은 부인을 하며 살아왔을까. 아니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거짓된 고백과 부인을 하게 될까. 내가 삶이 버겁고 힘에 부칠 때는 손 잡아달라 매달리며 기도를 하지만, 내가 평안하고 즐거울 때는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래도 내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면 단 한 번도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나의 모든 것을 아시는 그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구속하시고 구별해 주셨다. <부활절>을 기다리는 이번 주 <고난주간>은 세상의 이 어려운 혼돈의 시기에 더욱더 깊은 기도와 묵상하는 시간이길.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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