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팬암 항공백
보스톤코리아  2020-09-14, 11:03:38 
뜬금없다 해야겠다. 여행이 자유롭지 못해 그럴 수도 있겠다. 팬암 (PANAM) 항공사 이름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로고가 새겨진 항공사 가방만은 또렸히 기억한다. 테니스가방과 비슷했다. 

고등학교 적이다. 락커라는 말은 듣도 보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등교할때 마다 챙겨야 할게 여럿이었다. 책가방뿐만 아니다. 교련복에 체육복과 심지어 유도복까지 챙겨야 했던 거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 교련이건 체육이건 유도시간은 같은 날에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짐은 여전히 피난민 보따리 보다 크면 컸지 작지는 않았다. 덕분에 팬암항공사 가방은 유용했다. 물론 내가방은 싸구려 모조품이었다. 

팬암 가방이 요긴하게 쓰일 적도 있었다. 소풍 갈적에 안성맞춤이었던 거다. 하긴 가방이 책가방말고 그것밖에는 없었다. 소풍과 팬암백은 황홀한 조합이었는데, 가방속에는 달랑 김밥뿐이었다. 점심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갈 수는 없었다.  나태주 시인이다. 
  
다시 370원어치
저녁 수학여행 길
만났던 산과 강과 하늘과
나무와 이별하고
돌아와 고단한 하루
날개를 접는다.
(나태주, 수학여행길)

어찌 팬암항공사 가방 뿐이랴. 보스톤 백도 있다. 왜 보스톤이 가방이름이 되었는지는 알 수없다. 하지만, 이 가방 또한 여행용인듯 싶다. 이 가방이 내 책가방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역시 비닐 모조품이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장만했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쉽게 옆구리가 터졌고 두어달 들고 다니다가 버렸다. 

요즈음은 너나없이 방에 콕 박힌 방콕이다. 해외여행이야 언감생김일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비행기 날개를 접었을 테니, 항공사들은 울상일게다. 어디 해외여행 뿐아니라, 국내여행마저도 시원치 않다. 

꽤 오래전에 보스톤백을 구했다. 이번엔 진짜 가죽가방이었다. 출장이 잦을 적에 퍽 유용했는데, 헬스센터에도 들고 다녔다. 이젠 다락에서 먼지만 얹고 있다. 보스톤백이건 팬암백이건 모두 무용지물이란 말이다. 헬스센터도 요사이 문을 열지 않는다. 
올가을엔 아이들 수학여행도 취소될 것인가.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마태 10:1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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