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나뭇잎도 운다
보스톤코리아  2020-10-19, 11:20:04 
보스톤코리아 기사 제목이다.  ‘띄워야 산다.’  그럴듯 한데,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명징하게 읽어낼 수있다. 듣는 마음은 편치 않은데,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웃음거리로 만들고자 하는 망발도 없음을 밝힌다. 

미당과 김동리의 대화이다. 두 대가大家는 한국문학에서 시와 소설의 쌍두마차였다. 동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벙어리도 꼬집히면 운다.’ 듣고 있던 미당이 무릎을 쳤다. ‘명구일쎄.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운다.’  동리의 대답인데, ‘아이다 (아니다).’ 미당은 꼬집히면을 꽃이 피면으로 잘못 알아들은 거다. 동리는 경상도가 고향이라 했던가.

어릴적 이다. 선생님이 당부했고, 교육했다. 나무를 함부로 꺾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꺾일적에 나는 뚝 소리는 나무 뼈 부러지는 소리일테고, 아프다는 비명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내가 섬찟했던 기억이다. 나뭇꾼도 생나무는 꺾지 않는다.  

여름이면 벌레는 나뭇잎을 파 먹는다. 시인은 벌레에게 먹인다고 했다. 나뭇잎은 다 파먹히면 떨어진다고도 했다. 벌레도 먹어야 하겠다만, 나뭇잎은 아플게다. 작년 가을 광화문 글판이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광화문 글판, 벌레 먹은 나뭇잎 중에서, 이생진)    

북에서 자꾸 일을 벌이는 모양이다. 애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였는지, 의도 였던가. 하지만 꼬집혔고 꺾였는데, 울음도 아프다는 비명도 없는 모양이다. 죽은 이는 낙엽처럼 황량히 스러져 갔다. 

소설가는 꼬집힘이다. 시인한테는 꽃이 피는게 먼저 일수도 있겠다. 사실과 서정사이에 극명한 간극을 보여주는데, 울음만은 같다. 울음이야 소설가나 시인에게 공통이란 말이다. 어이 없어 하던 미당이 던진 한마디.  ‘됐네, 이사람아.’  우리도 이만 하면 됐네라 말할 때가 되지 않았던가. 자주 꼬집히면 아프다.

늦가을 이다. 보스톤 가을, 나뭇잎은 노랗고 붉다 못해 차라리 불탄다 해야겠다. 하지만 이제 나뭇잎도 떨어지는 시절이다. 나뭇잎은 파먹혀 떨어지고, 말라서 떨어진다. 떨어지는 나뭇잎이 운다. 

벌레먹은 장미. 방인근 소설 제목이던가.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도다 (이사야 33: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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