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편지
보스톤코리아  2021-04-05, 11:25:24 
 편지가 발견되었다고 했다. 조선 중기에 씌여진 서찰이다. 일찍 돌아간 남편에게 보낸 아내의 편지였고, 관속에 같이 묻혔다고 했다.  편지는 묘지를 이장하면서 수습되었는데, 사진으로 보기에도 생생하다. 

절절한 사연이며, 짧지 않은 편지이다. 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하니 수취인受取人은 분명하다. 
   
‘당신은 언제나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며 사랑할까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편지를 보낼적엔 받는사람 이름을 적어야 한다. 주소 역시 바로 써야하고, 우표를 붙여야 한다. 그리고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이젠 우체통도 소용이 덜한가 한다. 하지만 우체통은 페드엑스나 다른 민영 배달기관 수거함과 나란히 서있곤 한다. 사이좋은 형제처럼 보인다. 

시인 청마 유치환과 시조시인 이영도와의 연애편지 유명짜 하다. 시인이 보낸 편지가 무려 5천통이라 했다. 책으로도 나왔다는데, 책제목이 사랑하였기에 였던가. 나 역시 고등학교적 국어선생님에게서 들었다. 

말이 쉽지 그 많은 편지를 보내다니. 모르긴 해도, 편지마다 시詩가 넘쳐날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시 구절엔 사랑과 행복이란 오래된 낱말이 들어 있다. 하지만 오랜 냄새를 풍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복한 마음이 가득할테니, 편지를 쓰고 보내며 시인은 분명 행복했을 터. 미묘한 감정이라 해야 할까. 

그윽한 시는 간절한 마음일 적에도 탄생하는 모양이다. 이영도의 시가 그걸 말해 준다. 시인의 답장일 수도 있는데,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그리움이다. 

생각을 멀리하면 잊을수도 있다는데
고된 살음에 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월컥한 가슴 밀고 오는 그리움
(이영도, 그리움)

편지쓰는 계절이다. 엽서 한장이나마 써서 보내 볼꺼나. 나는 아내에게 보낼테니 수추인受取人은 분명하다. 

사랑하는 자들아 내가 이제 이 둘째편지를 너희에게 쓰노니 (베드로후서 3: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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