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새참
보스톤코리아  2021-05-31, 11:29:46 
활동이 적어서 그런가. 요즈음은 식욕이 부쩍 줄었다. 듣던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만하면 식욕이 줄어 든게 아니다. 

때때로 하루 세끼가 부댇길 적이 있다. 네다섯 시간 간격으로 밥을 먹어야 하니 말이다. 게다가 틈틈이 간식도 들어 간다. 아아, 먹는 일의 바쁨이여. 먹자고 사는가? 살자고 먹는 것인가? 

아마 이즈음일게다. 한국에선 한창 모내기 철이다. 모내기는 중노동인데, 나역시 해봐서 안다. 오후 근방이면 다리 힘이 빠지니, 사뭇 주저앉아 모를 꽂아 댄다. 후둘거리는 다리를 제대로 가누고 지탱할 수없는 거다. 덩달아 엉덩이는 흥건히 젖는다. 버틸 수있는건 오직 밥이고 막걸리 기운이다. 

그럴적에 때맞춰 새참이 나온다. 그 맛이야 이를바가 없는 꿀이다. 곧바로 원기회복되는 거다. 하지만 문제는 막걸리 한잔에 모내기 줄이 삐뚤거린다. 막걸리를 탓할 수없고, 새참에는 잘못이 없다. 

새참이란 말이 재미있다. 신선하게 들리는데, 사이참의 준말이다. 오전 10경에 한번 그리고 오후 서너시 경에 다시한번 먹는다고도 했다. 하루 도합 다섯번을 먹는 거다. 서너시간 마다 먹거나 마시는 셈이다. 그럴수 밖에 없기도 하다. 

모내기 철
밥 광주리
머리에 이고
구불구불 논둑길을 걸었지
김치부침과 찐감자 
그리고 주먹밥
막걸리 한주전자
(서윤덕, 새참 중에서)

옛적 논밥과 새참 광경은 풍속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큰 그릇에 수북히 밥이 담겨져 있다. 잡곡밥이었을 텐데, 맛이야 더할 나위 없었을터.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은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모양이다. 대식大食이요 대음大飮이라 해야 겠다. 밥의 힘이라 해야 할까?

새참을 준비하는 아녀자들이야 고생스러웠을 터. 수고가 이만저만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이고지고 날라야 했으니 무슨말이 더 필요하랴. 하지만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도 신명은 낫을 게다. 땀 냄새마져 오히려 달다.

식사할 겨를도 없는 지라 (마가 3: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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