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강함
신영의 세상 스케치 796회
보스톤코리아  2021-06-14, 11:51:10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 서로에게 건네고 받고 오고 가며 살아간다. 서로에게 마음을, 몸을, 사랑을, 기쁨을, 행복을, 정을, 우정을 때로는 미움과 질투를 그리고 물질일 때도 있다. 여하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우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그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고받고 있는 것일까. 이왕이면 푸근하고 넉넉한 마음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보채지 않는 기다림의 마음으로 바라다봐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내 곁에는 그래도 서 너명쯤 편안한 이들이 있어 행복이 몰려온다. 

세상 나이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만나면 언니든, 동생이든 정말 배울 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순간에 나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는 찰나이다. 어찌 저리도 알뜰하고 똘똘하고 살림꾼인지 생각하면서 나는 그동안 무얼 했던가 싶을 때가 참 많다.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느끼는 부러움이 또 있다니 퍽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위로해준다. 그래, 모두가 똑같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일까 말이다. 서로가 다르기에 더욱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까닭인 게다. 그래서 서로에게 부러움과 칭찬을 해주는 일 말이다.

나무숲에 들어 바람 소리를 들어보라. 때로는 큰 나무들이 바람을 타며 일으키는 소리는 금방이라도 나무가 쓰러질 듯 무서운 소리를 내곤 한다. 그러나 나중에 소리가 가라앉은 후 생각해 보면 나무가 바람을 타고 놀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람이 나무를 흔든 것이 아니라, 나무가 바람을 불러 제 몸의 흥겨움을 누렸다는 생각을 말이다. 세상 사는 일은 이렇다, 저렇다 할 정답이 따로 없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하고 결정하는가가 중요하다. 그 어떤 일에 있어서도 남의 선택이 아닌 내 선택이라면 결과가 어떻더라도 책임을 지어야 한다.

자연에게서 늘 배운다. 자연은 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어찌 저리도 제 역할에 충실한지. 남의 일에 별 상관을 하지 않는다. 내 모습 그대로 싹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고 땅에 떨어져 제 길을 가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햇빛에 고개 내밀고 달빛에 고개 떨구며 그렇게 매 순간을 순응하며 산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왜 자연처럼 저리 순응하지 못하고 불평하고 핑계 대며 사는가 싶다.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한참을 마주하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쓴물이 한 방울 두 방울 씻겨내린다.

엊그제는 골프 라운딩 중에 노랗게 핀 들꽃과 함께 하얗게 핀 안개꽃 들판을 만났다. 마음이 쿵쾅거린다. 어찌 저리도 아름다울까. 누구를 위해 핀 것이 아닌, 그저 저들은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찡해져 왔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또 무엇이 내 몫인가 하고 나 자신에게 묻는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잘살고 있는가.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닌 나 자신으로 잘살고 있는가 물었다. 그것은 창조주가 빚어주신 목적에 맞게 피조물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묻고 있는 것이다.

여리여리한 저 들꽃과 들풀들이 바람을 타며 놀고 있다. 부드럽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제 역할과 몫을 다하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한다. 보여지는 모습이 연약하고 나약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강함을 지닌 분들이 많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깊은 속 이야기 꾸러미들이 보석처럼 숨겨져 있던 것이다. 그 속의 꿈과 소망이 그리고 삶에 대한 가치와 지금 실천하며 이루고 있는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바로 이 사람이 보물인 것이다. 그 속 깊이에 담긴 보석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는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 이제는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늘 자연의 나의 스승이다 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뿐만이 아닌 사람들(남.녀.노.소)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 라고 말이다. 나 아닌 남에게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 누군가와 만나 나눔을 일기처럼 써보는 것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어찌 그리도 많이들 갖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너무 많아졌다. 그렇게 생각의 문을 여니 그들이 더욱 사랑스럽고 미더워졌다. 부드러운 강함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이 참 아름답고 고마웠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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