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라도 만나보고 싶은 얼굴...
신영의 세상 스케치 810회
보스톤코리아  2021-09-27, 11:23:13 
이별은 참 슬프다. 사별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훌쩍 떠난 빈자리에 꿈인가 싶어 정신을 모아보면 현실인 것에 가슴이 먹먹해 온다. 가끔 찾아오는 명치 끝 그리움에 몇 날을 몸 앓이를 한다. 남편이 우리 가족인 세 아이와 아내인 내 곁을 떠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유난히 아이들을 예뻐하던 아빠를 떠나보내고 세 아이를 보며 엄마가 무너지면 안 되겠다 싶어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훌쩍 6개월을 보냈다. 저녁이면 자동차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 현관문을 활짝 열고 신발을 벗으며 웃음 띤 얼굴로 들어올 것만 같다. 

남편의 묘지(Cemetry)는 집에서 걸어서 45분 자동차로는 7분 정도 걸린다. 비가 오는 날에는 자동차로 찾아가지만, 보통 날에는 걸어서 45분 도착해서 얘기를 나누고 30분 정도를 세메터리 주변을 돌다가 다시 집으로 오면 45분이 걸린다. 그렇게 걷고 오면 딱 2시간이 걸린다.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이며 머리도 맑게 해줄 수 있는 시간이라 참 좋다. 감사한 것은 남편과 마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하나님이 주신 어려움 속에서의 연단이리라.

아빠를 떠나보내고 아이들은 한 번씩 아빠 꿈을 꾸었다고 말해온다. 딸아이는 20대 초반의 아빠 얼굴로 만났다고 하고, 아들아이도 아빠를 만났다고 한다. 남편이 정말 보고 싶은데, 내 꿈에서는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꿈속에서라도 만나보고 싶은 얼굴 너무도 보고 싶고 사랑하는 남편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알라스카 크루즈 여행 중 망망대해에서 하룻밤에 꿈에서 나타난 것이다. 너무도 반가워서 등을 몇 번이고 만지고 쓰다듬으며 내 남편이 맞다고 또 맞는다고 반복해 토해냈다. 

꿈속에서였지만, 저쪽 편에 한 사람이 함께 와 있었다. 그러나 나와 함께 꼭 포옹을 하고 있었지만, 금방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다급한 마음에 그럼 전화번호라도 주고 가라고 그냥 가면 어떡하냐고 반문을 했다. 뭐라 뭐라 일러준 숫자는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이 사람이 급하게 떠나며 크리스(큰아들)에게 번호를 주었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아침에 눈을 뜨고 어젯밤 꿈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앉고 가슴이 먹먹했다. 순간 명치 끝 짙은 그리움이 뭉클뭉클거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떠났던 여행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큰아들이 여행은 즐거웠느냐고 묻는다. 좋았다고 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꿈 얘기를 나누었다. 아빠가 네게 전화번호를 주었으니 알 거라고 하시더라고 말이다.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서로 말이 없었다. 잠시 아빠를 생각하고, 남편을 떠올렸던 시간인 것이다. 이런저런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다시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큰아들이 콘도를 하나 보려고 계획 중이라고 엄마한테 말해준다. 그 얘기를 듣던 중 아빠가 네가 알 거라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던 모양이라고.

큰아들과 엄마는 그 이야기를 마친 날 며칠 후부터 보스턴 시내의 몇 군데 콘도를 보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부터 하나님께 욕심이 앞서지 않게 해주시고 지혜를 달라고 기도를 했다. 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곳과 인연이 되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남편에게도 부탁을 했다. 세 아이와 나와 함께 늘 동행해달라고 어느 것의 결정이 필요한 시간에 꼭 곁에 있어달라고 말이다. 네다섯 곳을 돌아보며 마음에 드는 곳이 두 군데 있었다. 그렇지만 인연이 아니었는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3주 후 보스턴 시내의 콘도를 다시 두 곳을 보게 되었다. 두 군데를 놓고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딸아이도 함께 움직이게 되어 아들과 엄마와 셋이 움직이게 되었다. 또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허락해달라고 말이다. 셋이서 서로의 의견을 내어놓으며 하룻 밤을 고민을 하다가 그 다음 날에 오퍼를 넣었고 사게 되었다. 큰아들이 자신의 집을 마련하는 것인데, 엄마의 결정을 많이 존중해줘서 고마웠다. 엄마, 아빠도 우리와 같은 의견과 선택과 결정을 했을 것 같다고 말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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