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22세 풍월주風月主 양도공良圖公(14)
보스톤코리아  2021-12-06, 12:03:25 
김양도가 22세 풍월주에 오르면서, 그간 화랑도들이 심신을 수련하는 선문仙門내에서 내려오던 폐습 중의 하나인 ‘청례靑禮와 옥로玉露’를 폐지하였다. 청례란 낭두의 딸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봉화라는 이름으로 선문에 들어가 상선/상랑이나 화랑들과 색사를 나누는 것을 말하고, 옥로는 화랑들과 색사를 나눈 봉화는 봉로화라 하고 화랑들의 아이를 임신한 봉화는 봉옥화라고 하였는데, 즉 화랑들과 색사를 나눈 봉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봉화들은 옥로가 되어야만 출문/귀가하여 낭두들에게 시집을 갈 수 있었다. 난교와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는 ‘청례’의 폐지는 많은 낭두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당사자 거의 모두 호응하였고 그 제도를 활용하여 세력을 키웠으며 출세의 발판으로 삼기도 하였기에 김양도의 개혁에 낭정을 전횡한다며 반기를 드는 화랑들도 다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폐습이라며 개혁을 단행했던 김양도 자신은 개혁된 제도에 따르지 않고 축첩을 하였으며 낭두들의 처와 상통하여 많은 자식들을 두었다. 그 내용이 기록된 화랑세기를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런데 (양도)공은 실제로는 색을 좋아하여 낭두의 처들이 공의 아들을 많이 낳았으며 폐신嬖臣 찰의察儀가 위로 보량寶良을 범하는데도 금하지 않았다. 낭두들이 많이 정으로 사사롭게 높이 올랐다. 낭정郎政의 일이 전횡에서 많이 나왔다. 상선上仙들이 운상雲上에서 의논을 하고 3파가 막하에서 다투었다.]
김양도가 총애했던 신하(화랑세기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에 신하의 용어는 임금에 대하여만 사용한 것이 아니고 부하라는 의미로 광범위하게 쓰여졌다) 인 찰의 또한 양도의 부인 보량과 사통했음을 볼 수 있다. 위의 인용문과 23세 풍월주 군관공조의 기록으로 봤을 때 처음에는 강제성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서 보량과 찰의는 서로 좋아했음을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김양도가 풍월주의 위를 부제였던 김군관에게 물려줄 당시인 640년경에 있었다. 김군관은 천성적으로 주색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적어도 김군관이 생각하기에는 아주) 간교한 찰의가 보량과 내통/사통하면서 낭정을 전횡하려고 하는데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검을 뽑아 죽이려고 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보량이 가로막아 찰의는 죽음을 면했고, 그 사건 후로는 낭정에 관여하지 못했기에 찰의의 전횡이 줄어들면서 낭정이 조금이나마 공정해졌기에 많은 낭도들이 기뻐하였다. 화주 보량과 미남 폐신 찰의와의 사통은 당시 왕이던 선덕여왕의 호기심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하루는 선덕여왕이 보량에게 찰의를 만나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보량은 천자는 신하의 내사內事에 관하여 묻지않는 것이라며, 굳이 묻는다면 (찰의가 아닌) 아끼는 사신이 있다면서 김군관을 데리고 선덕여왕에게로 갔다. 왕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너는 무슨 재주가 있느냐?” 라고 묻자, 김군관은 자신의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고 대답하였다. 왕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군관은 목숨을 다하여 상관인 양도와 보량을 섬긴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선덕여왕은 보량에게 말하기를 “너가 데리고 있는 한 신하가 나의 열 신하보다 낫구나, 잘 돌보아 키우라” 고 말하였다. 

한편 찰의는 가야파의 우두머리 낭두인 찰인의 아들이다. 찰인察忍은 60세가 넘도록 낭두의 최고위급인 대노두로 있으면서 처첩과 자녀가 백을 헤아렸다. 찰인은 절색의 본처 옥두리玉斗里로 부터 장남 찰두察斗, 차남 찰석察石, 그리고 삼남 찰의察儀를 낳았다(딸들도 낳은 것 같은데 이름의 기록이 없다). 찰인의 거동은 상선들과 같았고, 그의 적자들과 사위들이 모두 대도두, 도두 등의 차위직을 차지하였고, 서자庶子들과 서서庶壻들 모두 낭두의 고위직을 차지하였다.  
이전부터 거의 모든 풍월주들이 취임을 하면 낭정을 개혁하려고 하였지만 봉화(낭두들의 딸)들의 청례(혼전/후 상선/상랑 또는 화랑들과 치루는 색사) 관습으로 인하여 얽히고 설킨 인맥姻脈은 낭두들의 능력보다는 사사로운 정이 앞섰다. 결국 상선/상랑들이나 낭도들이나 모두 파벌에 따라 경쟁하며 대립과 화합의 줄다리기를 하였다. 화랑들은 모계의 인통姻統에 의하여 진골정통파, 대원신통파, 그리고 가야파로 나누져 있었다. 진골정통파는 지소태후(진흥왕의 어머니)를 종주로 했으며 조祖는 옥모이다. 옥모는 신라에 병합된 소문국召文國의 운모공주와 구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그리고 미추왕이 옥모에서 나온 인통이 아니면 황후로 삼지 말라고 선언하면서 진골정통파에서 황후가 배출되었다. 물론 미추왕 자신도 옥모의 외손녀의 딸인 광명을 황후로 맞았다. 대원신통파는 사도왕후(진흥왕비)가 종주인데 그 조祖는 보미이다. 대원신통파 역시 진골정통과 쌍벽을 이루며 왕비를 공급하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 가야파는 어머니가 가야의 공주들이다. 특히 17세 풍월주 김염장 이후에 더욱 득세하여 다른 두 파가 출세할 자리가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처용과 천연두 1 2021.12.06
신라 49대 헌강왕 5년(880)에 왕이 신하들과 더불어 순행중에 개운포(지금의 울산)에 이르는데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해서 길을 잃었다. 왕이 괴상히 여겨..
ETF(Exchange Traded Fund)란 무엇인가? 2021.12.06
2021년 7월 말까지 투자자가 ETF에 $705 billion 이상을 투자했다. 미국에서 뮤추얼 펀드 투자 규모가 $40.7 trillion 이상이다. 여기에..
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021.12.06
김양도가 22세 풍월주에 오르면서, 그간 화랑도들이 심신을 수련하는 선문仙門내에서 내려오던 폐습 중의 하나인 ‘청례靑禮와 옥로玉露’를 폐지하였다. 청례란 낭두의..
[산행후기] 뉴햄프셔주의 가필드산(Mt. Garfield, New Hampshire)을 찾아서 2021.12.06
동이트기 전 이른 토요일(2021-11-6) 아침 6시 집을 나섰다. 바깥 기온은 섭씨 영하 4도로 매우 쌀쌀했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자동차의 유리창을 닦으며..
四가지 없는 사람 2021.12.06
仁義禮智(인의예지)는 유학에서,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의 성품(덕목)이라고 일컬었다. 곧 어질고, 의롭고, 바르고, 지혜로움을 말한다. 인(仁)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