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의 입학 사정관
보스톤코리아  2014-06-09, 12:15:26 
정확히 14년 전, LA 시립대 출신 Elle Woods(엘 우즈)는 하버드 법학 대학원에 지원서 대신 비키니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형식의 자기 소개서를 보낸다. 2001년에 상영된 영화 ‘Legally Blonde(금발이 너무해)’ 속 주인공의 이야기다. 물론 코미디 영화의 내용이긴 하지만 하버드 법대 입학 사정관들이 LSAT(법학 대학원 입학 시험) 점수 179점에다가 완벽한 내신 점수, 화려한 과외 활동 경력을 갖춘 주인공 엘의 소개 비디오를 보며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입학 사정관들 중 한 명의 젊은 입학 사정관이 하버드는 언제나 Diversity(다양성)를 추구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다. 이 주장에 다른 입학 사정관들이 수긍하면서 짧은 토론 끝에 엘 우즈의 하버드 법대 합격이 결정된다. 

영화는 코미디 장르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물론 과장된 이미지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모두 남자인 입학 사정관들이 나비 넥타이를 하고 어두운 감색 정장에 니트 조끼까지 차려 입은 정형화 된 이미지라던가, 미팅을 하고 있는 마호가니(mahogany) 테이블 위에는 하버드 법전이 몇 개씩 올려져 있는 식이다. 하지만, 평소라면 절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조차 없는 입학 사정관 시스템의 일면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작년에 교육계, 특히 실제 입학 사정관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던 영화 ‘Admission(어드미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인 Portia Nathan(포샤 네이선)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입학 사정관이다. 영화에서 소개된 포샤의 주 업무는 근교 고등학교들을 돌며 입학 설명회를 열고, 수천 장의 지원서 속에서 학생들을 속속들이 파악해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것. 개인적으론 포샤가 학생들의 입학 원서를 읽는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원서에 포함된 내신 성적표나 가족 사항, 과외 활동 등을 읽을 때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를 하듯이 자기 소개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속) 현실에서 포샤가 쿠바 출신의 체조 선수가 쓴 에세이를 읽는 동안 포샤의 책상 위에 체조 운동복을 입은 흑인 소녀가 등장해 허리를 180도로 꺾으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보여지는 식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포샤 네이선이 입학 사정관 동료들 앞에서 평소라면 절대 프린스턴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할 내신 점수를 갖고 있는 지원자를 합격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한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다. 그녀의 주장은 기록만으로는 학생을 평가할 수 없고, 이 학생이 프린스턴에 와서 성공할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프린스턴이 이 학생에게 그 정도의 기회를 베풀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1970년대에 프린스턴 입학 사정관이었고 현재 Consortium on Financing Higher Education(명문 사립 대학들의 장학재단)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Theodore Bracken은 이 장면에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고 코멘트 했다. 실제로 서류상으론 약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입학 사정관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겨서 기회를 얻게 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프린스턴 대학교 이사회의 부회장인 Robert K. Durkee도 “영화 자체는 입학 사정관들이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어려움에 대해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합격생 정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뛰어난 학생들이 지원하고, 또 그 학생들이 모두 다른, 너무나도 폭 넓은 출신 배경, 경험, 지원 동기, 상황들을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입학 사정관이 당락을 쉽게 결정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Durkee 부회장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라고도 코멘트 했다.

 물론 영화 속의 이야기가 현실과 완전히 같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영화 ‘Admission’을 본 대학 관계자들 또한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대학교 지원 과정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이야기가 모두 현실과는 조금 다르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National Association for College Admission Counseling(미국 대학 진학 카운셀링 협회)의 공공 정책 부장인 David Hawkins는 "[이 영화에] 과장된 점은 있지만 입학 사정관들의 삶을 엇비슷하게나마 풀어냈다"고 인터뷰에서 얘기했다. 영화는 영화로 즐겨야겠지만, 입학 사정관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한 학생이나 학부모라면 조금은 그 뒷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승준 (Albert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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