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26
보스톤코리아  2013-04-01, 15:18:47 
‘MFA걸작의 방문’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미술관으로부터 온 폴 세잔의 ‘대수욕도’(The Large Bathers, 1900–1906)와 MFA가 소장한 고갱의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MFA걸작의 방문’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미술관으로부터 온 폴 세잔의 ‘대수욕도’(The Large Bathers, 1900–1906)와 MFA가 소장한 고갱의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MFA Visiting Master Piece : 폴 세잔, 대수욕도 1900–1906
Museum of Fine Arts, Boston
February 2, 2013 - May 12, 2013 Gallery 255



잘 그린 그림은 무엇인가? 잘 그린 그림을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시대마다 작품을 보는 눈이 변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오늘날 처럼 사실적인 그림 뿐만 아니라 추상적, 개념적 표현들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회화, 조각, 미디어등 각기 다른 장르들이 만나 새로운 장르를 생산해내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그림을 몇 마디로 정의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보스톤 박물관 (Museum of Fine Arts, Boston)에는 폴 세잔과 폴 고갱의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 두 점이 나란히 전시가 되어있다. 폴 세잔의 작품은 ‘MFA걸작의 방문’(Visiting Master Piec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미술관으로부터 대여 받은 ‘대수욕도’(The Large Bathers, 1900–1906)이고, 고갱의 작품은MFA가 소장하고 있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1897–1898)이다.

두 그림은 공통점이 참 많다. 두 작가 모두 프랑스 출신이며 ‘폴’ 이란 이름을 가진 점, 두 작품 모두 작가가 말년에 걸작을 남기기 위해 제작한 야심작이라는 점, 작품 크기가 대단히 크다는 점,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점, 후기 인상주의로 구분 되어진다는 점 등이다. 이외에도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두 그림 모두 한눈에 입이 떡 벌어지도록 “잘 그려진” 그림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잔의 그림 속 여인들의 몸통은 마치 통나무 같이 보이고 여인들의 얼굴은 정확히 묘사가 되어있지 않아 표정을 읽을 수 없게 되어있다. 고갱의 그림 속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미세한 근육과 섬세한 피부의 표현은 찾아볼 수 없고 뻣뻣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이 두 작품을 걸작으로 부르는 것일까?

폴 세잔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피카소와 마티스가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경의를 표했던 폴 세잔은 사실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소실을 보이는 “신동”은 아니었다. 오히려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엑상 프로방스에서 파리로 상경한 후 부터 그에게 매일 매일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는 당시 프랑스에서 미술계의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관립 미술 대학교의 미대입시에 실패하였고 미술 공모전이었던 살롱전에도 여러 차례 낙선을 한다.

낙심하였던 세잔은 화가 피사로를 만나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그의 영향으로 늘 어두웠던 세잔의 그림은 차츰 밝힌 빛을 띄기 시작한다. 또한 모네, 르누와르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과 어울려 전시를 하며 세잔은 점차 나름의 화풍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눈이 인지하는 순간적인 빛의 표현에 주력하였던 인상주의식 표현 방식에 한계를 느꼈다. 인상주의가 일시적 양상, 순간적 묘사에 집중하는 한편, 세잔은 그를 넘어서 사물이 지니고 있는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형태와, 사물의 근본적인 내부구조를 화폭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세잔은 몇 가지 주제를 놓고 평생을 끊임없이 연구했는데 사과가 있는 정물, 고향 프로방스 지역의 생 빅투와루 산의 풍경, 그리고 목욕하는 여인들이 그것이었다. 그는 대상이 사물이건, 인물이건, 풍경이건 간에 자세한 묘사를 줄이고 모든 대상을 원뿔, 구, 원기둥으로 환원하여 형태와 내부구조에 집중하였다. 그런 그의 그림은 엄격한 형식적 미를 추구했던 고전주의나, 빛의 인상을 표현하는 인상주의와도 다른 무언가 낯설고 독특한 것이었다. 그의 정물화 속 사과는 사실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사과처럼 맛없게 생겼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 사람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며 붓질을 반복하였고, 물감은 계속 두툼히 쌓여갔다.

- 폴 세잔과 폴 고갱의 작품 이야기는 다음주에 이어집니다. -
관련 전시정보: http://www.mfa. org/exhibitions/visiting-masterpieces
스팟라잇 토크: Visiting Masterpiece: Cezanne's The Large Bathers 수요일, 4/24, 2013 6:00pm-6:15 pm Gallery 255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jandonghee@bostonart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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