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엔들링스, 최후 개체들, 연극 엔들링스
보스톤코리아  2019-03-07, 20:25:41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송민정 기자 = 케임브리지의 아메리칸 레퍼토리 극장. 이 극장은 새로운 미국 연극을 실험하고 고전적인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2003년 타임지가 미국 3대 최고 극장으로 선정한 이 극장에서 셀린 송(송하영) 극본, 새미 캐놀드 연출, 연극 ‘엔들링스 (Endlings)’ 가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다.(해녀에 대한 이야기라, 다소 생소해서 관객들이 적을 수도 있겠다는 예상과 달리 많은 관객들로 공연장은 공석을 찾기 힘들었다.) 연극은 한국 만재도의 세 명의 해녀 한솔, 고민, 숙자와 미국 뉴욕에 사는 하영(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출의 새미 캐놀드는 해녀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제주도에 가서 해녀들을 만나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연출자의 열정과 작가 셀린 송의 예술적 재능이 빛을 발한 이 작품은 해녀로서 평생 섬에 살며 생계를 위해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이야기로 막이 열린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재 됐지만,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엔들링스(Endlings), 최후 개체로서의 해녀들의 삶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주목할만한 점은 이 해녀들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 주기 위해 무대에 작은 바다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바다 속 해녀들만의 세상을 보여 주고 그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낚아 올린 바다의 부산물들을 어깨에 메고 등장하는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는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감동과 경탄을 자아 낸다. 또한, 그녀들의 고된 삶이 배어 있는 거칠고 유머 넘치는 입담은 연극을 생동감 넘치고 유쾌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 그녀들의 삶을 미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는 대사들은 매우 실제적이다. 연극 1막의 중간부터는 뉴욕에 사는 작가 하영의 이민자로서의 삶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맨하튼에서 아시안 희극 작가로서 살아 남기 위한 고군 분투와 한국에서 캐나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두 번의 이민을 했던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같은 복잡한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어찌 보면 섬이지만, 너무나 다른 두 섬에서 극명하게 다른 삶을 살아 가는 아시안 여성들의 혼란과 아픔, 고민의 이야기들은 본질적으로는 같은 곳에서 맞닿아 있다. 작가 셀린 송은 연극 가이드북에 쓴 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진정으로 한국인 임에도 연극의 해녀처럼 한국인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또한 내가 캐나다인 과 미국인 임에도 완전히 캐나다인 과 미국인 이라고도 느끼지 않는다.’ 우리 자신조차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복잡하고 미묘한 것들이 우리 삶에 있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

케임브리지 소재 아메리칸 레퍼토리 극장에서 공연중인 셀렌송의 연극 <엔들링스> 해녀역을 열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
케임브리지 소재 아메리칸 레퍼토리 극장에서 공연중인 셀렌송의 연극 <엔들링스> 해녀역을 열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
 
또 하나 이 연극을 보면서 느낀 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 가는 공간이 주는 삶의 다름이다. 가이드 북에 개재한 셀린 송의 글 제목은 ‘Location, Location, Location’ 이였다. 작가가 장소(Location)에 대한 메시지를 연극의 수많은 메시지 중 중요하게 갖고 있음을 알게 하는 부분이다. 연극 속에서 동료 해녀 숙자의 시신 앞에서 독백하는 고민의 대사. “나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멋진 자동차를 사서 운전을 할거야. 여기선 운전 면허증도 없었지만, 말이야. 난 내가 운전을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결국 섬에서 살면서, 해녀로 살 수 밖에 없었던 그녀나 두 번이나 이민을 했던 작가 또한 우리가 사는 어떤 장소의 희생자들이 였는지 도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운명처럼 그 것을 받아 들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모든 걸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삶을 개척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은 각자 다르지만, 각자의 삶에서 누구와 비교할 수 없고 딱히 정체성을 정의할 수도 없는 하나의 최후 개체 엔들링스로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3월 17일 까지 공연, www.americanrepertorytheater.org)

jinjusong@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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